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테토스의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삶의 기술
에픽테토스 지음, 아리아노스 엮음, 강분석 옮김 / 사람과책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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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어떤 편지에서
에픽테토스의 이름을 처음 접했었다.
편지에 인용된 그의 말이 어찌나 가슴에 팍 꽂히던지
에픽테토스라는 사람을 꼭 자세히 읽어보아야겠다고 결심했더랬다.

잊어버리려고 간절히 노력하면
잊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그래서 에픽테토스의 말 자체와
그것을 인용했던 편지의 맥락과 논조도 다 잊어버렸지만,

에픽테토스라는 이름과,
그때 에픽테토스에 끌렸던 강렬한 느낌만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었다.
어제 문득 그 강렬한 끌림이 떠올라,
저런 선정적(?)인 제목에도 불구하고 책을 주문했다.

처음 책을 들춰보고는 적잖이 실망했다.
철학자의 원문을 읽어보려고 주문했던 것인데, 
무슨 잠언집 형태로 가볍게 편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순전히 지하철용 책으로 만든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데, 읽어나가면 읽어나갈수록
한마디 한마디가 가볍지가 않다. 

뭐랄까.... 
지적 허영심 말고 내면의 단수가 높은 사람을 만났다는 느낌이다.^^

만약 그대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더라도 변명하지 마십시오. 그 때는 그저 "그 사람이 그 이야기만 한 것을 보니 나머지 내 단점은 모르는 모양"이라고 넘기는 것이 좋습니다.(73쪽)

양은 자기가 얼마나 먹었는지 보여 주려고 양치기 앞에 먹은 풀을 통해 내지 않습니다. 뱃속에서 풀을 잘 소화시켜 털과 젖을 밖으로 내보낼 뿐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은 자들에게 철학의 규범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한 다음, 행동을 통해 보여줄 뿐입니다(90쪽)

철학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원칙을 실행하는 일입니다. 두번째로 중요한 것은 그것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이 원칙의 입증과정이 어떠한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즉, 증거 모순, 참 거짓 등을 따지는 것이지요. 세번째 단계는 두번째 단계를 위해서 필요하고, 두번째 단계는 첫번째 단계를 위해 필요합니다. 그러나 가장 필요하고 꼭 지켜야 할 것은 첫번째 단계입니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반대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세번째 단계에 열을 올리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첫번째 단계는 등한시하니까요.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갖가지로 잘도 입증하면서 우리는 오늘도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99쪽)

이런 편집본 말고,
남아있는 원문을 모조리 보고 싶다.

누군가가 잘 번역해주시기만 한다면,
책 읽는 동안 매일같이 점심이라도 사드릴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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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통장 2020-05-1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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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책을 읽는데도 무슨 영상물을 보는 것 같다.
나는 영화나 드라마같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그쪽으로 감각은 전혀 없는데도, 이건 딱 '영화'를 읽는 것 같다.
영화화되리라는 데 만원 건다. 
이런 문체 구사는 영상 세대들에게 소외받을리가 없다.
읽는 시간반 내내 웃어대느라 배가 아파서 혼났다.
하두 웃으니까, 옆 사람들이 책 빌려달라고 난리다.

2. 주위 사람들이 하두 좋아하니까 종종 사기는 하지만,
강풀의 만화나, 이런 류의 소설은 경계하는 편이다.
내 아이들에게도 다른 것과 섞어서 주지, 이런 것들만은 사주지 않을 것 같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말이다.
완득이도, 이런 사람들만 있으면
세상은 살만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해 줄만한 그런 이야기이다.
등장인물 어느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사람이 없다. 
심지어 '씨불놈'이라고 맨날 욕하는 이웃집 아저씨까지 귀엽다.

3. 이런 이야기는 현실감이 떨어져 읽고 나면 허탈해지기 때문에 경계를 한다.
 물론 도스토예프스키같은 인간성에 대한 천착을 
청소년 소설에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맘마미아'같이 그냥 포기하고 즐기게 만드는 장르가 아니라면
적어도 인간성에 대한 균형있는 시각 정도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완득이와 완득이 주위 사람들은
어쩌면 이렇게 하나같이 이쁜 짓(?)만 하는지 모르겠다. 

4. 다만, 그 이쁜 짓들을 보며,
나는 오늘 다른 사람들을 향해 한번 더 웃고,
다른 사람들을 볼 때, 겉에 드러나 보이는 것들만 보이는 것은 아닌지
몸을 한 번 더 움츠리게 되고,
주위 사람들을 조금 더 자세하게 관찰해봐야겠다는 의욕이 더해졌으므로
별점수를 넉넉하게 준다.



★ "한 번, 한 번이 쪽팔린 거야. 싸가지 없는 놈들이야 남의 약점 가지고 계속 놀려먹는다만, 그런 놈들은 상대 안 하면 돼. 니가 속에 숨겨놓으려니까, 너 대신 누가 그걸 들추면 상처가 되는 거야. 상처 되기 싫으면 그냥 그렇다고 니 입으로 먼저 말해버려 .... 새끼야, 니 나이 때는 그 뭐가 좆나게 쪽팔린데, 나중에 나이 먹으면 쪽팔려한 게 더 쪽팔려져.  (136쪽)....

★ 끼리끼리 만난다고 하잖아.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도 있고. "친구도 없는 인간이, 제 모습이 어떤 건지 알기나 하겠어?"그러는데, 그때 좀 알겠더라.(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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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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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국가 경제나 세계 경제의 추이는커녕,
우리집 한달 생활비가 정확히 얼마인지도 모르는 (이는 물론 수입이 넉넉해서가 아니라 숫자에 관한 내 지능이 몹시 낮아서 벌어지는 일이다^^),
경제무개념자인 나도 읽을 수 있는
착하디 착한 거시경제학 책이 있다니 놀랍다^^
(내 기준으로 거시경제학이란 
스타벅스에 가면 왜 작은 싸이즈가 있다는 소리를 안해주냐는 둥의 그런 경제학 책 말고, 국가나 세계 경제를 전체를 조망하는 관점을 가진 책이다^^) 


입으로는 자유무역을 소리 높이 외치던 부자나라들이
정작 본인들은 그동안 보호정책을 통해, 자국의 산업을 어떻게 육성했는지
실례를 통해 속속 밝혀진다.

경제를 잘 모르기는 하지만,   
'이게 맞지...'싶다...
최소한 현재 부자나라가 아닌 나라들에게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란 허황된 것이다...라는 저자의 주장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신자유주의가 현재 얼마나 주류 경제학인지 알게 되었는데, 그 기세가 얼마나 세면, 저자가 이렇게 이성적이지만, 집요하게 신자유주의를 물고 뜯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저자의 열정이 진하게 느껴졌다.

지식 권력을 파괴하는 책들에 대해서 점수를 높이 주는 편인데, 이책도
상식처럼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서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반론하고 있다.

가령, 나같은 경제무개념자조차 가지고 있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발전은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정부패는 국가 성장을 좀먹는다'는 식의 상식마저도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 책의 표지 날개 안쪽에는 저자의 아들, 6살 진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아이를 온실 속에서 기르지 말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취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면,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냐는 문제제기이다. (책본문에는 그 문제제기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가 더 나와있다.) 
당연히, 반대 아니겠는가.
저자가 보기에는 소위 부자나라들이 신자유쥬의 정책을 진리인양 퍼뜨리고 다니는 것은 '자기들은 다 교육받고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마흔살의 상태에서 6살짜리 진규에게도 부모의 품을 떠나 취직하라는 충고를 하고 있다'는 식이라는 것일테다.
그러니까 저자가 지적하는 것은 진규가 지금 마흔 살이 아니라 여섯 살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마흔 살 아들에게도 여섯살짜리에게 주는 양육과 보호를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적정시기일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몇 살일까....
경제의 각 부문은 또 몇 살 연령일까...를 바로 보고, 
국가의 장래를 멀리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경제 정책자들이 나타나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책을 덮는다.     

 
장하준님의 다른 책들도 모두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한쪽 시각의 책만 읽는 것은 위험하니까, 이 책을 비판했다고 하는 '거짓말 경제학'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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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박현찬, 설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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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연암'이라는 단어만 보고 무조건 주문했던 책인데, 받아들고 보니
이 책 타이틀 옆에 보면 작은 글씨로 '인문실용소설'이라고 쓰여 있다.
하마터면 이 6자 때문에 읽지 않을 뻔했다.
올해 들어서 나를 버려보자는 마음으로 갑자기 '소설'이라는 장르를 손댔지만,
원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이다.
게다가  '실용'이라는 단어는 '글쓰기'를
기술적인 면으로 접근해보겠다는 인상마저 풍겼다.
'연암'을 글쓰기 기법이랑 연결시켜보겠다는 상업적인 의도로 만들어진 무엄한 책?
대낮부터 젊은이들과 어울려 한잔 마신 와인 때문에 집중력이 흐리니까
가볍게 실용소설이라도 보면서 버텨보자....
이런 마음으로 집어들었다.

그런데, 그다지 가볍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글쓰기의 기초체력은 글읽기인데,
소설속 연암은 제자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푹 젖는 것이 귀하다'라고.
히라노 식으로 말하면 '슬로 리딩'하라는 것이다.
다 아는 소리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충고잖는가.
 소설 속의 '지문'은 이 조언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만
아들 종채는 그렇지 못한다. 
소크라테스도 자기를 쫓아다니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간단한 체조를 가르쳐주면서
하루에 300번씩 하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1년 뒤에도 그 간단한 체조를 여전히 하고 있던 제자는
플라톤 하나였다고 한다. 무언가를 이뤄내는 사람들은 간단한 진리라도 실천하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책을 무지무지 빨리 읽어대는 나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니, 이 책이 어찌 가볍게 넘어가지랴.
책을 덮고, 빨리 읽는 버릇부터 고치고 와야할 터이다. 

히라노의 책(책을 읽는 방법)을 읽을 때는 슬로리딩하자고

아무리 말해도 별로 감동이 없더니,

이책은 나의 속독을 정말 아프게 되돌아보게 한다.

천천히 읽어야겠다고 몇번을 다짐해 본다.

그런데 소설이라는 장르의 매력이란 흡입력이다.
손을 뗄수없게 하는 그 궁금증 때문에,
천천히 읽지 못하고, 내 악습대로
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실용소설이라고 해서,
한 번에 읽고 끝낼 책은 아니다.
아는 이야기라고 무시하지 않고,
정말 그렇게 살고 있는가 반성해보자..라는 태도로 이 책을 읽어가보면,
중간중간에 멈춰서 나를 돌아봐야 할 데는 많았다. 
'책 속에 갇히지 말아라. 천지만물이 다 책이다.'라는 충고가 그러했다.


옛 사람 중에 글을 잘 읽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공명선이요, 옛사람 중에 글을 잘 지은이가 있었으니 한신이다. 그것이 무슨 말인가? 공명선이 증자에게 배울 때 3년 동안이나 책을 읽지 않기에 증자가 그 까닭을 물었더니 공명선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제가 선생님께서 집에 계실 때나 손님을 응접하실 때나 조정에 계실 때를 보면서 그 처신을 배우려 하였으나 아직 제대로 배우지 못했습닏다. 제가 어찌 감히 아무것도 배우지 않으면서 선생님의 문하에 머물러 있겠습니까." 병법에 물을 등지고 진을 치는 배수진은 나와 있지 않다. 여러 장수들이 불복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한신은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병법에 나와 있는데 단지 그대들이 제대로 살피지 못했을 뿐이다. 병법에 '죽을 땅에 놓인 뒤라야 살아난다'고 나와 있지 않던가.'(142쪽)


진정한 앎이란, 교만이나 지적 허영이라는 열매를 맺지 않고,
삶의 내공이라는 열매를 맺는가보다.
나의 글읽기과 글쓰기가 그 열매를 맺어가는 과정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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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재판
제임스 A. 콜라이아코 지음,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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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고 소크라테스에게 푹~~ 빠져있었다.
그런데, 독서 중에 의아해했던 점도 많았었다.
 
(1) 아테네 사람들이 소크라테스를 왜 그리도 미워하였는지?
    소크라테스는 이미 70세가 넘어서 곧(?) 죽을텐데, 굳이 독약을 먹일만큼 그렇게 미웠을 수가?
(2) 소크라테스가 들었다던 그 신의 목소리는 무엇인지? 국가의 신을 믿지 않고 다른 신을 믿었다는 고소내용에 대해서는 왜 반박하지 않았는지?
(3) 소크라테스가 보였던 국가관은 무엇이었는지? '변명'과 '크리톤'에서 보여주는 태도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4) 소크라테스의 자기변론 중에 부분부분 맥락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역사적 배경?

이런 정도의 궁금점이 들었는데,....

이책(소크라테스의 재판)을 읽고
의문점 (2)을 제외한  궁금점들이 상당히 많이 풀렸고,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크리톤'의 내용을 상당 부분 폭넓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고, 감동이 큰 나머지
관련 사항을 조사해보고, 다른 학자들의 견해도 들어보면서
내 나름대로 궁금점을 해결해나가려고 했었는데,
벌써 이렇게 친절한 책이 나와있어서,
어느 정도 기가 확~~ 꺾어버렸다^^
상당수의 학자들의 견해를 균형감 있게 잘 모아놓았고,
아테네 시민들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이 구성되어 있어서
소크라테스에 푹 빠진 한 독자의 눈을
조금더 객관적으로 만들어 주었으니까,
별을 5개나 주었다.^^ 

다음에는 소크라테스에 대해 악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썼다는, '소크라테스의 비밀'이라는 책(스톤 지음, 편상범과 손병석 옮김, 간디서원 옮김)을 읽을 계획이다. 콜라이아코의 책과 스톤의 책을 비교하면서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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