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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 혁명 - 맛은 즐기고 칼로리는 낮추는 비밀
레이첼 허즈 지음, 장혜인 옮김 / 인라우드 / 2025년 1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보름간 감기를 앓았다. 감기가 독한 건지 몸이 약해 진 건지 여느 때 보다 길게 시달렸다. 메마른 콧속 점막은 냄새를 맡지 못했다. 억지로 뜬 참치죽은 뜨겁고 밍밍한 암죽에 불과했다. 벌컥 두려워졌다. 영원히 미각을 잃고 무슨 낙으로 살 수 있을까?
엄밀히 말하면 미각이 아니고 후각이다. 코가 막혀도 짠맛과 단맛 정도는 구별되지만 이른바 풍미라고 불리는 음식 분자들은 비강에 수없이 존재하는 냄새 수용체 덕분에 맛으로 승격된다.
저자 레이첼 허즈는 심리학과 생물학을 전공했다. 음식과 심리, 먹는 것과 마케팅의 상관관계를 사례와 실험을 통해 알려준다. 반세기 전만 해도 인류는 굶주리지 않기 위해 먹을 것을 찾았다. 물론 지금도 기후위기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 몇몇 나라는 원조 식량으로 연명한다. 현재 우리는 더 먹기 위해, 혹은 잘 먹기 위해 산다. 음식은 넘쳐나고 음식에 대한 정보도 과잉이다. 미국 전체 인구의 약 73%는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에 있다. 대한민국도 다르지 않다. TV와 SNS는 하루 종일 먹방과 음식 사진으로 도배된다.
성욕과 식욕은 인류를 번성케 한 욕망이다. 성욕은 결혼과 문화, 법률의 힘으로 욕망을 이루고 달래고 속여왔다. 통제되지 않은 욕망은 죄를 짓고 벌을 받았다. 그에 비해 식욕은 근래까지도 생존과 권력의 상징이었다. 쌀과 빵이 모자라 군란이 일어났고 시민들이 혁명을 모의했다. 또한 통제 받지 않은 식욕은 벌을 받지 않는다. 다만 비만과 성인병으로 죽을 뿐이다.
미국인 허즈박사의 음식얘기는 흥미롭다. 그녀의 소울푸드는 맥앤치즈이고 내 영혼의 음식은 순대국밥이니 동서양 미식의 거리는 태평양만큼 멀지만 그 또한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꼬리칸의 승객들이 반란을 일으킨 이유중 하나는 단백질블록에 대한 불만이다. 맛이 고약해서도 바퀴벌레가 원재료이기 때문도 아니다. 다만 같은 음식을 일년 내내 먹게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