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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 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
데이나 토마스 지음, 이순주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럭셔리 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은 명품에 관한 책이다. 우리 중 어떤 이는 명품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참으로 참기 힘든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제목에서도 일단 명품은 '럭셔리 그 유혹'이다.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거! '사치의 비밀'이 바로 이 책이 독자를 겨냥하여 폭로하고 싶은 이야기일 것이다. 이 책을 먼저 읽은 나에게 어떤 성질 급한 이가 명품에 관한 충격적인 뒷이야기를 먼저 빨리 해달라고 한다거나 읽고 어떠했느냐고 묻는다면 결론으로 미뤄두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할 것 같은 명품 이야기나 천천히 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책의 구성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나는 책의 리듬을 깨는 반칙쟁이는 아니니까. 워낙 유행이고 소망이고 유혹이라 명품에 관해 할 말이 참 많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단단하고(양장) 크고 두꺼운 책이다(총 423쪽).
1부에서 3부까지 중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1, 2부가 명품에 관한 흥미진진할 것 같은 이야기가 주저리주저리 이어지는 부분이고 3부쯤 가서야 우리가 궁금해 하는 비밀들이 하나둘씩 폭로되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1, 2부까지도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특히 12년 동안 《뉴스위크》파리지국에서 문화 패션 담당기자로 활동했던 저자 데이나 토마스Dana Thomas 님으로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몇 년 전, 이직을 한다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무렵 우연히 만나게 된 괴짜 교수(자신은 다른 교수와 다르게 꽉 막히지 않았다고 생각하므로)와 나의 대화 한 부분이다. 어느 날 내가 괴짜 교수한테 다른 교수를 만난 이야기며 그분이 괜찮은 분 같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괴짜 교수 하시는 말씀이 그분을 진정 몰랐느냐며 놀라셨다. 그 분야에서는 꽤 유명한 분이셨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당돌한 구석이 있어서 "그럼 교수님은 제가 일했던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들 이름이며 직위를 다 아시나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어리둥절한 표정만 지으셨다. 또 하나 최근 인터넷에서 샤넬을 채널로 읽은 공인(?)이 있다며 그 사람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을 본 적 있다. Chanel이나 channel이나 어른이나 으른이나 계란이나 겨란이나. 그리고 각종 행사가 많은 연예계에서 베스트 드레서니 워스트 드레서니 하는 것들. 이 책을 읽고 보니 워스트 드레서로 찍힌 연예인의 '스타일리스트'는 한마디로 울상! 죽을 쑬 것 같다. 이렇게 사람에 따라서, 문화적 배경이나 그런저런 차이 때문이겠는데,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엉뚱한 이유로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다시 이 책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원래 명품은 장인의 손길로 만들어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진정한 명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에 의하면 '명품을 삼켜 버린 자본가들'과 '세계화 전쟁' 때문에 명품은 그저 '중국 공장으로 간 버버리'에 지나지 않게 되었고 어찌 된 일인지 '짝퉁이 더 비싸다'라는 공식까지 성립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마지막 장은 '명품의 명품을 꿈꾸다'로 끝을 맺는다. 책 내용 중에는 명품 브랜드명하며 명품을 명품 아니게끔 무수하게 찍어낸 명품회사 CEO의 이름도 실명으로 무수하게 거론된다. 자본의 힘이 미치면 어떻게 되는지 대략 알고 있듯이 어쨌든 명품도 자본의 힘을 이용해서 더 유명해졌고 한편으로 캄캄할지도 모를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파리에서 오랫동안 패션기자로 일한 저자로서는 유럽 명품의 몰락(?)이 안 됐고 가슴 아프겠지만 나로서는 조금 어리둥절하기도 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명품의 유혹에 넘어가서 나 스스로 자처하긴 했지만 거대한 종합명품회사의 회고와 반성, 재기를 꿈꾸는 모습을 보는 듯도 하였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명품 핸드백, 향수, 시계, 구두...등을 미치게 좋아하는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은 충격적인 이야기 두 가지는 정교한 명품이(일수록) 끼니도 제대로 못 먹어서 눈이 퀭한 아이의 작은 손으로 밤낮없이 일해서 만들어진 것일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하고 향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성분의 무려 90퍼센트가 합성 성분이라는 점이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천연 성분만으로는 이익을 낼 수 없단다. 화학 기술자, 조향사의 기술(다른 말로는 속임수)이 날로 늘어서 감쪽같지만 우리! 자신의 몸에 무엇을 덧붙이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자칭 명품에 관한 '명품 책' 벗겨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