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펭귄클래식 43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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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에 적당히 살이 오른 남녀가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춤을 추고 있다. 이렇듯 즐거움과 풍요를 만끽할 수 있는 기념일이 크리스마스가 아닌가 싶다.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제목이 붙은 펭귄클래식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의 '크리스마스 책'에 어울릴 만한 7가지 이야기를 담은 크리스마스 이야기 모음집이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가장 알려져 있는 이야기는 단연 '크리스마스 캐럴(1843)'이다. 분량면에서도 이 책에 실린 나머지 이야기를 전부 합한 것보다 더 많다.

 

어렸을 적 내 기억으로는 구두쇠 스크루지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날 유령을 만나서 자신의 지난날을 깨우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다 커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뮤지컬 광고를 통해서였다. 생생한 뮤지컬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크리스마스 캐럴'이란 작품을 언젠가는 꼭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책으로 좀 더 가까이 만난 '크리스마스 캐럴'은 그 명성에 걸맞게 생각보다 더 무서워서 재미있고 참 따뜻한 이야기였다. 나머지 이야기들도 전반적으로 콕 집어서 어떻게 하라는 조언을 하지 않지만 크리스마스를 빌어 마음속에 따스한 김이 모락모락 생기도록, 사람들을 사랑하며 함께 나누며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교훈을 전한다. 물론 서구의 종교적인 색채를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가장 굶주릴 수 있는 한겨울에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에 마법과 같은 선심을 발휘하는 인간 보편의 감정을 되살린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나와 같이 어린 시절 스크루지 할어버지를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사람, 무엇 때문인지 심술이 나서 남을 골려주지 않고는 못 배기겠는 사람,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이 그리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잠시나마 크리스마스의 참의미를 생각해 보고 자기 안의 선심을 새삼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면 좋겠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은 용서와 화해, 화합, 친절,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의 힘, 사람들로부터 고립되려 애쓰다 보면 결국 스스로 파괴된다는 사실, 기억과 상상력이 개인의 도덕적 건강에 얼마나 필수적인가 하는 것을 늘 이야기의 중심 주제로 삼았다.  - 서문에 저명한 디킨스 연구자인 마이클 슬레이터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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