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낚시 친구
메리 퀴글리 지음, 스테판 조리쉬 그림, 최다혜 옮김 / JCR KIDS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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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할아버지와 낚시하는 작고 귀여운 단발머리 소녀가 표지에 그려진 <할아버지의 낚시친구>를 보고, 나는 단순하게 '할아버지의 낚시친구가 되어준 손녀로구나!'라고 쉽게 단정 지었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할아버지와 손녀 혹은 꼬마 아이와의 절친한 관계를 그린 책이겠거니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크게 벗어난 건 아니지만... 더 재미난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림책은 심신이 고단한 어른, 그림 공부를 하는 청소년, 공부하기 싫어진 초등학생... 누가 읽어도 좋지만 이왕이면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종알거릴 줄 알고 부모 이외에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에 대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아이와 함께 보면 좋겠다.
 
이 그림책은 할아버지의 손녀 사라가 호숫가에 있는 할아버지의 오두막집에 놀러 가서 잠자리에 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꽃과 잎이 그려진 침대 세트에서 막 잠자리에 들려는 사라는 기분이 참 좋다. 그림책 왼쪽에는 호숫가에서 물고기가 노닐고 있고(사라가 꿈속에서 보게 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사라가 누워있는 침대 위에는 검은 고양이가 사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 


"오늘 밤은 잠이 안와요.
호숫가에 있는 할아버지의 오두막집에 놀러 왔거든요."

 
벌써부터 명랑한 사라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별이 총총한 새벽녘에 일어난 할아버지의 발소리를 듣고 따라 일어난 사라와 고양이는 낚시 친구를 만나러 가는 할아버지를 따라가겠다고 조른다. 물론 고양이도 할아버지 발치에서 사라를 돕는다. 신중한 할아버지의 승낙이 떨어지자 


"야호!" 난 기뻐서 소리쳤어요.

 
찰랑찰랑 호수에서 퐁당퐁당 발로 물을 차기도 하고 흥흥 콧노래도 부르며 할아버지가 만지는 꼬물꼬물한 지렁이 대신 사라가 아끼는 것을 꺼내서 낚싯바늘에 끼워 낚시질을 하지요. 아이들의 귀를 간질여줄 만한 의성어·의태어가 풍성하고, 번짐이 풍부한 수채화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집을 떠난 사라가 기특하기만 한데 할아버지와 낚시하러 가서 할아버지의 손목을 꼭 붙들고 있다가 제 손으로 낚싯대를 드리우고, 할아버지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손녀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할아버지의 낚시 친구는 과연 누구일까요?"
 
수수께끼를 찾는 재미가 있는 그림책이고, 마지막 장을 넘길 때쯤이면 그림책을 함께 읽는 어른이 아이의 장점을 생각해내어 큰소리로 칭찬 한마디 해주어도 좋다. 이제 사라는 처음으로 뭔가를 해낸 것이다.
 
"이런 사라를 응원해 주는 친구는 과연 누구일까요?" (책마지막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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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 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
데이나 토마스 지음, 이순주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럭셔리 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은 명품에 관한 책이다. 우리 중 어떤 이는 명품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참으로 참기 힘든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제목에서도 일단 명품은 '럭셔리 그 유혹'이다.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거! '사치의 비밀'이 바로 이 책이 독자를 겨냥하여 폭로하고 싶은 이야기일 것이다. 이 책을 먼저 읽은 나에게 어떤 성질 급한 이가 명품에 관한 충격적인 뒷이야기를 먼저 빨리 해달라고 한다거나 읽고 어떠했느냐고 묻는다면 결론으로 미뤄두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할 것 같은 명품 이야기나 천천히 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책의 구성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나는 책의 리듬을 깨는 반칙쟁이는 아니니까. 워낙 유행이고 소망이고 유혹이라 명품에 관해 할 말이 참 많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단단하고(양장) 크고 두꺼운 책이다(총 423쪽).
 
1부에서 3부까지 중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1, 2부가 명품에 관한 흥미진진할 것 같은 이야기가 주저리주저리 이어지는 부분이고 3부쯤 가서야 우리가 궁금해 하는 비밀들이 하나둘씩 폭로되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1, 2부까지도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특히 12년 동안 《뉴스위크》파리지국에서 문화 패션 담당기자로 활동했던 저자 데이나 토마스Dana Thomas 님으로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몇 년 전, 이직을 한다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무렵 우연히 만나게 된 괴짜 교수(자신은 다른 교수와 다르게 꽉 막히지 않았다고 생각하므로)와 나의 대화 한 부분이다. 어느 날 내가 괴짜 교수한테 다른 교수를 만난 이야기며 그분이 괜찮은 분 같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괴짜 교수 하시는 말씀이 그분을 진정 몰랐느냐며 놀라셨다. 그 분야에서는 꽤 유명한 분이셨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당돌한 구석이 있어서 "그럼 교수님은 제가 일했던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들 이름이며 직위를 다 아시나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어리둥절한 표정만 지으셨다. 또 하나 최근 인터넷에서 샤넬을 채널로 읽은 공인(?)이 있다며 그 사람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을 본 적 있다. Chanel이나 channel이나 어른이나 으른이나 계란이나 겨란이나. 그리고 각종 행사가 많은 연예계에서 베스트 드레서니 워스트 드레서니 하는 것들. 이 책을 읽고 보니 워스트 드레서로 찍힌 연예인의 '스타일리스트'는 한마디로 울상! 죽을 쑬 것 같다. 이렇게 사람에 따라서, 문화적 배경이나 그런저런 차이 때문이겠는데,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엉뚱한 이유로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다시 이 책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원래 명품은 장인의 손길로 만들어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진정한 명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에 의하면 '명품을 삼켜 버린 자본가들'과 '세계화 전쟁' 때문에 명품은 그저 '중국 공장으로 간 버버리'에 지나지 않게 되었고 어찌 된 일인지 '짝퉁이 더 비싸다'라는 공식까지 성립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마지막 장은 '명품의 명품을 꿈꾸다'로 끝을 맺는다. 책 내용 중에는 명품 브랜드명하며 명품을 명품 아니게끔 무수하게 찍어낸 명품회사 CEO의 이름도 실명으로 무수하게 거론된다. 자본의 힘이 미치면 어떻게 되는지 대략 알고 있듯이 어쨌든 명품도 자본의 힘을 이용해서 더 유명해졌고 한편으로 캄캄할지도 모를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파리에서 오랫동안 패션기자로 일한 저자로서는 유럽 명품의 몰락(?)이 안 됐고 가슴 아프겠지만 나로서는 조금 어리둥절하기도 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명품의 유혹에 넘어가서 나 스스로 자처하긴 했지만 거대한 종합명품회사의 회고와 반성, 재기를 꿈꾸는 모습을 보는 듯도 하였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명품 핸드백, 향수, 시계, 구두...등을 미치게 좋아하는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은 충격적인 이야기 두 가지는 정교한 명품이(일수록) 끼니도 제대로 못 먹어서 눈이 퀭한 아이의 작은 손으로 밤낮없이 일해서 만들어진 것일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하고 향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성분의 무려 90퍼센트가 합성 성분이라는 점이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천연 성분만으로는 이익을 낼 수 없단다. 화학 기술자, 조향사의 기술(다른 말로는 속임수)이 날로 늘어서 감쪽같지만 우리! 자신의 몸에 무엇을 덧붙이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자칭 명품에 관한 '명품 책' 벗겨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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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게 특별한 사람입니다 -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는 48가지 행복이야기
이창우 엮음 / 황금여우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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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게 특별한 사람입니다"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는가. 또는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그 누군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이라도 해보았는가. 


미처 생각할 틈이 없을 수도 있고 따분하고 반복되는 생활에 익숙해져서 자신도 모르게 감동을 잊거나 잃어버리며 살고 있을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전자 쪽이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겉으로 보여주는 마음이 속마음과 다른 경우가 참 많다는 점이다. 타고나기를 속 깊은 사람이라면 몰라도 표현하지 않는 사랑에 오래 견뎌낼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침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의 속마음이 은근히 궁금도 하고, 자잘한 행복의 단맛이 궁하던 차였다.


이 책은 나와 같이 마음이 가난해진 사람들에게 전하는 48가지 행복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에세이집이다. 현재 인터넷에서 행복닷컴(http://www.happy.co.kr)을 운영하고 계신 저자 이창우 님이 네티즌들의 감동 사연을 플래시로 만들고 감동의 힘을 엮어서 이렇게 책으로도 낸 것이라고 한다. 글은 익명이거나 누가 쓴 글인지 정확히 모르는, 그래서 더 아름답게 다가오는 글이 많다. 그렇다고 꼭 네티즌들의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스테판 뮬러라는 어느 독일인의 글에서 좀 부끄러운 이야기가 될는지 몰라도 그동안 막연하게 영웅시하는 줄로만 알았던 故 손기정 마라토너의 사연을 접하고 요즘 시국과 어울리지 않게 난데없이 한국인의 저력에 울컥했다. 또한, 정토법당 법륜스님의 주례사는 아직 결혼 전인 처녀 · 총각이 귀담아듣기에 구구절절 옳은 말씀으로 전혀 지루하지 않고 너무나 감동적으로 다가왔는데 결혼 후 약간의 권태기가 찾아온 부부에게도 신선한 경종을 울려줄 것만 같다. 전체적으로는 예전에 아주 가끔 보던 'TV 행복한 동화'라는 프로그램과 닮아있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예전에는, 그러니까 자잘한 행복의 단맛이 궁하다고 느끼기 전에는 이런 책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왠지 가벼워보이고 심심하고 뻔하게 느껴졌다고 하는 게 맞겠다. 누군가 배부른소리 한다고 손가락질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땐 그랬다. 누구에게든 적절한 때가 있음을 새삼 알게 되며 이런 나에게 지치지도 않고 다시 찾아와준, <당신은 내게 특별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해주는 책이 참 고맙다. 사람됨, 그중에서도 부모됨의 도리와 그들의 깊고 깊은 마음을 이제야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 메말랐던 우물이 쏟았던 눈물만큼 다시 차오른 것 같아 나는 참 행복하다. 행복한 느낌이 가득한 이 책을 사랑스런 가족, 친구에게 살짝 전해 주어야겠다. 간지러운 이야기를 잘하지 못하는 내 마음의 표현이라는 의미도 있겠고, 그들에게도 적절한 때라는 행복한 순간이 언젠가는 찾아올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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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이체르 소나타 (반양장) 펭귄클래식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기주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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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1828-1910)의 성과 사랑에 대한 네 편의 작품을 모아놓은 <크로이체르 소나타>이다. 책제목은 이 책에 실린 네 편의 작품 중 하나로 가장 처음에 나오는 작품인 '가정의 행복(1859)'를 제외하고 이후에 이어지는 세 편의 후기 소설-'크로이체르 소나타(1889)', '악마(1899)', '신부 세르게이(1898, 미완으로 끝맺음)' 중 유일하게 톨스토이 생전에 발표되기도 했지만 워낙 충격적인 내용을 흥미로운 스토리 진행으로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에 제목 선정으로 참 적절한 것 같다. 내용과는 별개로 음악적 감성을 자극하는 것도 꽤 마음에 든다.  

사실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톨스토이를 러시아의 대문호라고 칭했지만 정작 내 관심은 따로 있었다. 오래전 유럽형 대안교육을 눈여겨보던 시절 여러 나라의 대안학교 프로그램에 관한 비디오를 보게 됐는데 거기서 '톨스토이 학교'가 있다는 걸 (비록 화면상이지만) 보고 듣고는, 순간적으로 '어? 웬 톨스토이...그 분이 뭘 해서 학교까지?'. 호기심은 거기서 그치고 겉으로는 무덤덤한 척 한참 세월이 흘렀고 또 주워들은 게 이분이 엄청 방탕한 생활을 하셨다기에... 이 책의 성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와 뭔지는 뚜렷하지 않지만 아무튼 뭔가와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대뜸 책을 집어들었다.

공교육의 부작용으로 문학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것을 염려했는지 첫 작품에 들어가기 전, 토론토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가르치고 계시 도나 터싱 오윈의 서문-작품 해설이 무척 친절하다. 굳이 서문은 다 읽지 않아도 되는데 꾸역꾸역 봤더니 후기 세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풍성한 정보도 알게 된다. 또한, <가정의 행복>이 그나마 가장 밝은 분위기의 이야기라고 한다.

'가정의 행복'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여주인공 '나'의 감정 상태를 따라간다. 어머니를 잃고 고독 속에 잠긴 17살 소녀 앞에 나타난 남자 세르게이 미하일리치는 아버지의 가까운 이웃이자 아버지보다 한참 나이 어린 절친한 친구이다. 여자가 고독할 때 나타나서 묘하게 흔들어 놓고 왔다가 갔다가 적절히 뜸 들일 줄도 아는 이 아저씨가 참 수상해 보였는데 어찌 됐든 소녀의 마음을 살랑살랑 흔들어놓기엔 충분했다. 요즘으로 치면, 70% 원조교제와 가까운 이 둘의 만남이 부부가 되기까지 그리고 부부가 되어서 벌어지는 미묘한 심리 상태를 매우 간질간질하게 그려냈다. 이후의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이러한 미세한 감정 흐름을 책으로 읽는다는 것은 자칫 독자의 신경쇠약을 유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차라리 눈이 어떻고 발가락이 짝발이라느니 하는 외면 묘사였다면 사람마다 특정 부위에서 눈이 번쩍 뜨일 만도 하련만, 이 책의 네 작품은 순전히 내면의 윤리적·도덕적인 상승 욕구을 지향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본다.

두 번째 작품은 이야기의 시작이 상당히 흥미롭다. 기차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들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쪽 구석에서 일부러 다른 승객들과 거리를 두려는 듯한 신사가 말문을 연다. 단호하게 사랑 없다고. 서로 평생 사랑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결혼은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헤어지고 싶지만 그럭저럭 살아가는...심지어 서로 죽이거나 못 죽여서 끔찍한 지옥이 생겨난다고. 이런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이 취할 행동은 하나다. 곧이어 다른 승객들이 신사를 피해 자리를 옮기자 남은 '나'에게 신사는 말한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셨으니 불편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시다면 제가 자리를 옮기겠습니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186쪽) -나도 위의 상황에서 이렇게 말할 사람이라 신사를 비스듬히 앉혀놓고 그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계속해서 신사가 들려주는 결혼과 사랑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뜨아!'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어서 소설을 읽고 난 후 성과 사랑·결혼에 대해 논쟁의 여지를 마련해 주지만 아무리 직설화법에 익숙한 현대인이라도 차마 논쟁하자고 말하지 못하는 내용이다.

이어지는 내용도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나머지는 전문가의 상세한 해설에 맡기고 내식대로 불러보는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삶을 작품과 관련지어 천천히 상상해 보고 싶다. 읽은지 며칠 됐다고 줄거리조차 가물가물한 이 책의 내용을 조금은 더 복원해 보고 싶다. 이렇듯 오래도록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문학 작품은 사고의 폭과 깊이를 무한대로 확장시켜준다. 요즘 나오는 말랑말랑 소설 같은 경우라면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적어놨다간 소설을 통째로 베껴놓았느냐는 핀잔을 들을 만도 한데 위에 내가 적은 내용은 정말 극히 일부분이다. 쿨함을 좇는 우리가 읽기엔 비록 약간의 신경쇠약증이 염려되긴 하지만 이 책 읽고 자신의 욕망을 점검해 보자. 악마를 잘 구슬려보자. 세상이 아름다워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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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펭귄클래식 43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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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에 적당히 살이 오른 남녀가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춤을 추고 있다. 이렇듯 즐거움과 풍요를 만끽할 수 있는 기념일이 크리스마스가 아닌가 싶다.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제목이 붙은 펭귄클래식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의 '크리스마스 책'에 어울릴 만한 7가지 이야기를 담은 크리스마스 이야기 모음집이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가장 알려져 있는 이야기는 단연 '크리스마스 캐럴(1843)'이다. 분량면에서도 이 책에 실린 나머지 이야기를 전부 합한 것보다 더 많다.

 

어렸을 적 내 기억으로는 구두쇠 스크루지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날 유령을 만나서 자신의 지난날을 깨우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다 커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뮤지컬 광고를 통해서였다. 생생한 뮤지컬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크리스마스 캐럴'이란 작품을 언젠가는 꼭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책으로 좀 더 가까이 만난 '크리스마스 캐럴'은 그 명성에 걸맞게 생각보다 더 무서워서 재미있고 참 따뜻한 이야기였다. 나머지 이야기들도 전반적으로 콕 집어서 어떻게 하라는 조언을 하지 않지만 크리스마스를 빌어 마음속에 따스한 김이 모락모락 생기도록, 사람들을 사랑하며 함께 나누며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교훈을 전한다. 물론 서구의 종교적인 색채를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가장 굶주릴 수 있는 한겨울에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에 마법과 같은 선심을 발휘하는 인간 보편의 감정을 되살린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나와 같이 어린 시절 스크루지 할어버지를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사람, 무엇 때문인지 심술이 나서 남을 골려주지 않고는 못 배기겠는 사람,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이 그리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잠시나마 크리스마스의 참의미를 생각해 보고 자기 안의 선심을 새삼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면 좋겠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은 용서와 화해, 화합, 친절,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의 힘, 사람들로부터 고립되려 애쓰다 보면 결국 스스로 파괴된다는 사실, 기억과 상상력이 개인의 도덕적 건강에 얼마나 필수적인가 하는 것을 늘 이야기의 중심 주제로 삼았다.  - 서문에 저명한 디킨스 연구자인 마이클 슬레이터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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