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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 하이에크 - 세계 경제와 정치 지형을 바꾼 세기의 대격돌
니컬러스 웝숏 지음, 김홍식 옮김 / 부키 / 2014년 3월
평점 :
한때 나는 과격한 시장경제론자 옹호주의자였다. 애덤스미스의 말대로 이 세계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하며 그것만큼 복잡한 세상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최저임금제나 누진세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안전보장제도조차 불필요한 것이며 경제발전을 막고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가진 능력을 보이지 않는 손이 평가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내가 선택할 수 없었던 변수들 - 집안 학벌 외모 등 - 에 의해 평가당하는 것보다 낫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발버둥이 아니었을까 유추해본다.
나의 사상을 지배하던 보이지 않는 손은 마이클샌델의 유명한 저서 Justice 강의를 들으며 금이가기 시작했다. 내가 오로지 나의 노력으로 일구어냈다고 착각했던 대부분의 것들은 이 사회의 산물이었다는 것을 깨닫자 점수로 평가받는 사회에서 완벽하게 적응해왔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렇게 흔들리기 시작했던 보이지 않는 손은 이명박 정부 말기 전 세계를 휩쓸던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를 들으며 완전히 깨져버렸다.)
한때는 시장 자유론자였던 나로서는 케인즈와 하이에크 사이의 대화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과거의 나를 돌아볼 계기가 되었고,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어떤 철학적인 중심을 잡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되집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변절과는 무관하게 나의 삶은 변화가 없다는 점과 한국의 GDP와 미국의 실업률과는 관계없이 20대의 취업률은 어려워져만 간다는 슬픈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통계학은 (개인적으로) 모르는 것에 대해서 아는 척 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여론을 모르겠으니 설문조사를 통해 아는척하고 모든 물건이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모르겠으니 몇몇 대표 상품에 대해서 조사하고 물가상승률을 발표한다. 모집단을 단순 명료하게 표현하는 것에 평균 (수학적 variation이 불가능 하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중간값) 이상이 없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러하기에 평균이라는 대표값에 소중한 outlier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통계학은 말 그대로 학문이다. 이는 수학, 물리학과 같은 소위 '자연과학'과 경제학, 경영학 등의 '사회과학' 사이에 위치한다. 그래서 어떤 대학교에서는 자연대에 또 다른 곳에는 경영대에 자리잡고 있다. 통계학의 애매한 위치와는 관계없이 경제학은 사회과학이라는 점은 통론이라고 생각한다면, 경제학에서는 대표값으로 outlier를 제거하는 오류는 줄이는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케인즈는 큰 정부를, 하이에크는 작은 정부를 옹호했던 경제학자라고는 하지만 책을 꼼꼼히 읽다보면 케인즈와 하이에크의 입장이 완벽한 대척점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점에서는 케인즈에게 동의하게 되고 어떤 논지에서는 하이에크에 동조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판단의 기준은 '과연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라는 판단과 일치했다는 것을 깨닫는것 역시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깨졌다 생각했던 것조차 착각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미국이 성장했던 것도 사실이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지구의 부의 평균이 상승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만큼 초특급 부자 outlier도 굶어죽는 outlier도 많아지는 것이 과연 올바른 대표값이었을까? 대공황 시기에 하이에크의 말을 들었다고 세상이 달라졌을꺼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결국 사람이나 국가나 본능적으로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케인즈를 따르는 학파이건, 하이에크를 따르는 학파이건 혹은 아직도 막시즘에 빠져있는 학파이건 평균만 보고 outlier를 무시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그래서 전지구의 편차가 줄어들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때보다 사회적 편차가 커지는 요즈음 이들의 대화가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적어도 서로의 갑론을박이 이렇게 두꺼운 책으로 나올 수 있을만큼 존재했다는 증거일테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