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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 최진석의 자전적 철학 이야기
최진석 지음 / 북루덴스 / 2022년 12월
평점 :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저자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전해줄까
서두를 읽으면서 저자의 필력이 수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글을 잘 쓰려면 일단 간결해야 한다.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써야 한다. 그래서 좋은 글은 술술 읽히며 읽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여기에 더 좋은 것은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운율이 있어야 한다. 어떤 글들은 읽다보면 머리 속에 파도가 넘실댄다. 시처럼 요동치는 글들은 나도 시인같은 느낌을 준다. 지금까지 이런 글은 이어령 한 분 밖에는 없었다.
아뭏튼 서두의 시작이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그러다 보니 글이 술술 넘어간다. 이는 저자의 필력이, 저자의 문력이 상당한 정도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 저자도 조용한 곳에서 편하고 느긋하게 차한잔 마시며 그냥 그대로 담담히 글을 써 내려갔을 것이다.
첫 꼭지에서 저자는 고등학교 때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고등학교 때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고, 그것이 지금의 나로 만들어준 중요한 동력이었다.
나도 죽음에 대한 책과 도덕경에 대한 책을 썼고, 도덕경에 대한 책을 쓸 당시 많은 책들을 봤지만, 최진석이라는 분은 알지 못했었다. 어느 정도 도덕경을 써 내려갈 때는 더 이상 다른 책들을 보는 것은 오히려 내 글을 쓰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되어, 철저히 자신만의 성찰로 글을 쓰려 했기 때문에, 더 모를 수도 있겠다.
아뭏튼 책을 쓴 뒤에 최진석이란 분도 노자 글을 쓰셨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그 글을 아직 읽어보진 않았다. 나로서는 최진석이라는 분이 쓴 첫 글, 노자와 장자와 관련된, 그리고 그분의 삶과 관련된 글을 처음 읽는 셈이다. 도덕경은 동양 철학의 근본이고 정수이다. 노자에 대한 강해를 할 정도면 사실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다는 의미이다.
나도 나름대로 나의 도덕경 철학에 근거해 살고 있지만, 다른 분들의 삶도 궁금하다. 삶 속에서 어떻게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살고 있을지, 어떤 삶의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하면서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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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 점을 솔직하게 적는다.
일단 처음에 보였던 자연스러운 글쓰기는 본문에 들어가면서 힘을 잃었다. 서두를 쓸 때의 간결함이 사라져서 평범한 글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내용에 있어서도 안타까움이 있다.
일단 책 제목이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인데, 전체 5부 중 1부는 가족사가 중심이 되고, 거기에 노자와 장자는 없다. 그리고 2부부터 내용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지만, 여기에도 역시 노자와 장자가 언급되는 것은 많지 않다. 주로 내용의 대부분이 살면서 느꼈던 것들에 대한 에세이 같은 느낌이다. 즉 내용이 깊지 않다. 반까지 읽었지만, 그 동안 노자의 도덕경은 한번도 언급이 되지 않았고, 노자라는 글자 조차 1번 언급되었을 뿐이다.
어떤 면에서 노자와 장자에 기댄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전체 내용도 노자와 장자의 사상 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적은, 간단한 에세이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좀 더 깊은 내용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앞 부분에 "우리 모두가 자기 안에서 별을 경험하고 그리고 내가 별이 되는 삶을 원하"자가 말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어떻게 별이 될지, 별을 경험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별과 영원을 이야기 했지만, 그 뒤의 이야기에서는 이와 관계된 구체적인 것들을 볼 수 없다. 목적과 목표를 이야기했지만, 목표와 목적을 찾을 수 없었다.
도가 사상적인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도가에서는 노자와 장자가 있지만, 사실 본질적으로 도를 논하는 것은 노자다. 노자와 장자가 텍스트 속에서 말하는 도의 가치나 질은, 장자가 노자를 따라올 수 없다. 책에서는 왕태와 애태타가 나오고, 이들에 대해 평하면서, "이런 경박함을 버리고 불편함을 감당하며 인간으로서 품격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덕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는데, 이런 사람을 덕인으로 보는 것은 유가적인 관점에서 그런 거지, 사실 도가적인 관점에서는 덕인이라 부를 수 없다. 노자였다면 이런 인물을 도덕경에 실었을까?
아니다. 노자가 바라 보면 왕태와 애태타는 그저 인간의 삶을 살았을 뿐, 노자가 바라보는 덕인의 삶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매천야록을 말하며 매천의 울분에 찬 자살을 언급했는데, 이런 인물 또한 도가와는 맞지 않다. 전체적으로는 도가의 덕이 아니라, 유가의 덕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나만 그럴까?
우리가 중년이라는 나이에 도덕경을 보는 이유는 단 하나다. 삶을 성찰하고, 삶을 다시 살기 위해서 이다. 도덕경은 실천철학으로 다가올 때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 도에 대해 알고자 도덕경을 보는 게 아니라, 도를 통해 내 삶이 변하고, 내 인생이 변하고, 자연과 타인과 공존하며 살기 위해 도덕경을 보고 성찰하는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모습들을 기대하며 책을 들었지만,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 오히려 도가 관련 책이 아니라 유가 관련 책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실망이 크다. 내 기대가 너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