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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요 엄마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5월
평점 :
왜 그런지.....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 속에서 뭔가 따스한게 울컥 하면서 눈가에 눈물이 핑그그르 돌게 된다.
어릴적 수학여행이나 수련회에서... .캠프파이어 시간에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엄마'이야기를 들으며 편지쓰는 시간....그 땐 항상 울면서 편지쓰고 집에 돌아가면 엄마말 잘듣는 딸이 되겠다고 다짐하건만....집에 오면 또 다시 못된 딸래미가 되고야 만...나...
그 땐 그랬는데....
지금..나의 딸아이를 보면 엄마가 생각나고 엄마가 나를 위해 많은 희생을 하셨구나...생각하면서..또 다시 엄마 앞에 서면 나쁜 딸래미가 되고야 만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며 엄청난 눈물을 흘렸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또 다시 눈물을 쏟는다.
내 곁에 계셔도 그립고 그리운 사람.....엄마...사랑해요....
p.068.....
일자무식이었던 어머니는 고향 밖으로는 단 한 발짝도 내디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세상을 속일 겨를이 없었으나, 글줄이나 배웠다는 나는 고향을 떠난 직후부터 거짓투성이로 세상을 속이며 살아왔다.
p.074.....
화덕속에서 회오리치는 화염소리가 시멘트벽을 타고 내가 앉아 있는 곳까지 확연하게 전달되었다. 나는 연소실 벽에 등을 기댔다. 벽은 연소실의 회오리치는 화염의 파장 때문에 거칠게 떨리고 있었다. 그 벽으로 말미암아 떨림은 한층 고조되고 있었고, 그것이 나로 하여금 소멸되어가는 어머니를 절절하고 그립게 만들었다. 아우의 전화 통기를 받고 서울을 떠나온 이후 비로소 흐릿하고 아득하게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지금처럼 애간장을 태울 만큼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적은 없었다. 나는 진동으로 떨리고 있는 연소실 벽에 등을 밀착시켰다. 흡사 그것이 어머니의 등인 것처럼.
p.197.....
어쩌다 안방에서 깜박 잠이 드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때면 나는 깊은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낭떠러지 위, 허공을 날아가는 꿈을 꾸었다. 새아버지가 잠에 곯아떨어진 나를 그대로 안아올려 썰렁한 건너방에다 옮겨 누일 때였다. 대부분 깊이 잠들어 있었지만, 언젠가 따뜻한 기척 때문에 눈을 뜬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안방을 몰래 빠져나온 어머니가 나 혼자 잠이 든 건너방으로 건너와 나를 가만히 껴안은 채 오열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흘린 눈물에 모로 누운 내 뒷덜미가 젖어들자, 나 역시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내게도 어머니가 존재한다는 것을 뼈저리도록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어머니의 가슴을 파고들며 소리내어 울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다가 새아버지가 알아채기라도 하면 어머니와의 소중한 시간이 순식간에 깨어져버릴지도 몰랐다. 나는 어머니 가슴에 등을 맡긴 채 몰래 눈물을 삼킬 따름이었다. 그러나 이튿날 아침 눈을 뜨고 나면, 나는 여전히 방바닥에 코를 묻은 채 건너방에 혼자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지난 밤에 남기고 떠난 고약같이 멍울진 체온의 기억은 아침까지 내 가슴속에 남아 있었다. 어머니의 체온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신비함이 묻어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