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주에는 위 아래가 없다. 등을 바닥에 댄 채 피와 살이 아래로 축 퍼지는 중력이 주는 진정한 휴식을 경험할 수 없다. 그런 우주에서 태어난 궤도연합군 참모부 소속 작전 장교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지구 태생의 연인에게 정기적으로 소식을 전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메시지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인류가 숭상하는 바이블중의 하나인 예언서에 따르면 파멸의 신전이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천체에서 날아온 외계의 존재와 만나게 된다. 그 외계생명체와 물리적 충돌, 즉 우주전쟁을 치루고 있다. UES 소속의 거대한 궤도연합군 함대는 수백 척의 함선을 아우르고 있고 함대를 감독, 견재하는 감찰군도 정예함선을 이끌고 전쟁에 참전했다. 우주는 대기가 없기에 소리없는 총격과 폭발, 예측할 수 없는 기동의 연속이다. 주력화포에 해당하는 루시퍼입자, 함선의 회피기동인 버글러 기동 등 작가의 상상력은 우주전쟁에서 그럴듯한 전장상황을 그려 낸다. 우주전쟁은 적군과 싸우는 간단한 상황만이 아니다. 아군의 내부갈등은 감찰군이 내사에 착수할 만큼 복잡하다. 예언서의 예언과 전장의 군인이 느끼는 최전선의 느낌은 엄연히 다르다. 함선의 고요한 냉기와 엄청난 속도와 폭발은 상상만해도 우주적이다.

작가는 10년전 처음 소설을 출간하고 우주 전쟁 소설로 읽히길 원했다. 제목이 청혼인데 가능한 주장인지는 모르지만 10년이 지난 후 개정판을 내면서는 독자에게 공을 넘겼다. 로맨스가 없는 연애소설이 가능할까? 너무 짧은 만남 그리고 연인에 대한 묘사가 없는 연애소설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피라이터의 표현법 - 1초 만에 생각을 언어화하는 표현력 트레이닝
아라키 슌야 지음, 신찬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상에는 누런 갱지에 스프링 파일로 엮은 연습장이 있다. 잘 써지는 볼펜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낙서를 한다. 생각나는 대로 적는다. 그림도 좋고 여러가지 기호를 더해도 좋다. 수업시간이나 회의시간에 몰래 해야 더 재밌다. 우리는 이미 이 책에서 비법처럼 얘기하는 행동을 학교에서 혹은 회사에서 하고 있었다. 이미지나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A4 한 장에 자유롭게 적는다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표현법의 시작이자 핵심이다.

흔히 사람들은 광고업자들이 제품의 특성이나 서비스의 장점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광고주가 주최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킥 오프라는 불리는 첫 회의를 하는 광고업자들은 '어떻게' 보다는 '무엇을'에 보다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무엇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언어화하고 문자화해서 '어떻게'라는 보다 효과적인 전략을 만들어 내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문학 작품의 경우, 시는 시인이 구상한 시적 제재와 표현을 함축해서 이미지화된 결과물을 완성한다. 독자는 이를 다시 문자에서 압축을 풀어 머릿속에서 시인의 의도를 이미지화 한다. 결국, 의식 - 문자 - 이미지 라는 순환 구조로 인간은 소통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수인간 - 삶의 격을 높이는 내면 변화 심리학
최설민 지음 / 북모먼트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수와 음수, 오랫만에 들어보는 더하기와 빼기, 플러스와 마이너스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인간형을 양수인간과 음수인간으로 구분해서 긍정과 부정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줄거라 생각했다. 틀린 예상은 아니지만 굳이 이분법적인 접근이라기 보다는 대중심리학과 성공심리학 그리고 유튜브에서 콘텐츠로 다뤘던 자기계발의 내용을 주내용으로 삼았다.

초반부에는 힘있게 출발하면서 눈에 띄는 대목이 제법 있다. 나는 변수이며 또 다른 나, 타인, 세상은 결코 변하지 않는 상수임을 인정할 때 나의 변화된 행동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는 게 이 책의 요지다. 요즘 유행하는 아무개 × 아무개, 아무개 × 타인, 아무개 × 세상처럼 내가 0이 아닌 1이상의 무엇이라면 곱해서 나온 결과값은 나의 존재값의 크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순간 혹해서 그래 맞아 그렇지 하면서 감격의 커피를 홀짝이며 집중해 본다. 그런데 중반 이후 점점 페이스가 떨어지더니 고전심리학 몇 소절, 관계심리학 몇 장면을 보여주며 어째 힘을 잃으며 완주를 못하는 느낌이다.

세상은 양수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 주역이던 양자물리학이던 보통의 상식으로던 음과 양은 조화와 균형의 합일을 이루어야 안전하고 평화롭다. 더하거나 덜하면 결국 터지고 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세이 써 볼까?
김도현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목차만 살펴보면 근사한 에세이 한편을 뚝딱 쓸 것만 같다. 주제, 구성 그리고 제목 짓는 법까지 속속들이 알찬 것 같은데 정작 나중에는 뭘 읽었는 지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수 없는 견습작가다.

눈에 띄는 구절이 있다. 기승전결이 원래 한시를 구성하는 방법이란다. 기는 시작하는 부분, 승은 그것을 이어받아 전개하는 부분, 전은 시의 의미를 전환하는 부분, 결은 시를 끝맷는 부분. 그중에서 전이 예상밖의 반전을 일으켜 독자의 의표를 찔러 흥미를 동반케 한다는 것은 정말 반전이다. 한시가 그 정도의 구성력을 가진 장르인지 몰랐다. 무식하니 평범한 것도 새롭다. 그밖에 3단구성이니 5단구성을 설명하지만 학교다닐 때 많이 들어서 별로 감흥이 없다. 그러니 직접 써 보는 수 밖에 없다.

일단 문장 한 줄을 주어 목적어 서술어를 구성해서 담백하게 써보자. 쓸데없는 형용사나 부사도 나중에 퇴고하면 되니까 일단 최대한 문법에 맞게 이어 나간다. 마침표를 찍으면 한 문장이 완성된거고 이어서 비슷한 의미의 문장이나 좀 더 확장할 문장을 써서 문장의 가족인 단락 혹은 문단을 완성해보자. 단락은 발언권있는 기초단체인 것이다. 이어진 단락이 모여서 좀 더 힘있는 주제를 통합한 중앙정부인 ''이 된다. 단락과 전문을 기초단체와 중앙정부로 비유한 아이디어가 자못 뿌듯하다. 그렇다. 글은 다른 사람의 심금을 울리기전에 나를 즐겁게 하고 치유하는 도구다.

책은 힌트에 불과하다. 오히려 모든 것을 가르치려 하는 책을 경계해야 한다. 하물며 에세이라는 자유분방한 글쓰기를 옥죄는 무서운 선생님이 있다면 나는 등교거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국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거야 - 잘 풀리는 인생을 발견하는 법
최서영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가전주부'를 본 적 있다. 말 그대로 가전 제품을 주부 입장에서 리뷰하는 콘텐츠였다. 그런 이가 자기계발서 혹은 에세이로 읽힐 책을 냈다. 유튜브에서도 자기가 직접 사고 쓰던 물건을 자기식 대로 풀어내 호평을 받았듯 이 책도 여태까지 살아온 자기 경험이 주요 소재가 됐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가 현재는 60만 구독자가 환호하는 유튜버로, 동남아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살고 있는 그녀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인생의 스킬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자기계발서는 휘발성이 강하다. 쏟아진 기름은 금방 말라 버리며 불을 붙이면 휘리릭 타오르다가 더 이상 탈 것이 없으면 꺼져 버린다. 대형서점 서가에는 독자에게 읽히고 싶은 따끈따끈한 자기계발서가 빼곡하다. 힘들고 지친 일상을 안위하려는 독자들에게 그것들은 최상의 희망을 선사하고 어느새 휘리릭 잊혀진다. 더구나 스토리가 빈약한 메시지는 오래가지 못한다. 서사가 반듯하지 못해 마음속 깊이 파고 들지 못한 열띤 구호는 금방 사그러진다. 그러니 때가 되면 배가 고파 밥을 찾듯이 허기진 영혼에는 동네 아줌마의 인생 강의가 달지 않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