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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그림 하나 - 오늘을 그리며 내일을 생각해
529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9월
평점 :
『하루 그림 하나』는 일러스트레이터 529의 1년 동안의 일상을 365편의 그림일기로 기록한 일러스트레이션 북이다. 동글동글한 그림들 속에 담아낸 고민과 기분, 그 마음속에 전이된 음악과 명문장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직업적 특성상 겪게 되는 고충들이 많은 지면을 채우고 있고, 일상에서 몰려오는 피로와 사소한 감사의 인사들이 차지한다. 단순하고 평범할 수도 있는 그 느낌을 가감없이 물처럼 담백하게 압축해 가슴에 와닿는다. 날이 바뀌고 달이 바뀌면서 시시각각 계절의 변화를 문장의 변화로도 느낄 수 있다.
2월에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이후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림만큼 활자책도 좋아해서, 읽기에 따라 책을 분리하고, 또다시 책을 주문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상처가 솔직하게 잘 드러나 있다. 맥주를 맛있게 먹은 것에 대해 감회가 나오는데 저자는 조금은 어른이 된 느낌이라고 했다. 나도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문제는 그때가 중학생이었으니, 술을 맛있게 먹는다고 해서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닐 것이다. 비행청소년이면 몰라도~ㅋ
저자는 반려견 도도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 도도의 마음을 미처 다 헤아려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프면서도 따스하게 느껴진다. 어릴 때 브로콜리(아기나무)를 먹고 뱃속에서 아기나무가 커질까 봐 무서워서 눈물을 흘린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상황을 앙증맞은 일러스트로 귀엽게 표현해준 부분까지 재밌다.
아무런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은 날은 참담하다. 누구나 자신이 가진 일에 대해 걱정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나조차 당장 내일의 작업을 고민하는 중이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만 같아 조급하다. 마음의 속도는 시속 200km를 달리지만, 몸의 속도는 20km라는 것에 항상 지치곤 했다. 때론 속도전도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꾸준히 달려야 한다는 점이다. 너무 빨리 달리면 지치기 마련이다. 인생은 죽을 때까지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므로 포기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