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피벗 - AI 시대, 개인과 기업의 생존 공식을 바꾸는 법
최연성 지음 / 터닝페이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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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두께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검은 표지 위로 'STRATEGIC PIVOT'이 금속처럼 휘감겨 있고, 가운데 놓인 스패너와 드라이버에서 회로 같은 선이 뻗어 나가더군요. 도구를 새로 사는 게 아니라 가진 도구를 다시 배치한다는 이야기 같았어요. AI 때문에 사라질 직업, 살아남는 법, 이런 말은 유튜브만 켜도 쏟아지죠. 그런데 짧은 영상이 자극으로 끝나는 것과, 현장을 오래 통과한 사람의 생각이 한 권에 쌓이는 건 무게가 다릅니다. <전략적 피벗>은 그 차이를 분명히 보여준 책이었어요.


저자가 말하는 피벗은 흔히 떠올리는 이직이나 퇴사가 아닙니다. 농구에서 한 발을 땅에 고정한 채 다른 발로 방향을 바꾸듯, 핵심 역량은 붙들어둔 채 그 역량이 더 값나가는 곳으로 몸을 돌리는 일이에요. 저자 최연성은 이걸 말로만 풀지 않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식품 공장의 공정 엔지니어로 시작해 항공우주 기업 보잉, 그리고 아마존으로 무대를 옮겨온 자기 궤적을 그대로 내놓아요. 과자 만들던 사람이 비행기 만드는 데서 뭘 하겠느냐는 의심 속에서, 그가 옮긴 건 식품 지식이 아니라 '프로세스 최적화와 품질 보증'이라는 역량이었다고 합니다. 두 산업은 가격으로 보면 양극단이지만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본질을 공유했고, 그래서 그는 항공 전문가들이 당연하게 지나친 비효율을 식품의 눈으로 다시 봤다는 거예요. 이 대목의 결론이 책장을 덮은 뒤에도 남았습니다. "나의 과거는 버려야 할 짐이 아니라 새로운 무대에서 나를 차별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었다."


제가 가장 오래 머문 곳은 5장이었어요. 저자는 일요일 저녁의 그 가라앉는 기분을 '나 주식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보내는 경고음으로 읽습니다. 그러면서 자산을 둘로 가르더군요. 성실함과 야근을 견디는 체력, 시키는 일을 군말 없이 해내는 태도는 시간이 갈수록 값이 떨어지는 감가상각 자산이고,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는 통찰과 위기에 부를 수 있는 인맥, 이질적인 것을 잇는 능력은 시간이 갈수록 값이 오르는 증식 자산이라는 겁니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마음이 좀 복잡했어요. 오래 회사를 다닌 사람일수록 자랑으로 여겨온 것들이 대개 앞쪽 목록에 들어 있거든요. 지금 내 포트폴리오가 어느 쪽으로 채워져 있느냐는 물음을, 한동안 곱씹게 됐습니다.

이어지는 자가 진단도 펜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여섯 달 동안 이력서에 한 줄 적을 새 성취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치열하게 공부한 순간이 있었는지, 회사 간판을 떼고도 나를 알아줄 사람을 밖에서 새로 만났는지. 셋 다 아니면 지금 부패하는 중이라는 진단이 따라옵니다. 모든 일이 손에 익어 눈 감고도 해내는 상태를 우리는 안정감이라 부르지만, 저자는 학습이 멈춘 신호로 봐요. 경고등이 켜졌을 때 정비소에 가야지 엔진이 터진 뒤엔 늦다는 말이, 늘 더 버티는 쪽을 택해온 저에게는 뼈 있는 조언이었습니다.


책이 여느 자기계발서와 갈라지는 지점은 후반부였어요. 저자는 한국형 그릿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더크워스의 그릿이 열정에서 나온다면 우리의 그릿은 두려움과 책임감에서 나왔고, 그 절박함이 한 시대엔 미덕이었지만 지금은 양날의 검이라는 거죠. 이미 말라버린 우물을 파면서 조금만 더 파면 나온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건 끈기가 아니라 매몰 비용에 대한 집착이라는 문장에서, 평생 한 직장을 버틴 게 자랑이던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무조건 버티는 수동적 인내를 방법을 유연하게 바꾸는 전략적 끈기로 옮기자는 제안은, 버티는 것 말고 다른 길이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아온 세대에게 조용한 허락처럼 들리기도 했어요.

몸에 관한 이야기도 의외로 오래 남았습니다. 잠을 줄이고 몸을 혹사하는 걸 열정으로 미화하는 태도를, 저자는 뇌과학의 눈으로 인지적 자살 행위라 부르더군요. 아마존에서 전략을 짤 때 책상 앞에서 변수가 엉킬수록 퇴근 후 달리고 나면 오히려 정리되곤 했다는 경험담이 인상적이었어요. 멍 때리는 30분이 피곤한 야근 세 시간보다 나은 답을 줄 수 있다는 말은, 더 오래 앉아 있는 걸 미덕으로 알던 사람에겐 작은 위안이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슬랙이나 보잉처럼 또렷한 성공 사례가 거듭되다 보니, 방향을 틀고도 끝내 자리 잡지 못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금 더 있었으면 싶었습니다. 다만 위로보다 점검과 실행에 무게를 둔 책이라는 걸 떠올리면, 그 선택도 납득은 갑니다.


이 책은 한 부류만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일요일 저녁마다 마음이 가라앉는 분이라면 5장의 자가 진단을 펜 들고 따라가 보면 좋겠고, AI 이야기에 막연히 불안한 분이라면 자기 경력 속에 숨은 전이 가능한 역량을 찾는 앞부분이 출발점이 될 겁니다. 조직을 이끄는 자리라면 기업의 여섯 가지 피벗 축을 다룬 후반부가 실무에 바로 닿고요. 공통점은 하나예요. 변화에 떠밀린 다음 수습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가 오기 전에 먼저 방향을 가늠하려는 사람에게 이 책은 친절합니다.

서평단으로 만난 건 운이 좋았다 싶어요. 평소라면 제목만 보고 또 그런 생존 담론이겠거니 지나쳤을 책인데, 끝까지 읽으며 제 안의 자산 목록을 새로 헤아려보게 됐으니까요.

해가 길어져 저녁까지 환한 요즘입니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닥치기 전, 마음이 조금 한가한 밤에 자신을 한 번 점검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곁에 두고 천천히 넘겨볼 만한 책이에요.

가진 역량을 버리지 않고 더 값나가는 곳으로 방향만 바꾸는 법, 떠밀리기 전에 먼저 몸을 돌리는 기술을 일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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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마음 - 직장인을 위한 일상 생존 에세이
이명진 지음 / 위즈앤북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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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서류가방을 든 사람이 꽃 한 송이 앞에 등을 돌리고 서 있습니다. 분홍빛 바탕에 청록색 마음 같은 덩어리가 번져 있고, 그 안에 핀 푸른 꽃을 올려다보는 뒷모습. <출근하는 마음>의 표지를 받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느낌은 따뜻함이었습니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도 잠깐 멈춰 꽃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의 풍경 같았거든요. 살구빛 톤 위에 놓인 일러스트가 어찌나 곱던지, 첫 장을 펼치기 전부터 마음이 한 뼘 누그러졌습니다.


북유럽 카페 서평단을 통해 받은 책입니다. 좋은생각만 한 핸드북 사이즈라 손에 쥐면 가볍고, 가방 한쪽에 넣어두기에도 부담이 없어요. 에세이라 호흡이 짧고, 한 편 한 편이 독립된 글이라 마음 가는 자리부터 펼쳐도 됩니다. 18년 차 직장인 이명진 작가가 쓴 글들인데, 부제가 '직장인을 위한 일상 생존 에세이'예요. 거창한 성공담이 아니라 매일 흔들리면서도 어떻게든 출근해온 사람의 꾸밈없는 기록이라는 점이 책 전체를 관통합니다.


읽다가 손이 멈춘 건 'PICK YOUR BATTLES!'라는 제목의 글에서였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싸움의 문 앞에 선다고 작가는 말해요. 아이와의 다툼, 사무실에서 날아드는 말 한마디, 사소한 의견 충돌까지. 그런데 모든 싸움에 다 나설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작가가 아이의 영어 선생님이자 미국인 친구였던 미셸이라는 분에게 배운 말이라는데, 'Pick your battles, honey'라는 한마디였다고 해요. 사회 규범에 어긋나거나 위험한 일이 아니라면 대부분 허용하고, 불필요한 감정 대응은 줄이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이 말이 직장에서도 그대로 통한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감정의 줄다리기가 가장 많이 벌어지는 곳이 사무실이잖아요. 우선순위가 서로 다르고, 기대만큼 협조가 안 되고, 일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어긋나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니까요. 작가는 육아한다고 매일 정시 퇴근하면 매출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동료의 말에 발끈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넘긴 일화를 들려줍니다. '이 논쟁이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었더니 아니라는 답이 분명했다는 거예요. 그렇게 적은 싸움을 하게 되었고 오히려 더 많은 결과를 얻었다고 적습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저 분별이 얼마나 어려운 기술인지 알게 됩니다. 다 받아치기에는 기운이 달리고, 다 참자니 속이 곪으니까요. 그래서 작가가 분명히 선을 긋는 지점이 좋았어요. 싸움을 고르라는 말이 모든 상황을 회피하라는 뜻은 아니라는 것. 불공정하거나 부당한 일이 반복된다면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한다고요. 그 질문을 통과한 문제에 한해 제대로 싸우자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 끝에 실린 아메리카 원주민 전설도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내 안에서 두 마리 늑대가 싸우는데 어느 쪽이 이기느냐는 손자의 물음에 노인은 "네가 먹이를 주는 놈이 이기지"라고 답하죠. 결국 내가 무엇에 마음을 내어주느냐의 문제라는 말로 읽혔습니다.


책의 앞쪽에 놓인 '버티는 삶도 성장한다'는 어쩌면 더 오래 곱씹게 되는 글입니다. 해외 이직을 앞둔 지인이 두려움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시작하는데, 그 말을 들은 작가가 문득 자기 삶은 주로 견디는 편에 있었구나, 하고 깨닫는 대목이 마음을 건드려요. 주변에서 이직과 휴직과 창업으로 도전을 택하는 사람이 늘어가는데 자신은 매번 머물렀다는 자조. 그런 작가에게 동기가 건넨 말이 좋았습니다. "버티는 것도 능력이야. 하루하루 버티는 동안 성장해온 네가 나는 보여." 도전하는 쪽이든 견디는 쪽이든 저마다의 자리에서 최선의 용기를 내고 있다는 문장에서, 버팀을 패배가 아니라 또 다른 용기로 다시 읽어주는 시선이 고마웠습니다. 떠나는 것만 용기라고 여기기 쉬운 나이에, 남아서 견디는 일에도 이름을 붙여주는 것 같았거든요.


책의 끝자락에 놓인 '나만큼은 내 편이 되어주기'에 이르면 이 이야기들이 한 곳으로 모입니다. 입사 후 첫 평가에서 스스로 점수를 매겨야 하는 게 당황스러워 화면만 노려보던 작가에게, 선배 차장이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나조차도 나를 인정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인정해 주겠어?" 그 뒤로 작가는 부족함을 알면서도 평가철마다 자신에게 최상위 등급을 넣는다고 합니다. 노력만큼 결과가 따라오지 않고 타인의 차가운 평가에 마음이 다칠 때에도 나를 변호하는 일, 그게 조직뿐 아니라 삶 전체에서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요.


여기 인용된 허준이 교수의 졸업식 축사가 책의 정서를 한데 묶어줍니다.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사회로 나가 매번 절망하고 넘어질 후배들에게 건넨 당부였다는데, 부족함을 인정하고 자신을 너그럽게 대할 줄 알 때 비로소 타인에게도 관대해지고 나아가 성장할 수 있다는 작가의 결론과 닿습니다.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며 사는지도 모른다는 문장 앞에서, 정작 가장 인색하게 대해온 상대가 나 자신이었다는 걸 새삼 돌아보게 됐어요.


이 책을 덮는다고 무슨 대단한 결심이 서는 건 아닙니다. 다만 매일 알람 소리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지, 그걸 다시 보게 돼요. 출근이 여전히 어렵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자신이 못마땅한 분이라면 이 얇은 안내서에서 작은 위안을 만나실 것 같습니다. 화려한 성취담에 지친 분, 버티는 일이 정말 의미가 있을까 의심이 드는 분께도 조용히 닿을 이야기고요. 서평단으로 만난 여러 책 사이에서, 이 한 권은 읽는 속도가 느려도 괜찮다고 등을 토닥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여름의 초입, 더위가 본격적으로 밀려오기 전의 이맘때는 하루가 길고 출근길도 어쩐지 더디게 느껴지는 계절이죠. 그런 아침에 이 책의 마지막 인사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애썼다고, 정말 수고했다고. 흔들리면서도 자기 자리를 지켜낸 모든 출근에 작은 응원을 보냅니다.

버티는 일도 성장이고, 누구보다 나부터 내 편이 되어주자고 일러주는 직장인 생존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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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 오답 노트 - 빅쿼리, 파이썬, 스프레드시트, 루커 스튜디오로 비즈니스 이해부터 문제 정의, 결과 전달까지
주정민.허현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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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AI와 데이터,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이 일상 대화에까지 끼어드는 시기입니다. 흐름은 빠른데 기본기를 어디서 다져야 할지는 막막했습니다. 그 막막함 때문에 집어 든 책이 <데이터 분석 오답 노트>였습니다. 북유럽 카페를 통해 받아 보게 됐는데, 손에 쥐자마자 두께부터 묵직했습니다. 예전에 봤던 엑셀 교재가 떠오를 만큼 판형도 크고, 펼치기 전부터 교과서 같은 단단함이 전해졌습니다.


제목에 먼저 눈이 갔습니다. 보통 이런 분야 책은 정답을 빠르게 쥐여주려 하는데, 이 책은 오답을 먼저 펼쳐 놓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저지르는 실수를 앞세우고, 왜 그게 어긋난 결론으로 흘러가는지 짚은 다음에야 올바른 길을 보여줍니다. 틀린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며 약점을 메우던 방식이 책 전체에 그대로 옮겨져 있었습니다.


이 접근이 가장 와닿은 건 빅쿼리를 다루는 초반이었습니다. 주문 테이블에서 고객 수를 세면 5만 건이 나오는데, 중복을 빼지 않은 탓에 매출이 부풀려져 보이는 사례가 나옵니다. DISTINCT 한 줄을 빠뜨린 것만으로 결론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솔직히 저도 '이건 충분히 놓칠 만한데' 싶어 뜨끔했습니다. 작은 처리 하나가 비용과 성능까지 바꾼다는 걸 같은 질의가 5.31MB에서 687KB로 줄어드는 숫자로 보여줄 때는, 막연히 알던 걸 눈으로 확인한 기분이었습니다.


도구 이야기를 지나면 책의 무게중심이 사고법으로 넘어갑니다. 저자는 데이터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라고 거듭 말합니다. 판단을 내릴 때 정말 데이터가 필요한 일인지부터 묻고, 정량과 정성, 도메인 전문가의 시각과 현장 확인을 함께 엮으라는 조언입니다. 분석의 기준도 하나로만 세우지 말고 시간, 기간, 지역, 사용자처럼 여러 축으로 들여다보라고 합니다.


특히 기억에 남은 건 두 장면입니다. 주간 활성 사용자가 줄었다고 곧장 리텐션 캠페인을 돌리기보다 왜 이탈했는지를 먼저 파악하라는 대목. 무엇이 일어났는가와 왜 일어났는가를 가르는 시선이 왜 중요한지 압축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설 없이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일을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낚시하는 것에 빗댄 비유. 이 두 가지는 책을 덮고도 한동안 남았습니다.


뒤로 갈수록 다루는 폭이 꽤 넓어집니다. 마케팅 예산 배분을 판단하는 기여도 분석 같은 묵직한 주제까지 이어지고, 마지막 지표 용어집에서는 AARRR 프레임워크와 산업별 지표를 사전처럼 정리해 둡니다. 신규 유저 수와 방문자 수, 전년 대비나 전월 대비 성장률 같은 용어를 예시와 함께 풀어 놓아, 현업에서 그때그때 펼쳐 볼 레퍼런스로 두기 좋겠다 싶었습니다.


솔직하게 덧붙이자면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개발 업무나 언어가 익숙하지 않은 분에게는 코드가 많은 장이 진입 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요즘은 막히면 AI에게 물어 가볍게 풀어내는 경우도 많은 터라, 틀린 곳을 하나하나 짚어 가는 이 책의 정공법이 누군가에게는 답답하게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제목 그대로 정석을 차분히 보여준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데이터를 직접 다루는 실무자라면 곁에 두고 펼칠 기준이 되어 줄 책입니다. 비개발자나 입문자라면 도구 장을 한 번에 소화하려 들기보다, 사고법과 지표 부분부터 천천히 읽어 가는 편이 한결 수월할 듯합니다.


숫자가 좀처럼 전략으로 이어지지 않아 답답했던 분이라면, 이 책에서 가져갈 지점이 분명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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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쉬운 독학 부동산 공부 첫걸음
이수진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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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재테크 책은 한동안 멀리했습니다. 어려운 그래프와 낯선 용어가 빼곡할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받은 <부동산 공부 첫걸음>은 표지부터 인상이 달랐습니다. 노란빛 환한 바탕에 집 한 채를 세워두고 그 안에 제목을 앉힌 디자인이라, 책상에 올려두기만 해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느낌이었거든요.


펼치자마자 든 생각은 하나였어요. 정말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위해 쓴 책이구나. 부동산 책 특유의 진입 장벽이 거의 없습니다. 저자가 어려운 개념을 일상어로 바꿔 차근차근 짚어주니까, 이 분야라면 지레 겁부터 먹던 저도 끝까지 막힘없이 읽혔습니다. 두께도 가벼워서 며칠 만에 다 넘겼고요.


저자 이수진 씨는 부자사관학교 수진쌤으로 알려진 분입니다. 이력 자체야 화려하지만, 정작 마음에 닿은 건 그 출발점이었어요. 자영업을 하다 코로나를 만나 카드 다섯 장을 돌려막던 시절, 전기요금 고지서를 앞에 두고 멍하니 앉아 있던 순간이 책 초반에 담담하게 적혀 있습니다. 그 바닥에서 던진 질문이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지?"였고, 거기서 투자라는 단어와 마주쳤다고 해요.


책 초반의 '3000만 원의 마법'이라는 장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저자는 한때 3000만 원을 부동산을 시작하기엔 너무 작은 돈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같은 액수가 어느 날부터 운명을 바꿀 씨앗처럼 보이기 시작했다는 거죠. 경매로 시세보다 20%가량 싸게 첫 집을 낙찰받고, 전세보증금으로 낙찰가 대부분을 메우니 실제 들어간 돈은 3000만 원 남짓이었다는 사례가 뒤따릅니다. 명품을 사거나 여행을 다녀오면 통장은 다시 비지만, 같은 돈을 집에 넣은 선택이 흐름 자체를 바꿨다는 대목에서 한참 생각이 멈췄어요. 돈은 얼마인가보다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이 그래서 오래 남았습니다.


그렇다고 의욕만 북돋우는 책은 아닙니다. 종잣돈을 다루는 부분은 특히 실용적이에요. 새는 돈부터 막고, 자동 저축을 걸어두고, 손댈 수 없는 구조를 만들라는 3단계가 핵심인데, 두루뭉술한 다짐이 아니라 오늘 자동이체 하나를 설정하고 안 쓰는 구독 서비스 하나를 끊으라는 식으로 행동을 구체적으로 찍어줍니다. 각 부의 끝마다 직접 채워보는 워크시트가 붙어 있어서, 읽고 덮는 게 아니라 제 상황을 점검하게 만드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시장을 보는 눈을 길러주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한국 부동산이 일본처럼 장기 침체로 갈지 묻는 장에서, 저자는 도시 집중도와 정책 대응, 투자 문화라는 세 가지 차이를 들어 두 나라를 비교합니다. 일본은 지방이 분산돼 있어 인구 감소가 곧장 지방 부동산 붕괴로 번졌지만 한국은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수요 기반이 다르다는 설명이죠. 핵심은 전체 평균에 속지 말라는 당부였어요. 도쿄 도심 아파트가 지금도 오르는 동안 지방 농촌 주택은 무가치해진 것처럼, 강남 역세권과 지방 소도시 빌라는 애초에 다른 시장이라는 겁니다. 규제와 금리, 정권의 변화가 개인의 투자 타이밍을 어떻게 흔드는지 풀어주는 대목은 한국에 사는 독자라면 자연스레 끄덕일 만했습니다.


세금 파트는 솔직히 가장 실속 있게 읽었어요. 이 집을 3억에 사서 5억에 팔면 2억을 버는 셈이라는 흔한 계산에 숨은 함정이 세금이라는 지적이 정신을 들게 했거든요. 진짜 투자자는 세금을 뺀 뒤 손에 남는 돈을 먼저 따진다고 합니다. 세금을 집의 생애주기에 빗대어 살 때 취득세, 가질 때 보유세, 팔 때 양도세로 나눠 설명하니 복잡하게만 보이던 게 한결 또렷해졌어요. 누구 명의로 사는지, 얼마나 보유하는지, 언제 파는지에 따라 세금이 천차만별이라는 실전 감각을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주는 점이 초보에게는 특히 유용합니다.


아쉬움이 아주 없진 않았습니다. 워낙 넓게 훑다 보니 주제 하나하나를 더 깊이 파고들고 싶은 사람에게는 다소 얕게 느껴질 수 있어요. 다만 제목 그대로 '첫걸음'을 위한 책이라는 걸 떠올리면, 그 깊이를 욕심내지 않은 게 오히려 이 책의 분량과 결에 맞는 선택이었다 싶더군요.


이 한 권이 누구에게 맞을지를 생각해보면, 결국 돈 공부 앞에서 한 번쯤 머뭇거려본 사람일 겁니다. 투자할 목돈이 없다고 일찌감치 접어둔 경우든, 마음은 있는데 어느 문으로 들어가야 할지 몰라 미뤄둔 경우든, 부동산을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공부하고 준비한 만큼 열리는 길로 바라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비슷한 도움을 받을 것 같아요. 서평단으로 적지 않은 책을 읽어왔지만, 어렵게만 보이던 분야의 문턱을 이렇게 낮춰주는 입문서는 흔치 않아서 그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장마가 닿기 전, 해가 길어지는 유월 초입에 이 책을 만난 게 반가웠어요. 본격적인 더위가 오기 전 며칠, 그동안 미뤄둔 돈 공부를 다시 펼쳐보기에 가벼운 안내서 한 권쯤 곁에 두면 좋겠습니다.


목돈이 없어 망설였던 사람에게, 공부가 곧 기회라는 사실을 쉬운 말로 짚어주는 부동산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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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사랑하고 꽃피운 윤동주 김소월 필사북 - 뮤지컬, 영화, 노래가 된 동주·소월 시 108선
윤동주.김소월 지음 / starlogo(스타로고)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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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들어 필사라는 걸 곁에 두게 됐어요. 북유럽 카페를 통해 처음 접했는데, 펜을 들고 글자를 한 자씩 옮겨 적는 그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던 하루에서 잠깐 비켜서서 오롯이 저만 갖는 시간이 생기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손으로 글을 옮기다 보면 눈으로 읽을 때는 무심히 지나쳤던 문구 하나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고, 그 안에 담긴 마음을 한 번 더 새기게 됩니다. 작은 힐링이라는 말이 딱 어울려요.


이번에 받아 본 <윤동주 김소월 필사북>은 그런 시간을 위해 만들어진 책입니다. 표지를 처음 손에 들었을 때부터 마음이 갔어요. 분홍과 보라로 나뉜 화면 위에 자음과 모음을 꽃송이처럼 흩어놓은 디자인인데, 색감이 참 곱고 보고 있으면 기분이 환해집니다. 한글이 곧 꽃이라는 이야기를 길게 설명하지 않고 그림 하나로 보여주는 표지라 더 정감이 갔어요.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을 기념해 만든 책이라고 해요. 한글을 가장 사랑한 시인 윤동주와, 한글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시인 김소월의 작품 108편을 직접 손으로 써 내려가도록 엮은 필사 전용 책입니다. 뮤지컬과 영화, 노래로 다시 살아난 시들을 모았고, 페이지를 펼치면 시 한 편 옆으로 줄이 그어진 넉넉한 공간이 나란히 놓여 있어요. 읽고 바로 그 자리에서 옮겨 적을 수 있게 설계해둔 점이 살뜰합니다. 잘 쓰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책이라는 게, 펜을 처음 대는 사람에게는 꽤 다정한 배려예요.


윤동주와 김소월. 한국 사람이라면 이 두 이름을 모르는 분은 없을 거예요. 교과서에서 만나고,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다시 불려 나오는 시인들이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손으로 한 줄씩 옮겨 적어보니, 익히 안다고 여겼던 시들이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왔습니다.


윤동주의 '아우의 인상화'가 그랬어요.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하는 짧은 문답이 시의 전부인데, 옮겨 적다 보면 그 대답이 묵직하게 내려앉습니다. 아우의 설운, 진정코 설운 대답이라고 시인은 적었지요. 무엇이 되겠다는 거창한 말 대신 그저 사람이 되겠다고 답하는 아이의 얼굴을,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슬픈 그림 같다고 바라보는 형의 마음이 오래 남았습니다.


'별 헤는 밤'은 또 어떻고요.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로 시작해, 별 하나에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동경과 시를, 그리고 어머니를 하나씩 붙여 부르는 그 호명을 손으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먹먹해져요. 어렵고 화려한 단어 하나 없이, 맑은 우리말이 별처럼 박혀 있는 시입니다.


펜을 멈칫하게 만든 시도 있었어요. 김소월의 '산유화'였습니다. 소월의 시는 읽기만 해도 노래가 되는데,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가락 그 자체예요. "산에는 꽃 피네 / 꽃이 피네 / 갈 봄 여름 없이 / 꽃이 피네"로 열렸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피네'가 '지네'로 바뀌며 닫힙니다. 피고 지는 세상의 이치를 이렇게 짧고 맑은 우리말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어요.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라는 한 줄에 담긴 거리감과 외로움은, 손으로 한 글자씩 적어 내려갈 때 한결 사무치게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로 시작해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로 끝나는 이 시를 옮기다 보니, 문득 마야가 부른 록 버전이 듣고 싶어졌어요. 곱게 보내드리겠다는 말 속에 끝내 삼킨 슬픔이, 록의 거친 목소리와 만나 다르게 흘러나오던 기억이 떠올랐거든요. 소월의 우리말이 백 년을 건너 다시 노래가 되는 일. 시가 노래가 되고, 그 노래가 또 다른 시대의 목소리로 불리는 흐름의 한 자락에 슬쩍 발을 들여놓은 기분이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두 시인은 우리말이 가장 위태로웠던 시절을 살았던 분들이에요. 조선어를 가르치는 일이 금지되고 이름까지 빼앗기던 시대에, 그럼에도 한글로 시를 썼습니다. 윤동주는 시집을 세 부 직접 베껴 썼고 그중 한 부가 살아남아 오늘 우리에게 닿았다고 하지요. 필사로 지켜진 시들이 다시 필사북이 되어 손안에 놓이는 셈인데, 이 이어짐이 가만히 마음을 데워줍니다. 펜을 들고 한 글자씩 눌러 적는 일이, 알고 보면 580년 전 세종대왕이 품었던 마음과 그 말을 끝까지 지켜낸 시인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인사였던 거예요.


이 책은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니에요. 예쁜 손글씨를 연습하려는 책도 아니고요. 그저 좋아하는 시 한 편을 천천히 따라 적으면서, 그 말이 몸에 배어드는 시간을 갖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하루 중 단 몇 분이라도 화면에서 눈을 떼고 펜을 쥐고 싶은 분, 익숙한 줄 알았던 한글의 결을 손으로 다시 만나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 한 권이 그 시작점이 되어줄 거예요. 시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말을 쓰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곁에 둘 만합니다.


유월로 접어드는 요즘, 창밖의 초록이 한창 짙어지고 있어요. 이런 계절에는 에어컨 바람보다 가끔은 펜 끝에서 사각거리는 소리가 더 마음을 가라앉혀주더군요. 바쁜 일상에 치인 저녁이면 이 책을 펼쳐 시 한 편을 천천히 옮겨 적어보려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조금 단정해질 테니까요.


눈으로 스치고 지나갈 뻔한 시들을 손으로 붙잡아 다시 만나는 시간. 저에게 이 책은 그런 한 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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