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하, 자꾸 나를 끌어당기는 작가다.

이 책을 읽기전 증정으로 온 미니북 '오빠가 돌아왔다'를 먼저 읽었는데..와우~~!! 거침없이 쓰여진 단어들이, 그리고 그단어가 합쳐진 문장들이 대담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번 느낀거다.. 정말 거침없다. (아무래도 10대들의 이야기다 보니 그럴수도~~)

 

목이 쉰 기독교 광신도와 푼돈에 몸을 파는 남창, 두 다리를 잃고 찬송가를 부르는 걸인과 어수룩한 상경객을 노리는 사기꾼, 구역 없는 창녀들과 가출한 십대들, 외계인의 도래를 믿는 신흥종교 교주와 호객꾼들, 소매치기들이 서로를 증오하며 살아가는 곳(p.13~14), 그 곳 고속버스터미널 화장실에서 십대 소녀로 부터 태어난 제이, 그리고 어릴적부터 한 지붕에 살게 된 동규. 그들은 같이 성장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꺼다. 함구증을 앓게 된 동규는 말하지 않아도 제이와 소통이 가능했고 그런 제이를 자신의 통역자라고 생각한다.

정말 고아였던 제이, 고아가 아니지만 본인이 고아라고 생각하는 동규, 그 둘이 길바닥에서 만나게 되는 수 많은 고아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다.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이 내용이 실화라는 것을 알고 '허걱'했다. 대중매체를 통해, 그리고 살아오면서 보고 들었던 것들도 일부 있긴 하지만 고아들이 세상이 정말 이럴꺼라곤....너무 놀랍다. 이 모든 것들을 나는 어른의 '짓'이라고 생각한다.

모든것은 어른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자식을 버린 부모, 그래서 고아가 되고, 부모가 있지만 자식을 방치한 부모,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고아라고 생각되고, 길거리엔 그렇게 수 많은 고아들이 넘쳐나고, 그들은 어른에게 대응하기위해, 그리고 분노를 표출하기위해 폭력을 일삼고..

어른은 대화를 하자고 한다. 왜? 말로하면 그들이 이기니깐...그것이 지금 현재 십대들이 느끼는 어른들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시점이 제이, 동규, 박승태경위, 소설가'나'로 나뉘어 있지만 주제는 하나, 그래서 엉키고 설킨것 같아도 어느 순간 보면 잘 풀어져 있는 느낌이다. 제이에서 부터 시작되어 동규가 마무리하고 , 그걸 '나'가 소설로 만듦으로써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p.015..... 진통의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었다. 그녀가 이 고통이 영원하리라는 공포에 깊이 사로잡혀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순간, 잔혹한 괴물이 수천 개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아랫배를 찢어대는 듯한 통증에 자신을 내주려는 순간, 돌연 뜨거운 기운이 정수리 끝부터 발끝까지 퍼졌다. 고통은 허망할 정도로 깔끔하게 사라져버렸다. 마개가 뽑힌 어떤 구멍으로 모든 고통이 소용돌이치며 빠져나간 것 같았다. 그녀의 축 늘어진 몸을 좌변기가 겨우 지탱하고 있었다. 정신이 아득했다.

 

p.057..... 받아만 준다면 나는 그들 사이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슬픔에는 마음이 뜨거워지는, 그러니까 서러움에 가까운 감정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마음이 차가워지는, 비애에 가까운 심사도 있다. 그날의 나는 후자였다. 마음에 서리가 낀다고 해야 할까. 심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눈가가 시렸다. 나는 MP3 플레이어의 볼륨을 높였고 그들은 그다음 역에서 일제히 내렸다. 수화를 하는 아이들의 손에서 새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올랐다.

 

p.134..... "신은 원래 그런 존재야. 신은 비대칭의 사디스트야. 성욕은 무한히 주고 해결은 어렵도록 만들었지. 죽음을 주고 그걸 피해갈 방법은 주지 않았지. 왜 태어났는지는 알려주지 않은 채 그냥 살아가게 만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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