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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평점 :
다음 주면 크리스마스다. 뭐 특별한 계획은 없다. 친구들과 만나 저녁을 먹으려 해도 대부분 결혼을 해서 집에서 영화나 봐 할 것 같다. 가족들이 없는 나만의 공간인 내방 침대에서 맛있는 걸 먹으면서 때를 놓친 영화를 봐야지. 그리고 달달한 로맨스 소설<셰어하우스>를 한 번 더 읽어야지. 이 소설 진짜 괜찮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아슬아슬한 떨림도 있다. 오래전에 진짜 재미있게 본 드라마 <소울 메이트>가 생각났다. 이 소설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흥행 대박 날 것 같은데, 제발 그래주길.
급하게 방을 구해야 하는 티피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광고를 본다. 350달러로 집주인의 간섭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 남자친구의 집에서 당당하게 나올 수 있다. 작은 출판사의 편집자로 받는 급여로 딱이다. 밤 근무를 하는 집주인과 침대까지 나눠 사용하는 조건이지만 뭐 상관없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으로 봐서는 친구들이 걱정할 문제를 발견할 수 없다. 바리바리 짐을 챙겨 도착한 아파트에서 티피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티피에게 침대를 내준 리어는 간호사로 야간근무를 한다. 주말에는 여자친구의 집에서 지내니까 낮에만 아파트에서 보낸다. 티피를 이상한 인형과 담요를 가지고 온 세입자라고 생각한다. 딱히 연락할 일은 없다. 필요한 말만 메모지에 남긴다. 이때부터 소설은 정말 흥미롭게 흘러간다. 한 집에 산다는 걸 실감한다. 서로가 남긴 메모를 보면서 미소를 짓고 상대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는 거다. 티피는 침대 밑에서 손뜨개 목도리를 발견하고 리언에게 자신이 편집하는 저자의 책에 실릴 샘플을 부탁한다. 리언에게 목도리를 떠주는 사람은 호스피스 병동의 할아버지였다. 리언은 병원에 물어보고 좋다고 한다. 뜨개질로 연결된 만남이라니. 그러나 안타깝게도 둘은 병원에서 만나지 못한다. 티피는 리언의 동료들만 만날 뿐. 닿을 듯 말 듯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티피와 리언.
몸을 돌리니 밝은 갈색 피부에 검은 머리, 이만큼 떨어져서 봐도 너덜너덜한 남색 유니폼을 입은 남자 간호사가 보였다. 빨래 건조대에 걸려 있던 리언의 유니폼과 많이 비슷했다. 찰나의 순간에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엉덩이에 달린 호출기를 확인하고는 반대편으로 뛰어갔다. 키가 컸다. 리언일까? 확실히 알아볼 만큼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그를 따라가려고 더 빨리 걸었다. 약간 숨이 차올랐고, 어쩐지 스토커가 된 기분이 들어서 속도를 줄였다.(p.145)
본격적인 연애는 언제 시작되나? 리언은 너무도 조심스럽고 동생인 리치 일로도 정신이 없다. 여자친구 케이는 이런 리언 때문에 속상해한다. 주말에도 리치 면회를 가니까. 케이 입장에서는 서운할 것도 같고. 그렇지만 케이와 자연스럽게 멀어져야 티피와 리언이 연인이 되는 거 아니겠는가. ㅎ
티피와 리언에게는 모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티피는 자신을 스토킹하는 저스틴이, 리언은 리치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아야 한다.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티피와 리언은 집주인과 세입자에서 진짜 연인이 된다. 뭐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너무 행복한 결말이라 나도 좋다. 결혼한 친구들은 내 맘을 모르겠지만 이렇게 예쁜 소설을 읽으니 나도 연애를 해보고 싶어진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이 소설과 함께 보낸다면 외롭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