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
산다 치에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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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판타지, 이른바 로판으로 불리는 청춘물이다. 270여쪽 장편소설로 만들었으니 꽤 긴 호흡이다. 1년이라는 시간을 배경 삼아 일본 고등학생들의 우정, 연애, 가족애를 두루 담았다. 작가는 보석병이라는 불치병을 창안했는데 혹시나 하고 검색해봤더니 역시나 가상의 불치병이다. 꽤나 설정이 드라마틱한데, 자신 때문에 아빠가 사망하고 엄마와 동생들과 어려운 가정을 꾸려나가야 하는 여주인공 리나. 대학 진학이 코 앞이지만 자신의 심장에서 자라나는 보석같은 종양이 시한부 삶이라는 비극을 선사했지만 가족에게 큰 선물을 하고 떠나고 싶은 마음과 청춘의 아름다운 우정, 사랑, 꿈을 포기할 수 도 없었던 절절한 마음이 작품 전체에 녹아 있다. 책 후반부의 결말이 다시금 책을 살펴보아야 할 만큼 약간의 혼란을 주어서 광고 카피에서 처럼 두번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웹소설 처럼 짧은 호흡의 장르에서는 이 작품을 살리기는 어려웠을 듯 하다. 이 소설은 결말의 반전을 위해 차근 차근 빌드업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긴 호흡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One source Multi use의 순서를 밟으면 대중적인 성공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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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오류에 대한 철학적 안내서
호세 A. 디에즈.안드레아 이아코나 지음, 이상원 옮김 / 일므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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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쪽의 적은 분량이지만 솔직히 잘 읽히지 않는다. 분명히 "사랑에 대한" 이 아니라 "사랑의 오류"에 대한 철학적 안내서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랑의 철학적 담론을 설명하면서, 또한 그것의 오류에 대한 추론을 열거하므로 내용은 다소 묵직하고 산만하다.

지아코모 카사노바는 사랑이란 정의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책은 철학적 안내서이기에 사랑은 열정, 열정의 다양성, 비대칭성 등의 특성을 - 우리가 수궁할 만한 내용을 - 다룬다. 즉 에로스에 대한 내용으로 국한하는데 이는 가족이나 친구를 향한 다양한 감정과 존중을 뜻하는 필리아는 배제했다는 뜻이다.

너니까 오류, 미덕 오류, 잃어버린 사랑의 오류 등 몇가지 오류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철학적 설명이기에 감정적 울림이 덜 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중에서 떠나간 후에야 사랑하기 시작했어라고 울먹이는 잃어버린 사랑의 오류에 대한 고찰은 낭만적 사랑의 대표적 후유증이기에 그나마 공감이 쉽다. 그렇다면 이 책은 사랑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저자는 살짝 돌려 말한다. 그렇지 않다. 사랑은 삶의 일부분이다. 그걸 포기하라고 권고할 수는 없다. 사랑이 의지에 달려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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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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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의 사전적인 의미는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 또는 정하여진 방식에 따라 치르는 행사로 정의된다. 인간 뿐만 아니라 동물의 왕국에도 다양한 의례를 통해 놀이, 구애, 인사, 애도 등의 관계를 맺으며 사회적 연결 고리를 풍성하게 발전시킨다. 코끼리는 자기보다 서열이 높은 수컷의 입에 코를 갖다 대며 인사한다. 특별히 서열이 높은 수컷 코끼리에게는 코끼리들이 줄지어 인사할 때도 있는데 이것은 마치 사람이 종교 지도자나 마피아 두목의 반지에 입맞춤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수컷공작의 화려한 꼬리는 짝짓기에 성공하기 위한 몸부림인데 이로 인해 포식자에게 잡혀 먹을 확률도 높아진다. 하지만 수컷공작의 입장에서는 볼품없는 모양새로 포식자를 피하는 일보다 화려하게 치장해서 짝짓기에 성공하는 일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의례의 역사로 보자면 인간의 것 보다 자연에서 일찌기 탄생한 다양한 동물에 의해서 먼저 치뤄진 것이다. 인간의 의례가 사회적 동물의 기본적인 모형을 모방한 것이기에 의례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도 동물 세계의 일부이기에 인간도 의례를 행한다고 생각하면 아주 심플하다. 저자는 인간의 입장에서 동물들이 행하는 10가지 의례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는데 동물원의 코끼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인간의 이기심을 책망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동물원 코끼리는 죽은 코끼리를 위해 몸에 흙을 뿌리거나 나뭇가지를 덮는 행위를 하지 않는데 이것은 그들이 한 번도 본적도 없고 의례를 행할 만한 기회를 원천 차단 당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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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소개서 - 45억 년을 살아온 행성의 뜨겁고 깊은 이야기 인싸이드 과학 4
니콜라 콜티스 외 지음, 도나티엔 마리 그림, 신용림 옮김 / 풀빛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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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세기 그리스의 천문학자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 둘레가 약 4km임을 단지 1%의 오차로 정확하게 추정했다. 그는 지구가 구형이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중세 암흑기 동안 이 사실은 묻혔고, 15세기가 되어서야 재발견했다.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궁금했다. 폭발적인 연구가 시작된 시기는 2차 세계대전으로, 아이러니하게도 핵폭탄의 폭발로 지구를 진동시키게 되면서 지구 내부와 원소의 특징을 알수 있는 힌트를 얻었다. 45억년전 탄생했을 걸로 추정되는 지구는 크게 나누어서 핵 맨틀 지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렁물렁한 맨틀에 떠 있는 지각은 여러개의 퍼즐조각처럼 판으로 이루어져서 응축된 에너지로 인해 서로 부딪치고 간섭하며 오늘날의 지표와 바닷속의 풍경을 만들어 냈다. 화산 지진등의 활동은 지구가 하나의 유기체로서 움직이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주에 대한 탐사는 지구를 더욱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외계행성에 관해 연구함으로써 지구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지구의 심장은 핵이라고 할 수 있다. 뜨거운 철로 이루어진 핵의 바깥 부분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렁물렁한 깊은 바다이다. 도체이기에 자기장을 띠는 핵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남극지방을 북극의 자성을 띠게도 만들고 중력의 발현지로서 만물을 끌어당겨 우리가 지표에 붙어서 살게 한다. 이책은 알록달록 귀여운 삽화와 알기쉬운 번역으로 교양과학서의 매력을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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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의사의 일기
아오키 신몬 지음, 조양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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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납관부 일기다. 납관부....하는 일을 직관적으로 묘사한 단어지만 정작 그들의 국어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은 말. 생계를 위해 우연히 뛰어든 관혼상제회사에서 시신을 염습하고 입관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온 아오키 신몬의 일기다. 납관부 일을 하면서 써왔던 단편적인 일기를 기초로 해서 소설적 구성을 취해 장의사 혹은 납관부의 경험을 솔직하게 썼다. 일본은 집에서 장사지내는 전통이 꽤 오랫동안 남아 있던 듯 하다. 의뢰받은 상가집에 출장을 나가 일처리 하는 과정에서 시신을 둘러 싼 유족, 문상객들과의 좌충우돌, 천태만상의 풍경을 자아내며 삶과 죽음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시대에는 수시로 사를 입에 올리며, 때로는 사를 미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오늘날과 같이 일상생활 중이나 사상 가운데 사가 눈에 띄지 않는 듯한 의 시대에는, 사를 패배이자 악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죽음이 늘 곁에 있던 시대에는 죽음을 얘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영원히 살 것처럼 우리는 죽음에 대한 터부를 곳곳에 숨겨두고 사람들의 입을 막고 있다. 작가는 죽음의 의미를 종교, 철학, 문학 등 인문학을 배경으로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특히 일본 불교의 지류중 하나인 정토진종에 대해서도 많은 장을 할애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납관부에서 시작해 전무와 감사의 별을 달고 삶과 죽음을 담담하게 고찰했던 작가는 작년에 폐암으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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