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디테일 - 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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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은 세부적이며 상세한 부분으로 번역되지만, 그것에는 또다른 감각을 품고 있는 단어임에 틀림 없다. 저자는, 디테일의 이면에 성실함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일본을 통해 공감했고 그 사례와 기록들을 『도쿄의 디테일』에 녹여낸다. 이 책은, 일본을 여행하면서 겪은 찰나의 에피파니(깨달음)이자 고객을 위한 배려를 통해 얻은 '어떻게 성실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고민'에서 출발한다. 젊은 마케터이자 기획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일본의 모습을 소개하고자 했다. 업무에 필요한 디테일 감각과 기록하는 습관을 높이길 원하는 독자를 위해 본문을 다섯 가지 키워드 Communication, Strategy, Interview, Respect, Marketing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도쿄 번화가에 들어선 대형 문구점 '이토야'가 내 마음을 흔든다. 1904년 개업한 이래 무려 114년 동안 일본 문구류 시장을 이끈다는 점에서 압권이다. 층마다 종류와 내용이 다른 백화점처럼, 문구류에 저마다의 생명력과 개성이 담겨 있는 데다가 만물상 비즈니스 전략을 취하면서도 고급화 느낌까지 갖고 있다. 참고로, '빌 마르쉐'는 고급 편의점으로 통하는데 이곳 또한 상품 수가 상당하다. 만물상은 조악하다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한 케이스라 신선했다. 

식사 전후의 소비자를 생각하는 편의점 도시락 속에 담긴 일회용 물티슈와 이쑤시개, 자일리톨 껌통에 담긴 껌만큼의 개수를 가진 종이, 나리타 익스프레스 열차의 각 량 뒷부분에 설치된 '캐리어 셀프 잠금 시스템', 대형 마트 상자에 스티커형으로 부착하는 손잡이 등 사소해 보이지만, 손님이 불편을 느끼는 부분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배려다. 글로벌 장거리 버스 업체로 유명한 메가버스는, 좌석마다 무료 와이파이와 전기 콘센트를 제공하고 도착 예정 시간을 디스플레이 하는 등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모든 것이 규격화나 표준에서 벗어난 시각이겠지만 
가장 내 눈을 사로 잡은 물건은, 키테의 굿 디자인 스토어 도쿄에서 테이프처럼 끊어서 사용하는 '접착식 메모지 스티키 노츠'였다. 평소 나 또한 저자처럼 접착식 메모지를 선호하는 편인지라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사용할 필요성이 있던 부분이었는데 그 불편을 직접 경험한 분이 이를 디자인했고 상용화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끈 제품이고, 2017년 Good Design Best 100에 꼽혔으며 제조 부문 디자인 특별상까지 수상할 정도였다니 그만큼 다수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제품이 아닌가 싶다.

이런 섬세한 배려는 상품만이 아닌 공공장소에서도 발견된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배려한 손잡이 위치에 있는 벨, 공중전화 부스에서 발견한 간이 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배려로 만들어진 '초록불 신호 연장 버튼', 화단 옆의 설치물 등 공공 장소에서 발견되는 편리한 고민들이 따스하게 다가온다.

저자가 매번 일본 여행을 기대하는 이유는, 문화와 디자인, 건축 등에 담긴 독특한 매력에도 끌렸겠지만 무엇보다 그곳에 숨겨진 디테일의 힘을 근원적인 힘으로 보았다. 작은 포인트에서 큰 차이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체감한 것이다. 일본만의 특수한 문화에 '오모테나시'라는 것이 있는데,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면 '신(神)과 손님이 서로 같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손님에게 온 정성을 쏟겠다는 일본의 접객 문화가 상품이나 공공 시설에까지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한 번도 마케터가 돼 보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어떤 것을 고민하는 출발 선상이라면 반드시 기존의 편견을 깨는 작업부터가 중요하다. 저렴하다는 인식을 고급화로 전환시키는 작업, 불편한 데서 오는 고민, 한 걸음 한 뼘의 차이에서 불편을 감소시키고, 다수의 편리와 이익을 생각해본다. 마케터들이 지금의 상품으로까지 최적화 시킨 데는 수많은 실패와 고민이 따랐겠다는 생각이 들고, 무심코 대하는 다이어리의 속지와 우산의 손잡이도 새롭게 다가온다. 좀더 차별을 두기 위해 일상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떠올려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능을 직접 고안하는 작업이라면 지금과는 달라진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 저자처럼 콘텐츠 창작자의 시선이 아닌 고객의 상황에서 진심으로 열린 마음이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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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수학 총정리 한권으로 끝내기 - 개정교육과정 반영, 중학교 1.2.3학년의 수학개념 ‘한권으로 완전정복’
이규영 지음 / 쏠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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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수학 총정리 한권으로 끝내기』는, 중학교 3년 과정의 교과서를 모두 비교 분석한 끝에, 핵심개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개념교과서이다. 심화중심이기보다는, 기초 개념을 근간으로 중등수학이 어떻게 고등수학으로 확장하는지까지도 세심하게 정리해서 보여준다.

 

<3주만에 완전정복하기>
이 책을 매일 1시간 30분 동안 공부한다고 가정할 때, 99개의 필수개념을 3주에 모두 끝낼 수 있도록 계획을 짠 Study Plan이다. 3주 안에 이 책을 모두 끝내려면 하루에 4~6개의 필수개념을 정해진 학습 분량에 맞춰 공부해야 한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계획적인 꾸준한 공부를 유도하는 플랜부터가 공부 의욕을 상승시킨다. 개념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개념편의 [PART A]와, 반드시 풀어볼 것을 권장하는 필수문제편의 [PART B]로 나눠져 있다.

 

위와 같이 필수개념을 먼저 심어주고나면, 난이도는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하지만 기본 개념이 잘 정립됐는지 정확한 이해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SPEED CHECK 문제>를 풀도록 했다. 스피드 체크 문제가 수학개념을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라면, <필수문제>는 학교 시험에 반드시 출제될 만큼 중요한 유형이어서 사고력에 기초한 응용 출제된 문제이다. 난이도는 SPEED CHECK보다 살짝 높다. 모든 것이 그렇듯, 수학 역시 기본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다면 응용문제는 기대하기 어렵다.

『중학수학 총정리 한권으로 끝내기』는 영어로 따지자면, 단어장 같은 기능을 한다. 언제고 막히는 부분을 찾아내서 공식이나 개념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사전과 같다. 또다른 특징이라면, 중학교 3년 과정이 하나로 통합돼 있어 끊김없이 연속적으로 한 개의 영역으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도 예를 들었듯, 1학년에서 함수의 뜻을 처음 배우기 시작하는데, 2학년에서 일차함수를 배우면, 3학년에는 이차함수를 배우게 된다. 이것을 '함수 영역'에서 학년 구분 없이 한꺼번에 연계해서 공부할 수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특정 영역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곳을 집중 마크해서 공부하기에 더없이 편리하고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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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죠, 마흔입니다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마음철학 수업
키어런 세티야 지음, 김광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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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죠, 마흔입니다』는, 중년의 도전을 이겨 내기 위해 배워야 하는 철학적 성찰을 다룬다. 이를 테면, 상실과 후회, 성공과 실패, 원했던 삶과 실제 삶에 대한 괴리감,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삶의 유한성, 무언가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공허함 등에 대한 의문들을 어떠한 방법으로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서이다. 어느 세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공허함을 풀어내는 것이니, 굳이 중년으로 국한할 필요는 없어도 되겠다. 하지만 안내서라고 해서 '명쾌한 대안'은 아니다. 근본적인 삶의 의문에 대해, 철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마음 처방전'이라 하면 옳다.

죽음이라는 불운은 삶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도록 만드는 무언가가 사라지고 부족하고 비었다는 의미에서 불운이다. -p174

전통적 불교도들의 관점에서는 무지(無知)가 핵심이다. 고통의 근본 원인은 '아나타(anatta)' 또는 '무아()'라는 혁명적인 형이상학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있다. -p229
 
'중년의 위기'라는 단어를 자주 접했으나, 중년의 혼란이 야기한 중년의 위기에 대한 반발은 하나의 현상에 대한 과민반응일 수 있다. 새로운 출발의 필요성 속에서 중년의 위기는 행복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경향과 마주해야 맞다. 중년은 불확실성과 퇴행이 아닌, 능력과 개인적 성장의 시기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무엇을 했고 무엇을 못 했는지,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중년의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린 나이에 뛰어난 사상가로 성장한 '존 스튜어트 밀'과 성공회 신부였던 '조지프 버틀러'는 '이기주의의 역설'이라는 통찰을 보여준다. 즉,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마음을 쓰는 것을 행복의 중요 요건을 보았다. 현대의 삶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로 가득한 '경쟁과 결핍'으로 가득한 세상이다. 누구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얼굴을 갖게 된다는 조지 오웰의 말처럼, 우리의 삶이 유형화되기 전에 그 시기에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질문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선택권을 갖는 것의 가치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이미 잃어버린 것을 인정할 수 있을까?

잘되고 있음에도 불평하고 있는가? 원하는 전부를 가질 수 없는 것, 그리고 우리가 가진 것으로는 가지지 못한 것을 상쇄하거나 보상할 수 없는 것은 '약분 불가능성'의 결과이다. 상실감은 삶의 잉여에 대해 마땅히 지불해야 할 대가로서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상실감의 대안은 무엇인지 정의해 본다. 여기서 '데이비드 놉'의 소설 레지널드 페린의 삶을 통해 비치는 것은, 삶은 도망칠 수 없는 감옥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세상임을 보여준다. 과거의 실수와 불운, 실패 등으로 훼손된 삶에 대한 후회를 무시해야 한다. 내 삶을 힘들게 했던 과거의 사건들은 더 이상 바꿀 수 없으며, 두 번의 기회 역시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실수나 실패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까? 과거를 향한 집착은 망상이며 시간이 흐르면서 분노나 수치심도 무뎌진다. 후회하지 않는 방법은, 애초에 기대한 것보다 나은 무언가로 뒤바꾸는 것이다. 결정 자체는 나빴을지 몰라도 과거를 끌어안는 것이야말로 삶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자세다. 실제 삶이 충분히 괜찮고 충분히 위험 회피적이라면 지금까지의 상황에 만족하는 것은 당연히 합리적이다.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불이익이 무엇일지 알고 있을 때,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결정하는 순간이야말로 고통이 수반된다. 버지니아 울프가 아이 대신에 가졌던 '올랜도'라는 책은 그 이상이다. 후회를 회피하려면, 회고에 작별해야 하는 이유다. 

에피쿠로스에게 죽음은 존재의 영원한 끝을 의미했다. 죽음의 공포를 불식시키는 것은 부재(존재하지 않음)라고 했다. 미겔 데 우나무노의 '죽지 않으려는 욕망'은 죽지 않기 위해 너무나 필사적이다. 불가능한 것을 고통스럽게 갈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불운처럼 한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과도한 운명에 집착하는 것이야말로 탐욕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려면, 집착을 버려야 한다. 

원하는 바를 얻었다면, 욕망은 충족된 것이고, 행복해야 하는데, 방향을 잃고 우울해진다. 왜? 갖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 또한 고통이기 때문이다. 완성에 집착하는 계획 때문에 삶이 고갈되는 문제는 성공에 이르러서야 중지할 수 있는 구조다. 사회심리학자 엘런 랭어의 말을 빌리지 않고라도, 현재에 집중하면 활력은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여러 차례 경험하고 있다. 미완료형 활동은 최종 상태를 목표로 하지 않으므로 삶을 고갈시키지 않는다. 완료형 사고방식의 공허와 자기 파괴를 되돌려 주려면, 현재의 후광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불교의 팔정도와 서양식 사유가 만나 하나의 물줄기를 이루는 과정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활용해 봐야겠다. 결과가 없어도 노력할 가치가 있는 것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저자는 '한쪽 다리를 들고 있는 동안에도 얼마든지 읽어낼 수 있도록 쉽게 썼다'고 하지만 자기계발서라기보다는 몇 번씩이고 되뇌이며 곱씹어야 할 철학서에 가깝다. 단어와 문맥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있어 피치못할 난해함이 자주 작용한다. 아무래도 저자의 직업이 MIT 철학 교수인지라, '존 스튜어트 밀'을 위시해 '루크레티우스', '미셸 드 몽테뉴', '시몬 드 보부아르', '엘리엇 자크', '알베르 카뮈', '수전 울프', '쇼펜하우어', '엘런 랭어' 등 철학가와 사상가들의 견해를 두루 담아 해석하고, 저자 자신의 철학까지 담았으므로 분량과 달리 진도는 더디다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위기의 중년들에게희망을 구축하기 위한 최상의 노력이므로 반갑게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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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그림 하나 - 오늘을 그리며 내일을 생각해
529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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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그림 하나』는 일러스트레이터 529의 1년 동안의 일상을 365편의 그림일기로 기록한 일러스트레이션 북이다. 동글동글한 그림들 속에 담아낸 고민과 기분, 그 마음속에 전이된 음악과 명문장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직업적 특성상 겪게 되는 고충들이 많은 지면을 채우고 있고, 일상에서 몰려오는 피로와 사소한 감사의 인사들이 차지한다. 단순하고 평범할 수도 있는 그 느낌을 가감없이 물처럼 담백하게 압축해 가슴에 와닿는다. 날이 바뀌고 달이 바뀌면서 시시각각 계절의 변화를 문장의 변화로도 느낄 수 있다.

 

2월에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이후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림만큼 활자책도 좋아해서, 읽기에 따라 책을 분리하고, 또다시 책을 주문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상처가 솔직하게 잘 드러나 있다. 맥주를 맛있게 먹은 것에 대해 감회가 나오는데 저자는 조금은 어른이 된 느낌이라고 했다. 나도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문제는 그때가 중학생이었으니, 술을 맛있게 먹는다고 해서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닐 것이다. 비행청소년이면 몰라도~ㅋ

저자는 반려견 도도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 도도의 마음을 미처 다 헤아려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프면서도 따스하게 느껴진다. 어릴 때 브로콜리(아기나무)를 먹고 뱃속에서 아기나무가 커질까 봐 무서워서 눈물을 흘린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상황을 앙증맞은 일러스트로 귀엽게 표현해준 부분까지 재밌다.

아무런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은 날은 참담하다. 누구나 자신이 가진 일에 대해 걱정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나조차 당장 내일의 작업을 고민하는 중이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만 같아 조급하다. 마음의 속도는 시속 200km를 달리지만, 몸의 속도는 20km라는 것에 항상 지치곤 했다. 때론 속도전도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꾸준히 달려야 한다는 점이다. 너무 빨리 달리면 지치기 마련이다. 인생은 죽을 때까지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므로 포기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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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째 여왕 백 번째 여왕 시리즈 1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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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야 수도원의 소환은 창세기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먼 옛날 대지의 여신 키는 이 사원을 아기부터 소녀까지 여자 고아들을 위한 피난처로 설립했고, 오직 후원자들의 헌금으로만 운영되었다. 후원자들은 그 대가로 자매들을 자신의 하녀, 첩 또는 아내로 삼을 수 있다. 후원자가 지시하는 대로 살아야 하는 소환만이 창문없는 수도원을 떠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른 자매들과 달리, '칼린다'는 사미야에 남아 친구 '자야'와 함께 수녀회로 가서 신께 예배드리며 살고 싶어했다. 하지만 후원자의 요청에 따라 무술 시합이 열렸고, 예상치 못한 승리로 타라칸드 제국의 지배자인 '라자 타렉'의 간택을 받는다. 모든 소녀가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위, 백 번째 여왕으로 소환돼 터쿼이즈 궁전이 있는 반히로 떠나게 된 것이다.

 

 

 

 

라자의 말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우리는 거역하지 않는다. 우리는 순종한다. -p50


불의 신, '엔릴'은 수많은 인간 아내와 첩을 거느렸다. 백 번째 아내와 결혼하겠다고 발표하자, '아누'는 아들의 탐욕에 격노하여 자신보다 더 많은 아내를 거느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너는 인간을 포함해 백 명의 아내와 첩만 거느릴 수 있노라. 이 숫자를 넘어서는 이들은 모두 바다 속 깊은 곳에 버리겠노라.' 아내와 첩들은 백 번째 아내에게 도전해 마지막 라니가 되기 위해 싸웠다. 엔릴의 백 번째 아내는 그들 중 가장 사랑스러웠고, 불의 신과 결혼했으며, 영원히 가장 사랑받은 아내로 남았다. <엔릴의 백 번째 라니, p52-53> 일부 수정 및 발췌


그녀의 영예를 위해 라자의 아내와 첩들은 가장 성대한 서열 토너먼트를 개최할 것이다. 라자의 첩들에게는 라니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p54


저들은 네가 엔릴의 백 번째 라니의 환생이라고 믿는다. 너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p245

라자는 매우 특별한 자질을 가진 소녀를 찾고 있었고, 그에 합당한 소녀로 칼린다를 선택했다. 타렉은 마지막 라니의 자리를 지켜 낼 수 있는 전사를 원한 것이다. 무술에 소질이라곤 없던 칼린다가 승리한 이유는, 자야를 공격한 '나테사'에게 향한 분노가 칼끝에 모인 탓이다. 또한, 칼린다는 '열병'이라는 지병이 있어 수시로 그녀를 괴롭혔고, 치료사 '바카'는 그녀에게 맞는 약을 처방해 다스려왔다. 제국의 백성들은 빈곤과 슬픔으로 절망하지만, 여자와 권력을 탐내는 독재자 라자 타렉의 궁전은, 백 명의 베일을 쓴 라니와 이백 명이 넘는 첩으로 호화롭기 그지없다. 칼리는 그러한 폭군 왕과 결혼하고 싶지 않지만, 생존을 위해 토너먼트에서 승리해야만 한다. 라자의 첩은, 그가 먼저 취하고 나면 이후 궁전 안의 모든 남자들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성적 노예로 살아가야 한다. 아내 라니들은 라자를 위해서만 존재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다 해도 수도원 대신 궁전이라는 장소만 다를 뿐, 갇혀서 살아가는 건 똑같다.

근위대장 '데븐 나익'은, 병사들과 함께 타렉의 지명을 받아 칼린다와 나테사를 궁전까지 수행한다. 라자가 소환할 당시, 칼린다는 열여덟 살 생애 처음으로 남자의 모습를 보게 되는데 그가 바로 데븐 나익 장군이다. 묘하게도 서로는 첫 눈에 매료된다. 데븐은 칼리를 비라지(선택받은 왕비)라 칭하지만, 눈길에는 사랑이 묻어난다. 그러나 왕의 아내를 사랑하는 대가는 죽음이라는 형벌 뿐이다. 그들의 금지된 사랑이 결실을 맺기를 응원하던 중 궁전으로 향하던 칼리 일행이 괴물이라 불리는 부타의 습격을 받는다. 병사중 일부는 죽임을 당하지만, 칼리의 피에 불의 기운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그녀는 살아남는다. 칼린다 열병의 근원에 부타의 정체성과, 누구도 갖지 못한 막강한 능력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약 삼백 년 전에 악마 '쿠르'는 자신의 가장 막강한 힘을 네 명의 인간에게 부여했다. 반은 악마이고 반은 인간이었던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후손에게 남겨 인간에 대항하는 무기로 사용하게 했다. 버너, 갈러, 트렘블러, 아퀴파이어의 능력(무기)은 치명적이었고, 불의 힘은 가장 강력한 부타의 무기였다. 그들의 복수는 17년 전에 라자 타렉에게 도난당한 <잘레>라는 책에서 시작됐다. 책에는 부타의 혈통에 대한 기록이 있으며, 부타를 모두 찾아내 죽이려는 라자의 이상적인 목록이었다. 부타들은 마을들을 공격해 보복했으나,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한 타라칸드 제국은 1년간의 전쟁 끝에 승리한다. 부타의 군주는 라자가 마지막 비라지를 소환하는 이 시점을 복수의 기회로 보았다. 사실 부타는 악마의 자손이 아닌, 아누 신의 자손이었다.

라자는 마지막 라니를 위해 첫 번째 아내였던 '야스민'을 닮은 소녀를 찾아 달라고 기원했고 야스민의 환생과도 같은 칼린다를 찾아낸다. 결혼식 첫 날 밤에, 지옥에서 태어난 '보이더'의 힘으로 야스민의 영혼을 불러내 칼린다의 몸속에 깃들게 할 계획이었다. 야스민은 아이를 낳다가 죽었고, 타렉의 고통은 음주와 여색에 의존했으며, 수세기 전에 폐지된 서열 토너먼트를 다시 부활시켜 아내들을 결투장 안으로 몰아넣었다. 칼린다의 운명을 예언이라도 하듯, 마추라와 샨은 야스민의 쌍단검을 각자 선물하고, 야스민의 커다란 영향력은 지속해서 칼린다와 연결된다. 형제회 샨과 부타의 군주를 만나고부터, 자신의 출생의 비밀과 숨겨진 능력을 알게 되고, 점차 데븐과의 금지된 사랑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치닫는다. 부타의 군주는 제국 탈환을 꿈꾸며, 신화와 현실을 구분 못하는 라자 타렉은 자신만의 음모를 향해 거침이 없다. 과연 칼린다는 백 번째 라니가 될까, 아니면 부타의 군주에게 힘이 되어 라자 타렉에게 도전장을 내밀까? 그도 아니라면, 새로운 왕을 찾아 타라칸드 제국을 물려주게 될까?

토너먼트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라자의 첫 번째 아내이자 치명적인 전투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킨드레드(첫 번째 라니) '라키아', 첩인 어머니 마추라와 탐욕스런 후원자 가우탐 대장군 사이에서 태어난 '데븐', 라자가 총애하는 첩이자 현명한 인생의 안내자 '마추라', 자야를 이용해 칼린다를 도발하는 '가우탐' 대장군, 잔인한 공격자에서 친구로 변모한 '나테사', 칼린다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형제회의 '샨', 부타 군주의 딸 '안잘리', 황금색 눈빛의 유쾌한 버너 '브락' 등 개성적인 인물들이 대거 등장해 이야기를 풍부하게 한다. 칼린다라는 캐릭터가 사랑받는 이유는, 선택받은 능력 외에도 첩들의 죽음에 조의를 표하는 긍휼한 마음이다. 백성들의 빈곤에 슬퍼하며 루비를 뿌리는 연민의 마음이다. 그녀의 진심은 다른 첩들과 라니에게도 전해져 모두를 자매애로 결속하게 한다. 숨가쁜 반전과 사건들 속에서 한 번 손에 쥐면 놓을 수 없는 중독성 강한 위험한 책이다. 다음 편 <불의 여왕>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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