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게무의 여름 - 제73회 소학관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 제71회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 다산어린이문학
모가미 잇페이 지음, 마메 이케다 그림, 고향옥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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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서 수환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코미디언 고 서영춘씨가 고전유머극장에서 급박한 상황인데도 이름이 어마어마하게 긴 자기 아들을 숨 넘어가며 부르는 장면이다. 일본의 전통만담 '주게무'는 이렇게 이웃나라에도 웃음을 주는 소재였다. 부모가 아이의 장수를 기원하며 여러 길조의 이름을 모두 붙여 아이의 이름은 매우 길어졌다. 천신마을의 4학년 아이들중 하나인 가쓰는 주게무 만담을 맛깔나게 전달할 수 있는 아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근위축증이란 병에 걸려 하루하루 근육이 빠져나가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세 명의 친구들이 없었다면 집에서만 지내야 할 지도 모른다. 가쓰의 집은 야마, , 그리고 아킨의 아지트다. 약속이 없어도 언제나 모이면 엄청난 모험과 탐험을 꿈꾸는 아이들이다.

무섭지만 알고보면 다정한 할아버지, 남자아이들의 담력을 시험하는 조그만 시냇물, 마을 뒷동산의 신령스런 오래된 나무 등 어릴 적 한 번쯤은 경험해 본 대상과 사물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친근한 추억들이다.

짧은 어린시절이어서 그립고 순수한 우정이 있어 아련한 여름이다. 주게무의 간절한 기원으로 가쓰가 천신의 힘을 얻어 씩씩하게 내달리는 청년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좋을 것 같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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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적당한 말이 없어
정선임 외 지음 / 해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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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낯선 곳은 새로 시작하는 곳이다. 빈 공책을 준비하듯 삶은 늘 새로운 공간에서 출발한다. 기후와 햇빛, 공기가 다른 낯선 곳은 온 몸이 새로운 적응을 위해 애쓰게 만든다. 새 삶을 위해, 혹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묵은 기억을 털어 내기 위해 이방을 찾는다.

네 편의 앤솔로지는 포루투갈 리스본, 인도 뱅갈루루, 태국 방콕 이어서 미국령 사이판으로 옮겨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방의 현장감은 이번 앤솔로지에서 중요한 감상 포인트일 것이다. 독자가 현지에 머물며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듯, 생생한 로컬이미지는 스토리와 더불어 소설을 읽는 맛을 증폭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정선임과 김봄의 작품은 현지인과 음식, 숙소 등 다양한 시각화 작업 덕분에 이국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스토리가 진행된다. 반면에 김의경, 최정나의 현지화 작업은 대사와 스토리에 가려져 덜 드러난 듯 보인다. 물론 작품의도가 충분히 전달되는 것이 목적인 만큼 단편소설에서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특히 최정나의 "낙영"은 대사위주의 전개로 인해 스토리의 가독성과 현지화 작업에 무리가 느껴진 것은 사실일 것이다.

이방에서 말이 통하는 것은 여행객의 휴식과 안위를 담보하는 중요한 도구일 것이다. 모국어로 소통하는 우리는 서로에게 얼마나 축복과 평화의 메시지를 주고 받는 지 머나먼 이방에서야 겨우 감지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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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한국 - 오늘의 데이터에서 내일의 대한민국 읽기
박한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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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단출한 제목이다. 숫자와 한국 사이에는 여러 가지 수식어를 넣어 뽐낼 수도 있었다. 숫자로 보는 한국, 숫자와 그래프로 진단하는 한국, 숫자와 논리로 알아보는 오늘의 한국..... 등등. 그런데 "숫자 한국"이다. 행간을 찾아 생각해보기를 원하는 저자의 속셈이리라.

고대부터 가축의 수를 나무에 새기고 농작물의 생산량을 점토판에 기록한 이유는 숫자의 효용을 알았기 때문이다. 많고 적고 크고 작고 늘고 줄고 좋고 나쁘고..... 오감을 활용한 숫자의 체감은 개인의 생존뿐만 아니라 부족과 국가의 존립을 가능케 한 인류의 자산이다.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 파라오는 인구조사를 명령했다. 데이터를 생산하는 데는 돈과 노력이 필요한 국가적인 사업이었다.

본문에서 흥미로운 표와 그래프가 하나 있다. 하수 분석 기반 마약류 사용량 추정치로써 쉽게 말해 하수 종말 처리장에서 마약의 잔존물을 검출한 자료인 것이다. 마약사범의 대소변이 하수도로 흘러 마약 잔존물이 하수처리장에 모이는 것이다. 연도별 마약류의 검출 자료가 지역과 마약류 별로 표와 그래프로 표시돼 있다. 마약류 1회 사용량과 지역별 인구대비를 통해 대략의 마약사범을 특정할 수 있으며 연간 마약사범 검거 인원을 비교해 숨어 있는 마약사범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데이터를 통해 마약사범의 범위를 좁히는 노력은 숫자의 훌륭한 공공성이다.

이 책은 데이터 사이언스 에세이를 표방하고 있다. 친절하게 표와 그래프를 던져주고 데이터를 읽는 법과 의미를 떠먹여 준다. 그렇게 받아먹다 보면 표와 데이터가 안중에 없게 되는 결과가 생겨서 유감이긴 하다. 만약 누군가 달랑 그래프 한장 던져주면서 데이터와 의미와 한계를 설명하시오 하면 어떨까? 소설을 쓰던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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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 혁명 - 맛은 즐기고 칼로리는 낮추는 비밀
레이첼 허즈 지음, 장혜인 옮김 / 인라우드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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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보름간 감기를 앓았다. 감기가 독한 건지 몸이 약해 진 건지 여느 때 보다 길게 시달렸다. 메마른 콧속 점막은 냄새를 맡지 못했다. 억지로 뜬 참치죽은 뜨겁고 밍밍한 암죽에 불과했다. 벌컥 두려워졌다. 영원히 미각을 잃고 무슨 낙으로 살 수 있을까?

엄밀히 말하면 미각이 아니고 후각이다. 코가 막혀도 짠맛과 단맛 정도는 구별되지만 이른바 풍미라고 불리는 음식 분자들은 비강에 수없이 존재하는 냄새 수용체 덕분에 맛으로 승격된다.

저자 레이첼 허즈는 심리학과 생물학을 전공했다. 음식과 심리, 먹는 것과 마케팅의 상관관계를 사례와 실험을 통해 알려준다. 반세기 전만 해도 인류는 굶주리지 않기 위해 먹을 것을 찾았다. 물론 지금도 기후위기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 몇몇 나라는 원조 식량으로 연명한다. 현재 우리는 더 먹기 위해, 혹은 잘 먹기 위해 산다. 음식은 넘쳐나고 음식에 대한 정보도 과잉이다. 미국 전체 인구의 약 73%는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에 있다. 대한민국도 다르지 않다. TVSNS는 하루 종일 먹방과 음식 사진으로 도배된다.

성욕과 식욕은 인류를 번성케 한 욕망이다. 성욕은 결혼과 문화, 법률의 힘으로 욕망을 이루고 달래고 속여왔다. 통제되지 않은 욕망은 죄를 짓고 벌을 받았다. 그에 비해 식욕은 근래까지도 생존과 권력의 상징이었다. 쌀과 빵이 모자라 군란이 일어났고 시민들이 혁명을 모의했다. 또한 통제 받지 않은 식욕은 벌을 받지 않는다. 다만 비만과 성인병으로 죽을 뿐이다.

미국인 허즈박사의 음식얘기는 흥미롭다. 그녀의 소울푸드는 맥앤치즈이고 내 영혼의 음식은 순대국밥이니 동서양 미식의 거리는 태평양만큼 멀지만 그 또한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꼬리칸의 승객들이 반란을 일으킨 이유중 하나는 단백질블록에 대한 불만이다. 맛이 고약해서도 바퀴벌레가 원재료이기 때문도 아니다. 다만 같은 음식을 일년 내내 먹게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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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나가 처음 만나는 법 - 계약, 직장 생활, 결혼과 이혼, 인플루언서 활동까지 나를 지키는 현실밀착 법률
장영인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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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갓 제대한 청년이 있다. 사회에 나왔다는 기쁨도 잠시, 그 앞에 놓인 인생의 숙제를 해결해야할 차례다. 그동안 모은 적금과 부모에게 받은 돈으로 독립해서 살고 싶다. 될 수 있으면 직장과 가까운 집이 였으면 좋겠고 몇 년 동안 사귀던 여자친구는 그와 함께 살고 싶어한다. 음악관련 유튜브도 운영하고 싶은 그는 요즘 설레면서 두렵다. 집을 구하다 전세사기를 당하지 않을까? 음악학원 강사 자리를 얻었는데 원장이 갑질한다고 소문났던데 괜찮을까? 학원생을 유튜브에 올리는 건 꼭 허락을 맡아야 하는지, 그리고 동거를 원하는 여자친구와 혼인신고 없이 살아도 되는 건지, 학교와 부모에게 배우지 못한 궁금증을 인터넷에서 찾아 보지만 대부분 광고 목적이 대부분이고 정확한 정보를 찾기도 어렵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므로 도덕적 관점을 끈질기게 부여잡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법률로 설명할 일이 별로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최소한을 허용하지 않은 시정잡배와 사기꾼, 협잡꾼들이 판치는 곳이다. 순진한 얼굴로 바라보는 그들에게는 만만한 밥줄로 보이기 십상이다. 정규교육을 마친 사람들은 적어도 민법총칙을 읽어 보고 사회에 나가는 게 좋겠다. 민사에 얽힌 기본원리를 알고 나면 혹시 나중에 법률에 기댈 때 심적 부담이 덜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위에 제시한 청년의 당면과제를 사례별로 풀어서 정보와 재미를 준다. 법꾸라지와 법무지렁이가 같은 땅위에서 서로 얽혀 살고 있다. 교묘히 법망을 피하는 법꾸라지는 잡아서 추어탕을 해먹으면 그만이지만 법무지렁이는 자기 몸이 반토막이 나서 녹아내리는데도 그걸 모르고 흙속에서 썩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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