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의사의 일기
아오키 신몬 지음, 조양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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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납관부 일기다. 납관부....하는 일을 직관적으로 묘사한 단어지만 정작 그들의 국어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은 말. 생계를 위해 우연히 뛰어든 관혼상제회사에서 시신을 염습하고 입관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온 아오키 신몬의 일기다. 납관부 일을 하면서 써왔던 단편적인 일기를 기초로 해서 소설적 구성을 취해 장의사 혹은 납관부의 경험을 솔직하게 썼다. 일본은 집에서 장사지내는 전통이 꽤 오랫동안 남아 있던 듯 하다. 의뢰받은 상가집에 출장을 나가 일처리 하는 과정에서 시신을 둘러 싼 유족, 문상객들과의 좌충우돌, 천태만상의 풍경을 자아내며 삶과 죽음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시대에는 수시로 사를 입에 올리며, 때로는 사를 미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오늘날과 같이 일상생활 중이나 사상 가운데 사가 눈에 띄지 않는 듯한 의 시대에는, 사를 패배이자 악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죽음이 늘 곁에 있던 시대에는 죽음을 얘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영원히 살 것처럼 우리는 죽음에 대한 터부를 곳곳에 숨겨두고 사람들의 입을 막고 있다. 작가는 죽음의 의미를 종교, 철학, 문학 등 인문학을 배경으로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특히 일본 불교의 지류중 하나인 정토진종에 대해서도 많은 장을 할애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납관부에서 시작해 전무와 감사의 별을 달고 삶과 죽음을 담담하게 고찰했던 작가는 작년에 폐암으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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