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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써 볼까?
김도현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3월
평점 :
책의 목차만 살펴보면 근사한 에세이 한편을 뚝딱 쓸 것만 같다. 주제, 구성 그리고 제목 짓는 법까지 속속들이 알찬 것 같은데 정작 나중에는 뭘 읽었는 지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수 없는 견습작가다.
눈에 띄는 구절이 있다. 기승전결이 원래 한시를 구성하는 방법이란다. 기는 시작하는 부분, 승은 그것을 이어받아 전개하는 부분, 전은 시의 의미를 전환하는 부분, 결은 시를 끝맷는 부분. 그중에서 전이 예상밖의 반전을 일으켜 독자의 의표를 찔러 흥미를 동반케 한다는 것은 정말 반전이다. 한시가 그 정도의 구성력을 가진 장르인지 몰랐다. 무식하니 평범한 것도 새롭다. 그밖에 3단구성이니 5단구성을 설명하지만 학교다닐 때 많이 들어서 별로 감흥이 없다. 그러니 직접 써 보는 수 밖에 없다.
일단 문장 한 줄을 주어 목적어 서술어를 구성해서 담백하게 써보자. 쓸데없는 형용사나 부사도 나중에 퇴고하면 되니까 일단 최대한 문법에 맞게 이어 나간다. 마침표를 찍으면 한 문장이 완성된거고 이어서 비슷한 의미의 문장이나 좀 더 확장할 문장을 써서 문장의 가족인 단락 혹은 문단을 완성해보자. 단락은 발언권있는 기초단체인 것이다. 이어진 단락이 모여서 좀 더 힘있는 주제를 통합한 중앙정부인 '글'이 된다. 단락과 전문을 기초단체와 중앙정부로 비유한 아이디어가 자못 뿌듯하다. 그렇다. 글은 다른 사람의 심금을 울리기전에 나를 즐겁게 하고 치유하는 도구다.
책은 힌트에 불과하다. 오히려 모든 것을 가르치려 하는 책을 경계해야 한다. 하물며 에세이라는 자유분방한 글쓰기를 옥죄는 무서운 선생님이 있다면 나는 등교거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