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인
정윈만 지음, 김소희 옮김 / 빈페이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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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인 - 정윈만

p.14 삶이란 끝없이 타인의 사건을 받아들이는 일.
(문장 대박🫢🫢)

p.244 잠자리는 끝없이 빠른 속도로 날개를 파닥여야만 한다.
그래야 물에 빠지지 않고, 그래야만 잔물결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청은 이제야 깨달았다.
그게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를.
그건 마치 산다는 것 그 자체임을

[유심인]은 13편의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각각 다른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모두 같은 감정 아래 놓여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외로움, 상실, 그리고 사라져가는 것들.

이 책은 특이하게도 홍콩 배우 장국영이 직접 등장하거나, 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소설은 아니다. 각 단편의 제목이 장국영의 노래와 영화에서 따왔는데, 그래서인지 작가는 장국영을 단순한 참고 대상으로 삼았다기보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로 끌어온 듯했다.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의 이름만으로도 한 시절의 홍콩과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누군가에게 한 사람의 얼굴이 곧 한 도시의 기억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홍콩은 장국영이라는 이름과 함께 떠오른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그가 홍콩의 상징처럼 느껴진다면, 그 도시를 살아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한 시대 자체를 대표하는 존재일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대단한 사건의 중심에 있지 않다.
병든 고양이를 돌보거나, 오래된 집에서 가족과 살아가거나, 낡은 거리를 지나며 하루를 보낸다. 너무 평범해서 쉽게 지나칠 것 같은 순간들인데, 이상하게 그 일상적이고 단조로운 장면들이 오래 남는다. 특히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과정은 집사인 입장에서 봐도 꽤 현실적으로 다가와 더 마음이 갔다.

홍콩 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야경이 아니라, 오래된 골목과 재개발로 사라지는 건물, 비에 젖은 거리처럼 화려함의 이면에 있는 장소들을 보여준다.

[유심인]은 읽는 동안보다 다 읽고 난 뒤 더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장국영이라는 이름을 빌려 한 시대를 불러오고, 사라지는 도시와 남겨진 사람들, 떠난 사람들의 마음을 보여준다. 직접적으로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오래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유심인 #정윈만 #장국영 #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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