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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텍스트의 시대
로버트 스코블, 셸 이스라엘 지음, 박지훈, 류희원 옮김 / 지&선(지앤선)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먼 과거를 돌이켜 볼 필요없이 불과 3-4년 전만하더라도 인터넷 = PC의 공식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무언가를 찾아야 할 때는 궁금한걸 못 견디는 사람은 근처의 PC방으로 달려가거나 피쳐폰으로 데이터 비용을 치르면서 검색하지 않았던가. 스마트폰 보급이 4,000만대를 돌파했다는 요즈음은 길거리에서 지하철에서 네이버 앱 하나로 검색하면 만사형통이다.

 

출근길에 책을 주문해서 사무실에서 받는다거나 버스도착시간을 미리 알아서 눈앞에서 안타깝게 떠나는 버스를 보지 않아도 되는 지금은, PC앞에서만 하던 채팅을 문자 비용이 아까워 고심고심 보냈던 문장을 떠올리면 애잔하기까지 하다.

 

말 그대로 "편리한" 세상이다. 인터넷이 대중화되었을때도 참 편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스마트폰으로 이렇게 편리해지다니. 돌아가신 스티브 잡스께 고마운 마음이 다시한번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페이스북 친구가 넘쳐나고 (비록 하트요청일지라도) 카톡! 카톡! 하루에도 수십개의 톡을 받아도 더 따뜻해졌다거나 더 행복하다기 보다는 그저 더 편리해졌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비단 나의 생각만은 아닐것이다. 요즘은 애인을 만나도 그와의 대화보다 카톡에 집중하고 같이 있어도 서로 다른 유튜브를 보고있기 일쑤 아니던가?

 

예전에는 나의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상대방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업무 중 모르는 단어가 있다면 선배에게 물어보는게 먼저였고 사랑하는 이가 지금 뭐하는지 궁금하다면 달려가서 만나야만 했다. 지금은 지식인의 얕은 답변에 의지하거나 화상통화, SNS로 상대의 기분을 엿보는 것으로 대부분의 니즈가 해결되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탓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동공의 움직임과 음성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운전자가 없어도 차가 움직이는 시대를 반가이 맞이할 수가 없다. 물론, 기술의 발달이 기여하는 바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 결함을 커버할 수도 있고 소외받은 삶에 따뜻한 통로를 만들어 줄 수 도 있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과 인간과의 소통이 인간과 기계와의 소통으로 대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 물론 나 자신도 그러하고 - 두렵고 무섭다. 그래서 헌책방의 냄새가, LP판의 자글자글한 음색이, 골목 뒷다방의 커피맛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컨택스트의 시대, 이 책은 곧 다가올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준다. 책을 읽기 전 나는 구글 글래스가 나온다고? 정도로만 생각했지 보편화되는 것은 아주아주 먼 미래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들도 곧 현실화 될 것이라 생각하니 오싹하기도 했다. 인간과 기계와의 전쟁이 머지 않은게 아닐까? 하는 터무니 없는 공포심에 빠지기도 해서 책을 여러번 끊어 읽어야만 했다. 그렇게 한 단락씩 읽어가면서는 슈퍼 울트라 기술들이 일반적인 시대가 온다 할지라도 '그때는 그때 나름대로 적응하고 살아가겠지'란 대책없는 낙관론으로 스스로를 세뇌시키게 되었다.

 

따뜻한 기술의 시대가 오기를 바라고만 있지 말자. 제발.

당장 내일부터 부모님께 카톡대신 전화를 드려야겠다.

비극보다 희극을 좋아하는 나로선 이 책은 신기함 20% 불안감 80% 였기에 별점은 하나 깎도록 하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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