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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한 마리가 숲속에 있어 ㅣ 저스트YA 12
김영리 지음 / 책폴 / 2025년 9월
평점 :
#도서협찬책📚
[이 책은 책폴 출판사의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은호’입니다. 은호는 어릴때부터 남들이 보지 못하는 다채로운 세계를 보게 됨으로써 친구들에게는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고, 사랑하는 아빠가 물은 말에 아빠도 자신을 거짓말쟁이 취급을 할까 두려워 피하려 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차에 의해 아빠는 자신을 대신해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끝내 중환자실에서 회복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이에 ‘도시’에 염증을 느낀 엄마는 은호와 외삼촌 종민과 함께 ‘산’인 ‘웅포골’로 가서 ‘별밤산장’을 운영합니다. 아마도 산장 이름에 별이 들어가는 이유는 책의 후반에 나오는데 은호의 아빠는 ‘천문학자’였고, 엄마도 ‘별’을 좋아하는 데다가 산장 앞마당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면 손에 잡힐 것처럼 별이 눈부시게 빛나기 때문이겠지요. 아무튼 아빠의 사고 이후 8년간 은호는 환상을 보지 않다가 갑자기 ‘작은곰(은곰)’이에 대한 환상을 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환상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지 고민했는데 작은곰의 ‘버킷리스트’를 완성하면 될 것 같아서 열심히 하나하나 해쳐나가면서 ‘환상’에 얽힌 비밀과 자신이 마음속에 꽁꽁 감춰두었던 ‘사고’의 원인, 그리고 아빠의 남은 유골도 보내줄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은 청소년 문학치고는 어두우면서도 가볍고, 슬퍼질 것 같으면 은호 엄마의 쾌활함과 작은 곰의 엉뚱한 모습 등을 보여주면서 슬픔과 무거움을 중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작은 곰의 버킷리스트를 완성하기 위해서 은호가 드디어 마음의 빗장을 풀고, 바깥과 상호작용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소설 전체에 조금씩 깔아두었던 ‘복선’을 회수하기도 합니다. (엄마의 깁스, 외삼촌의 그림을 다 찢던 외할아버지, 엄마의 계속되는 헛손질 등)
작은 곰과 함께하는 버킷리스트는 어떻게 본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여길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은호의 마음의 빗장 문을 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요. 1. 도둑질하기, 걸려서 혼나기. 2. 식당에서 세상 제일 맛없는 음식 먹기 3. 별명 백 개 만들기 4. 외계인과 ET 손가락 대기 5. 고백했다 차이기. 이 다섯 가지의 항목을 차례대로 풀이하자면 첫째로 은호는 자신 때문에 아빠가 죽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자신이 보는 환상이 문제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자연스레 철이 빨리 들 수밖엔 없었을 것입니다. 거기다가 ‘산’으로 가면서 자신을 세상과 단절시켜버렸기에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쉽사리 저지르는 ‘도둑질’ 등의 ‘사고’를 한 번도 칠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어떻게 본다면 은호를 그 나이 또래처럼 행동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였을까요. 두 번째로 식당에서 세상 제일 맛없는 음식 먹기를 달성하기 위해서 자신의 산장의 부엌을 들어가게 되면서 엄마가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와, 책의 앞 부분에서는 ‘쑥’을 캐라는 얘기만 나와도 도망치기 일수였는데 작은곰을 만나고 난 이후로는 먼저 자원해서 쑥을 캐러가자고 합니다. 세 번째로 별명을 만드는 항목에서는 꼼수를 쓰려다가 외삼촌의 별명이나 엄마의 별명 등에 얽힌 일화도 듣게되면서 아빠에 대해 꽁꽁 감춰두었던 호기심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당연히 은호의 마음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지만요.
네 번째 항목에서부터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합니다. 알고 보니 자신의 외삼촌도, 외할아버지도 그러한 환상을 봤다는 사실과 그 환상에 대해 얽힌 비밀을 풀어주기 시작하면서 은호가 작은곰에 대해서 혹시 ‘아빠’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기 시작합니다. 물론 비극이 찾아오려 하다가도 큰 고난 없이 잘 해결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가 지나가면서 은호는 더이상 작은곰을 볼 수 없었는데 이러한 와중에 엄마가 겨울산을 등반하여 아빠의 유골을 뿌려주자고 하면서 마지막으로 아빠의 사고가 났던 날의 환상을 마지막으로 작은곰과 이별의 인사를 함으로써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어떻게 본다면 비극적인 요소들이 가득 찬 이 책이 동화적인 이야기의 형태를 빌렸기에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결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너무 어렸기에 사랑하는 아빠에게마저도 거짓말쟁이로 불리고 싶지 않아서 도망친 그 순간에 갑자기 일어난 사고로 인하여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가 죽고, 혹시라도 그 사고로 인하여 마음 한켠엔 엄마가 묻거나 원망의 대상이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품은 채로 그 시절에 멈춘 채 세상과 자신을 단절시킨 상태로 몸만 커져버린 은호가 작은곰의 환상과 함께 버킷리스트를 해결하면서 마음의 빗장을 풀고 세상과 다시 교류하기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것을 시사하는 바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꼭 은호와 같은 아픔이 없더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청소년 뿐만 아니라 그저 일반인에 불과한 어른들에게도 은호에게 갑자기 나타나 무한한 애정을 보여주던 작은곰과 같은 존재가 나타나길 바라면서, 이 책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이에게 작은 위안의 순간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책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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