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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바치는 심장 ㅣ 문득 시리즈 3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박미영 옮김 / 스피리투스 / 2019년 7월
평점 :
'중요한 문서가 사라졌는데,
그 문서는 알고보니 다른 문서들 사이에 섞여져 있어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어떤 문서가 찾던 문서인지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범인이 자만심 때문에
무심코 흘린 한 마디가,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는데
한 몫을 했다'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가족 구성원들 중
한사람인 척 연기시켰다'
'모두 없앴을 거라 생각했던 증거들 중 하나가,
결정적인 순간에 튀어나와 범행이 들켰다'
'누가 봐도 약자로 보이던 누군가가,
범죄를 주도하는 인물이 되었다'
'내가 알던 사람은 사실,
그 사람을 연기하고 있던 타인이었다'
와 같이 추리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클리셰와
셜록 홈즈 같은 명탐정 캐릭터.
그리고 '롤리타'와 같은 몇몇 유명 현대소설에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에드거 앨런 포가 쓴 것으로 자주 언급되던
소설들 만으로는
그가 후대의 소설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 서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러바치는 심장]을 읽다 보면,
왜 많은 작가들이 에드거 앨런 포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는지 알 수 있다.
'아몬틸라의 술통' 같이
완벽 범죄를 꿈꾸던 자들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코난 도일의 '공포의 금고실'이 생각났다.
'잃어버린 편지'에서 나온,
장관에게 도둑맞은 편지의 행방을
탐정의 이름을 빌러 밝혀내는 이야기는
'잃어버린 유언장 사건'이란 소설을 생각나게 했다.
또한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에서 나온,
내가 만났던 의사는 사실 다른 사람이었다는
내용의 이야기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예고살인'을
연상케 했으며
'검은 고양이'에서
주인공의 완전범죄를 방해한 주역. 고양이 울음소리는
윌리엄 아이리쉬의 '한방울의 피'를 생각나게 했다.
사람들은 '검은 고양이' 때문에 에드거 앨런 포를
공포소설의 대가로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그는 공포소설의 대가로만 표현되기에는
아까운 사람이었다.
정신병을 가지게 된 정신과 의사가
타르칠을 한 몸에 깃털을 마구 붙이는 마사지법을
새로운 치료방식이랍시고 홍보하는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과
딸을 독립시키고 싶지 않은 아버지가
딸에게 청혼하러 온 남자에게 터무니 없는
결혼 조건을 내민다는 내용의
'일주일에 일요일 세번'이란 소설 같이
생각보다 쾌활한(?) 내용의 소설들과,
죽음을 피하기 위해 만든 밀실이 오히려
자신들의 죽음을 불러 일으켰다는 내용의
'붉은 가면의 죽음'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바로 위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는
도끼날보다 더욱 무서울 정도로
극한 상황에 몰려있는 사람의 정신상태를
아무런 여과 없이 보여주는
'구덩이와 추'와 같이
특정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의 감정상태를
제대로 표현해 낸 소설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러바치는 심장]을 보고 나서야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왜 현대 추리소설에 에드거 앨런 포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는지.
-공포 & 스릴러는 마이너에 속하는 장르임에도-
그의 소설이 아직까지 읽히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