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째 여왕 백 번째 여왕 시리즈 1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사미야 수도원의 소환은 창세기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먼 옛날 대지의 여신 키는 이 사원을 아기부터 소녀까지 여자 고아들을 위한 피난처로 설립했고, 오직 후원자들의 헌금으로만 운영되었다. 후원자들은 그 대가로 자매들을 자신의 하녀, 첩 또는 아내로 삼을 수 있다. 후원자가 지시하는 대로 살아야 하는 소환만이 창문없는 수도원을 떠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른 자매들과 달리, '칼린다'는 사미야에 남아 친구 '자야'와 함께 수녀회로 가서 신께 예배드리며 살고 싶어했다. 하지만 후원자의 요청에 따라 무술 시합이 열렸고, 예상치 못한 승리로 타라칸드 제국의 지배자인 '라자 타렉'의 간택을 받는다. 모든 소녀가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위, 백 번째 여왕으로 소환돼 터쿼이즈 궁전이 있는 반히로 떠나게 된 것이다.

 

 

 

 

라자의 말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우리는 거역하지 않는다. 우리는 순종한다. -p50


불의 신, '엔릴'은 수많은 인간 아내와 첩을 거느렸다. 백 번째 아내와 결혼하겠다고 발표하자, '아누'는 아들의 탐욕에 격노하여 자신보다 더 많은 아내를 거느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너는 인간을 포함해 백 명의 아내와 첩만 거느릴 수 있노라. 이 숫자를 넘어서는 이들은 모두 바다 속 깊은 곳에 버리겠노라.' 아내와 첩들은 백 번째 아내에게 도전해 마지막 라니가 되기 위해 싸웠다. 엔릴의 백 번째 아내는 그들 중 가장 사랑스러웠고, 불의 신과 결혼했으며, 영원히 가장 사랑받은 아내로 남았다. <엔릴의 백 번째 라니, p52-53> 일부 수정 및 발췌


그녀의 영예를 위해 라자의 아내와 첩들은 가장 성대한 서열 토너먼트를 개최할 것이다. 라자의 첩들에게는 라니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p54


저들은 네가 엔릴의 백 번째 라니의 환생이라고 믿는다. 너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p245

라자는 매우 특별한 자질을 가진 소녀를 찾고 있었고, 그에 합당한 소녀로 칼린다를 선택했다. 타렉은 마지막 라니의 자리를 지켜 낼 수 있는 전사를 원한 것이다. 무술에 소질이라곤 없던 칼린다가 승리한 이유는, 자야를 공격한 '나테사'에게 향한 분노가 칼끝에 모인 탓이다. 또한, 칼린다는 '열병'이라는 지병이 있어 수시로 그녀를 괴롭혔고, 치료사 '바카'는 그녀에게 맞는 약을 처방해 다스려왔다. 제국의 백성들은 빈곤과 슬픔으로 절망하지만, 여자와 권력을 탐내는 독재자 라자 타렉의 궁전은, 백 명의 베일을 쓴 라니와 이백 명이 넘는 첩으로 호화롭기 그지없다. 칼리는 그러한 폭군 왕과 결혼하고 싶지 않지만, 생존을 위해 토너먼트에서 승리해야만 한다. 라자의 첩은, 그가 먼저 취하고 나면 이후 궁전 안의 모든 남자들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성적 노예로 살아가야 한다. 아내 라니들은 라자를 위해서만 존재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다 해도 수도원 대신 궁전이라는 장소만 다를 뿐, 갇혀서 살아가는 건 똑같다.

근위대장 '데븐 나익'은, 병사들과 함께 타렉의 지명을 받아 칼린다와 나테사를 궁전까지 수행한다. 라자가 소환할 당시, 칼린다는 열여덟 살 생애 처음으로 남자의 모습를 보게 되는데 그가 바로 데븐 나익 장군이다. 묘하게도 서로는 첫 눈에 매료된다. 데븐은 칼리를 비라지(선택받은 왕비)라 칭하지만, 눈길에는 사랑이 묻어난다. 그러나 왕의 아내를 사랑하는 대가는 죽음이라는 형벌 뿐이다. 그들의 금지된 사랑이 결실을 맺기를 응원하던 중 궁전으로 향하던 칼리 일행이 괴물이라 불리는 부타의 습격을 받는다. 병사중 일부는 죽임을 당하지만, 칼리의 피에 불의 기운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그녀는 살아남는다. 칼린다 열병의 근원에 부타의 정체성과, 누구도 갖지 못한 막강한 능력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약 삼백 년 전에 악마 '쿠르'는 자신의 가장 막강한 힘을 네 명의 인간에게 부여했다. 반은 악마이고 반은 인간이었던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후손에게 남겨 인간에 대항하는 무기로 사용하게 했다. 버너, 갈러, 트렘블러, 아퀴파이어의 능력(무기)은 치명적이었고, 불의 힘은 가장 강력한 부타의 무기였다. 그들의 복수는 17년 전에 라자 타렉에게 도난당한 <잘레>라는 책에서 시작됐다. 책에는 부타의 혈통에 대한 기록이 있으며, 부타를 모두 찾아내 죽이려는 라자의 이상적인 목록이었다. 부타들은 마을들을 공격해 보복했으나,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한 타라칸드 제국은 1년간의 전쟁 끝에 승리한다. 부타의 군주는 라자가 마지막 비라지를 소환하는 이 시점을 복수의 기회로 보았다. 사실 부타는 악마의 자손이 아닌, 아누 신의 자손이었다.

라자는 마지막 라니를 위해 첫 번째 아내였던 '야스민'을 닮은 소녀를 찾아 달라고 기원했고 야스민의 환생과도 같은 칼린다를 찾아낸다. 결혼식 첫 날 밤에, 지옥에서 태어난 '보이더'의 힘으로 야스민의 영혼을 불러내 칼린다의 몸속에 깃들게 할 계획이었다. 야스민은 아이를 낳다가 죽었고, 타렉의 고통은 음주와 여색에 의존했으며, 수세기 전에 폐지된 서열 토너먼트를 다시 부활시켜 아내들을 결투장 안으로 몰아넣었다. 칼린다의 운명을 예언이라도 하듯, 마추라와 샨은 야스민의 쌍단검을 각자 선물하고, 야스민의 커다란 영향력은 지속해서 칼린다와 연결된다. 형제회 샨과 부타의 군주를 만나고부터, 자신의 출생의 비밀과 숨겨진 능력을 알게 되고, 점차 데븐과의 금지된 사랑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치닫는다. 부타의 군주는 제국 탈환을 꿈꾸며, 신화와 현실을 구분 못하는 라자 타렉은 자신만의 음모를 향해 거침이 없다. 과연 칼린다는 백 번째 라니가 될까, 아니면 부타의 군주에게 힘이 되어 라자 타렉에게 도전장을 내밀까? 그도 아니라면, 새로운 왕을 찾아 타라칸드 제국을 물려주게 될까?

토너먼트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라자의 첫 번째 아내이자 치명적인 전투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킨드레드(첫 번째 라니) '라키아', 첩인 어머니 마추라와 탐욕스런 후원자 가우탐 대장군 사이에서 태어난 '데븐', 라자가 총애하는 첩이자 현명한 인생의 안내자 '마추라', 자야를 이용해 칼린다를 도발하는 '가우탐' 대장군, 잔인한 공격자에서 친구로 변모한 '나테사', 칼린다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형제회의 '샨', 부타 군주의 딸 '안잘리', 황금색 눈빛의 유쾌한 버너 '브락' 등 개성적인 인물들이 대거 등장해 이야기를 풍부하게 한다. 칼린다라는 캐릭터가 사랑받는 이유는, 선택받은 능력 외에도 첩들의 죽음에 조의를 표하는 긍휼한 마음이다. 백성들의 빈곤에 슬퍼하며 루비를 뿌리는 연민의 마음이다. 그녀의 진심은 다른 첩들과 라니에게도 전해져 모두를 자매애로 결속하게 한다. 숨가쁜 반전과 사건들 속에서 한 번 손에 쥐면 놓을 수 없는 중독성 강한 위험한 책이다. 다음 편 <불의 여왕>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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