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박현찬, 설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연암'이라는 단어만 보고 무조건 주문했던 책인데, 받아들고 보니
이 책 타이틀 옆에 보면 작은 글씨로 '인문실용소설'이라고 쓰여 있다.
하마터면 이 6자 때문에 읽지 않을 뻔했다.
올해 들어서 나를 버려보자는 마음으로 갑자기 '소설'이라는 장르를 손댔지만,
원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이다.
게다가  '실용'이라는 단어는 '글쓰기'를
기술적인 면으로 접근해보겠다는 인상마저 풍겼다.
'연암'을 글쓰기 기법이랑 연결시켜보겠다는 상업적인 의도로 만들어진 무엄한 책?
대낮부터 젊은이들과 어울려 한잔 마신 와인 때문에 집중력이 흐리니까
가볍게 실용소설이라도 보면서 버텨보자....
이런 마음으로 집어들었다.

그런데, 그다지 가볍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글쓰기의 기초체력은 글읽기인데,
소설속 연암은 제자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푹 젖는 것이 귀하다'라고.
히라노 식으로 말하면 '슬로 리딩'하라는 것이다.
다 아는 소리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충고잖는가.
 소설 속의 '지문'은 이 조언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만
아들 종채는 그렇지 못한다. 
소크라테스도 자기를 쫓아다니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간단한 체조를 가르쳐주면서
하루에 300번씩 하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1년 뒤에도 그 간단한 체조를 여전히 하고 있던 제자는
플라톤 하나였다고 한다. 무언가를 이뤄내는 사람들은 간단한 진리라도 실천하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책을 무지무지 빨리 읽어대는 나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니, 이 책이 어찌 가볍게 넘어가지랴.
책을 덮고, 빨리 읽는 버릇부터 고치고 와야할 터이다. 

히라노의 책(책을 읽는 방법)을 읽을 때는 슬로리딩하자고

아무리 말해도 별로 감동이 없더니,

이책은 나의 속독을 정말 아프게 되돌아보게 한다.

천천히 읽어야겠다고 몇번을 다짐해 본다.

그런데 소설이라는 장르의 매력이란 흡입력이다.
손을 뗄수없게 하는 그 궁금증 때문에,
천천히 읽지 못하고, 내 악습대로
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실용소설이라고 해서,
한 번에 읽고 끝낼 책은 아니다.
아는 이야기라고 무시하지 않고,
정말 그렇게 살고 있는가 반성해보자..라는 태도로 이 책을 읽어가보면,
중간중간에 멈춰서 나를 돌아봐야 할 데는 많았다. 
'책 속에 갇히지 말아라. 천지만물이 다 책이다.'라는 충고가 그러했다.


옛 사람 중에 글을 잘 읽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공명선이요, 옛사람 중에 글을 잘 지은이가 있었으니 한신이다. 그것이 무슨 말인가? 공명선이 증자에게 배울 때 3년 동안이나 책을 읽지 않기에 증자가 그 까닭을 물었더니 공명선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제가 선생님께서 집에 계실 때나 손님을 응접하실 때나 조정에 계실 때를 보면서 그 처신을 배우려 하였으나 아직 제대로 배우지 못했습닏다. 제가 어찌 감히 아무것도 배우지 않으면서 선생님의 문하에 머물러 있겠습니까." 병법에 물을 등지고 진을 치는 배수진은 나와 있지 않다. 여러 장수들이 불복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한신은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병법에 나와 있는데 단지 그대들이 제대로 살피지 못했을 뿐이다. 병법에 '죽을 땅에 놓인 뒤라야 살아난다'고 나와 있지 않던가.'(142쪽)


진정한 앎이란, 교만이나 지적 허영이라는 열매를 맺지 않고,
삶의 내공이라는 열매를 맺는가보다.
나의 글읽기과 글쓰기가 그 열매를 맺어가는 과정이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