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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선물 가게
박초은 지음, 모차 그림 / 토닥스토리 / 2024년 11월
평점 :
꿀잠 선물 가게
p.31 "비록 지금은 아주 길고 느린 과정 속에 있다고 느껴질지 몰라도, 인생은 참 길답니다. 아주 천천히 가는 시계를 보면서 조금씩 마음의 여유와 안정을 찾으시면 좋겠어요.”
p.66 "엄마가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이 있어. 네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잘 생각해봐. 돈을 많이 쓰고, 인생과 시간을 낭비하겠다는 생각도 해보고. 엄마는 늦었지만, 네 나이 때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괜찮아. 지금은 사소해 보이는 일들도 다 경험이고, 저마다의 의미가 있을 거야.”
p.215 "손님께 빗자루 이불을 추천해드려요. 이불로 덮고 자면, 실수의 기억은 쓸려가 다음 날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 으실 겁니다. 다만, 실수의 기억은 때론 아주 소중하답니다. 신중하게 사용해주세요.”
저마다 각각의 고민들, 걱정들로 잠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꿀잠 선물 가게를 방문한다.
꿀잠 선물 가게를 방문하면 제일 먼저 잠을 자고 있는 가게 주인 오슬로를 마주하고, 그런 오슬로의 모습에 개의치 않고 방문하는 손님을 자연스럽게 안내하는 부엉이 자자가 반겨준다.
자리에 앉으면 오슬로가 일어나 꿀잠 선물 가게에 대해 안내하고, 자자가 웰컴티인 꿀차를 제공한다.
그 꿀차를 마시면 누구나 할 거 없이 잠이 드는데, 그 틈에 부엉이 자자가 손님의 꿈속을 들여다보면 오슬로는 부엉이 안대를 쓰고 자자가 보는 꿈속의 풍경들을 그대로 보고 손님이 무엇 때문에 불면을 앓아왔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아이템을 소개해 준다.
꿀잠 선물 가게를 방문한 손님들의 고민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해 보았을 고민들, 그 고민들로 인해 잠을 뒤척여본 적 있는 사람들이라면 때로는 공감이 가고, 때로는 서글플 정도로 현실적인 고민들이기에 내가 꿀잠 선물 가게를 방문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고, 불면을 앓게 된 고민들을 알아주고 이해하며 그에 맞는 제품을 소개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같이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든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인 나는 나비 이야기가 너무 슬펐는데 오슬로와 자자 덕분에 행복해졌다)
꿀잠 선물 가게에서 특별한 아이템을 구매하는 손님들을 보며 예전에 고3 수험생 시절 걱정인형이라는 것이 유행해서 걱정인형을 선물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인형은 정말 작은 사이즈의 인형이었는데 베갯속에 넣으면 고3 수험생활 동안 걱정과 근심을 가져가 준다고 해서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당시 베갯속에 걱정인형을 넣었던 것 같다.
아마 꿀잠 선물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들도 그러한 마음으로 방문했으리라. 근본적으로 내 고민을 해결해 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그래도 편안하게 숙면을 취하고 다시 가볍고 새로운 마음으로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을 한 번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리프레시 할 수 있는 건강한 신체와 마음을 가지게 해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걱정과 근심이 있다면 빨리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라. 그럼 어제 했던 걱정과 근심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라고 말하던 어른들의 말이 있다.
지나친 고민과 걱정은 불면을 가져오고 그 불면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함께 피로해져서 달리 어떻게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과, 걱정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는 것.
그것이 꿀잠 선물 가게의 가장 큰 선물이 아닌가 싶다.
꿀잠 선물 가게의 오슬로와 자자의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고, 꿀잠 선물 가게에 등장하는 아이템들로 굿즈를 만들어도 너무 이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