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드불 스파
설재인 지음 / 한끼 / 2025년 2월
평점 :
⠀
레드불 스파 - 설재인
⠀
p.54 지현은 뒤늦은 후회를 했다. 그러나 하나의 후회는 언제나 극도의 연쇄적 힘을 가지고 있다. 마치 유치원 다니던 시절 만들었던 색종이 사슬처럼, 둥그렇고 쨍한 색의 후회는 또 다른 후회로 계속해 이어진다.
⠀
p.112 “겨우 파이트머니 50달러 받고 갈 뻔 했는데.
차라리 다행이야, 좀비들이 생겨난 게. 나는 돈 많이 벌어서 갈 거야. 남들이 다 망해도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야."
⠀
p.177 지현은 허리를 더 틀며, 전완근에 바짝 힘을 주었다. 귓가에서 억, 소리가 났다. 이런 느낌이구나. 지현은 생각했다. 남에게 아주 가까이 붙어 필살기를 날리는 것은 이런 기분이구나.
⠀
p.190 그러나 나도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멍청한 여자애는 아니야. 나약한 여자애는 더더욱 아니고.
⠀
아이돌이었던 현지현은 논란으로 인해 한순간에 추락하고 옆에 남아있던 팬 승유에 의해 복서로 재기를 꿈꾼다.
계체량 전 마지막 체중 감량을 위해 웃돈을 얹어 마련해뒀다는 낡고 오래된 찜질방 ‘레드불 스파’에 가게 된다.
그 곳을 가는 길, 좀비를 맞닥뜨리게 되고 좀비가 더위에 약하다는 것과 동시에 혼자 인 줄 알았던 공간에서 자신의 상대인 쌈루타와 함께 얼떨결에 지내게 된 현지현과 쌈루타는 좀비가 창궐하는 대한민국에서 무사히 경기를 치를 수 있을까?
⠀
아이돌에서 추락하게 된 현지현은 죽고 싶다 말하면서도 차마 죽을 용기는 없고, 다시 재기하고 싶고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해서는 안 될 도덕적인 선을 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현지현의 상황들은 이 시대를 그대로 투영한 것 같다.
그런 현지현의 선택을 자신도 두 딸을 둔 엄마이기에 현지현의 모습에 딸의 모습을 생각하며 쌈루타는 마냥 비난만 하지는 못했다.
누구보다 죽고 싶다 생각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살고 싶었고,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누구보다 필요로 했던 것이 많았던 현지현은 여자라는 이유로 아이돌일 때도, 아이돌로 추락했을 때도, 복서일 때도 계속해서 신랄하게 이용당하고 평가받는다.
⠀
어떻게 그런 곳에 있느냐며 불평하고, 상대와의 불편한 동거가 이루어졌던 [레드불 스파]는 좀비로부터 가장 안전한 공간이었고, 현지현과 쌈루타가 여자라는 딱지를 떼고 복서로서 어떠한 방해와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가 정정당당하게 대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
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 그리고 여자로서 겪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를 꼬집어 수면 위로 보여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현지현과 쌈루타 두 사람의 협동과, 성장 이야기를 녹여낸 이 책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레드불스파 #설재인 #한끼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