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답하다 이어령 대화록 1
이어령 지음, 김태완 엮음 / 열림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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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이어령 교수가 이와 관련해 자신의 답을 했다는 기사를 보고, 오늘 책을 구입해서 지금 읽고 있다. 언젠가는 이 질문들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답을 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아직까지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책을 조금 읽다고 문득 내 생각을 먼저 정리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서 글을 써 본다. 각자 자기만의 답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것도 인식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 하나님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우리 주위의 모든 존재하는 것들이 하나님을 증명한다. , 바다, , 사랑하는 가족, 해와 달 등 모든 물질들과 나를 인식케 하는 마음과 영혼이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한다. 우리 삶이 이미 증명인데, 우리 삶을 제대로 성찰하지 못하기에 밖에서 증명을 요구할 뿐이다. 조금만 생각하면 우리 삶 자체가 놀라운 경이임을 알 수 있다.

 

 

2. 하나님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지 않을까요

 

똑똑히 드러내고 있다. 다만 당연히 여기는 것들이 놀라운 것임을 모르기 때문에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평범한 하루가,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해와 달과 별들이 모두 신의 존재를 우리에게 비치고 있다. 우리는 경이과 축복 속에서 살면서도 그 사실을 잊고 있다.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성찰하는 모든 것이 이미 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3. 하나님은 우주 만물의 창조주라는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까

 

하나님이 우주 만물의 창조주가 아니라, 우주 만물의 창조주가 하나님이다. 하나님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우주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주를 생각하고, 자연을 생각하고 성찰하면, 신의 존재가 드러난다. 하나님은 우주 만물 위에 계신 게 아니다. 우주 만물 자체가 하나님이다.

 

 

4. 생물학자들은 인간도 오랜 진화의 산물이라고 하는데 신의 인간 창조와 어떻게 다른가요? 인간도 생물도 모두 진화의 산물 아닌가요

 

진화도 하나님의 섭리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만 만든 게 아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대로 모든 만물을 만드신 것이다. 인간이라고 특별할 게 없다. 하나님의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만들었다는 말은 다시 말하면, 인간이 자신의 형상대로 하나님을 만들었다는 말이다. 이 말은 인간의 교만을 드러내는 말이다.

 

 

5. 언젠가 생명합성과 무병장수의 시대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처럼 과학이 끝없이 발달하면 신의 존재도 부인되는 게 아닌가요

 

과학의 발달과 신의 존재가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은 과학이고, 신은 신을 뿐이다. 둘을 연결지을 어떤 개연성도 없다. 그리고 과학의 끝없는 발달이 인간에게 꼭 축복이라고 볼 수도 없다. 현 인류가 겪고 있는 실존에 대한 문제, 삶의 불안에 대한 문제 등은 모두 과학의 발전이 갖고 온 것들이다. 육체는 급속도로 편해지지만, 우리 정신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늦게 진보하고 있다. 그 갭이 불안과 실존의 문제로 우리가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과학이 진보를 멈추고, 인간의 정신이 더 성장해야 한다.

 

 

6. 하나님이 인간을 사랑한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는 걸까요

 

하나님의 사랑과 인간의 사랑을 구별하지 못해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다. 고통도 불행도 죽음도 하나님의 사랑이고 섭리이다. 하나님의 사랑을 인간의 생각과 기준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신은 우리가 병에 걸리는 것에 관심이 없다. 병이 신의 사역을 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죽음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일을 부자연스럽게 여기며 신에게 도움을 간구하는 것은, 신앙이 없다는 증표이며, 하나님을 수단으로 여긴다는 증거이다.

 

 

7. 하나님은 왜 히틀러나 스탈린 그리고 갖은 흉악범 같은 악인을 만들었을까요

 

하나님이 만든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든 것이다. 잘못된 사회, 문화가 사랑이 결핍된 인간을 만든다. 하나님은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인간들에게 관여하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자신에 대한 올바른 성찰이 없는 맹목적인 믿음, 사회, 관습이 사랑을 모르는 인간을 만들어 낸다. 악인의 존재는 신에게 물을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8.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대신 속죄하기 위해 죽었다는데 우리의 죄란 무엇인가요

 

예수님은 위대한 사상가였다. 예수님은 인간의 위대함을 깨달았고, 우리 모두가 평등한 존재임을,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임을 깨달았고, 이를 전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셨다. 예수의 탄생으로 인간의 억압과 탄압의 시대를 벗어나, 하나의 독립적이고 평등한 존재, 신의 아들과 딸들로 거듭날 수 있었다. 우리는 무지할망정 죄인은 아니다. 원죄는 없다. 예수가 죽은 것은 당시 종교인들이 자신의 종교를 지키기 위해 선지자를 탄압한 것 뿐이다. 예수의 죽음은 우리가 모두 종교인이 아닌 신앙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모든 율법이 사라지고 오직 사랑만이 신앙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예수의 사랑을 오염시킨 것이 베드로나 바울 같은 제자들이었다. 이들은 예수님이라는 인간을 증거하며 종교를 만들었지, 예수의 사랑을 전하지는 못했다. 지금 기독교는 신앙이 아니라, 하나의 종교일 뿐이다.

 

 

9. 하나님은 왜 우리로 하여 죄를 짓게 내버려두었나요

 

죄는 없다. 죄라고 생각하는 내가 있을 뿐이다.



 

10. 성경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인간이 만들었다.



 

11.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다. 인간들이 믿음이 아닌 종교를 위해 편집한 것 뿐이다. 바울은 자기가 쓴 편지들이 정경에 포함됐다는 것을 알았다면 정경을 모두 부인했을 것이다. 종교인들이 종교를 호위하기 위해 만들었다. 예수님은 오직 사랑이셨다. 이것이 전부다. 성경은 필요없었다.


 

12. 종교란 무엇인가요. 왜 인간에게 필요한가요

 

인간은 종교없이 생활할 수 없다.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로 능동적으로 벌인 모든 일들이 종교와 관련되어 있다. 인간은 종교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존재이다.


 

13. 영혼이란 무엇입니까

 

영혼은 마음이다. 마음은 육체와 하나이다. 육체가 소멸하면 마음, 영혼도 소멸한다. 나라는 존재는 육체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이성이나 마음은 육체의 전기적인 작용일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육체가 아닌 이성이나 마음, 또는 영혼이다. 인간의 위대함은 육체에 있지 않다. 파스칼은 인간이 잡초같은 하찮은 존재이지만, 그 하찮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위대하다고 했다. 우리는 육체적으로는 우주의 미세한 존재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우주를 껴안는다. 이것이 영혼, 정신 또는 마음의 위대함이다.

 

 

 

14. 종교의 종류와 특징은 무엇입니까


모든 종교는 사랑으로 귀결된다. 사랑을 말하지 않고 이단, 폭력, 관습, 관례를 중요시여기는 종교는 올바른 종교가 아니다. 언젠가 모든 종교는 하나로 통합될 것이다.

 

 


15. 기독교를 믿지 않고는 천국에 갈 수 없나요


천국은 없다.

 

 

16. 무종교인, 무신론자, 타종교인도 착한 사람이 많은데 이들은 죽어서 어디로 가나요

 

죽으면 끝이다. 내세는 없다. 착하다는 말보다 사랑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존재라면 그는 이미 성인이고 진정한 신앙인이다. 

 

 

17. 종교의 목적은 모두 착하게 사는 것인데 왜 기독교만 제일이고 다른 종교는 이단시하나요

 

우리는 신앙을 가져야 하지 종교를 믿으면 안 된다.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개인의 신앙보다 종교를 더 우위에 두라고 가르치는데, 이는 결국 개인의 신앙을 도태시킬 뿐이다. 따라서 신앙을 가진 자들은 종교지도자들의 명령을 지킬 필요가 없다. 자신의 믿음으로 신앙 생활을 해야 한다. 모든 종교는 사랑으로 귀결된다. 기독교를 믿든, 이슬람교를 믿든, 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라고 가르친다면 이 종교는 올바른 것이다.

 

 

18. 인간이 죽은 후에 영혼은 죽지 않고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요

 

영혼은 육체와 함께 소멸한다. 천국은 없다. 지옥도 없다.

 

 

19. 신앙이 없이도 부귀를 누리고 악인 중에도 부귀와 안락을 누리는 사람이 많은데 신의 교훈은 무엇인가요

 

신앙은 부귀, 안락과 관련이 없다. 만약 부귀와 안락을 위해 신을 믿는다면 그는 신앙인이라 말할 수 없다. 신앙인도 부귀할 수 있고, 안락할 수 있다. 신앙인이 없는 자도 부귀할 수 있고, 안락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신앙인은 그 모든 부귀와 안락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존재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언제든 그런 것들을 포기할 수 있다. 우리가 신을 믿는 이유는 인간이라는 존재, 나라는 존재가 갖는 가치와 의미를 좀 더 깊이 성찰하기 위해서이다. 인간은 신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존재이다. 



 

20. 성경에서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을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하는데, 부자는 악인이라는 말인가요

 

선과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과 악을 정의하는 개인적인 생각, 사회적인 문화, 관습이 있을 뿐이다. , 부자는 악과 관련이 없다. 초기 청교도들은 칼빈의 사상에 따라 열심히 일하고 그에 따른 수익을 얻는 것을 신의 축복으로 여겼다. 그들은 그 수익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려 했지, 이를 개인적으로 남용하지 않았다. 돈이 많아도 늘 검소하게 살았다. 이것이 기독교인이 지켜야 하는 자본주의 정신이다.

기독교의 선악 개념으로 보자면, 부자가 악인이 아니라, 부를 원하는 욕심이 악이다. 부자도 선인이 될 수 있고, 가난한 자도 악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선한 부자는 존재할 수 없다. 선하다면 그 모든 부를 다른 이들을 위해 즐겁게 포기하기 때문이다.

 

 

21. 미국은 사실상 국교가 기독교인데 왜 그리도 범죄와 사회 혼란이 많으며 세계의 모범국이 되지 못하나요

 

미국의 국교가 기독교라는 것은 말 그대로 국교를 기독교로 정했다는 것 말고는 다른 의미가 없다. 국교가 기독교라고 해서 모든 이들이 기독교를 믿는 것도 아니고, 올바른 기독교도로서의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신앙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국가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22. 일부 신앙인은 때때로 광인처럼 되는데, 이것은 공산당원이 공산주의에 미치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요

 

광신도는 믿음의 잘못된 모습이다. 올바른 신앙은 이성을 벗어날 수 없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을 행사할 수 없다. 올바른 신앙인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고, 그에 대한 보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모든 사랑은 이성을 초월하지만, 이성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23. 흔히들 기독교와 공산주의는 상극이라고 합니다. 그럼 폴란드, 동구제국, 니카라과처럼 교회가 많은 국가는 어떻게 공산국이 되었을까요

 

기독교는 국가 체제가 아니다. 기독교는 공산주의와 관련이 없다. 민주주의와도 관련이 없다. 기독교는 하나의 종교, 생활, 문화일 뿐이다. 기독교가 유일한 종교도 아니다. 모든 종교는 사랑을 귀결된다. 기독교라고 해서 다른 종교보다 특별할 게 없다.

 

 

 

24. 우리나라는 두 집 건너 교회가 있고 신자도 많은데 왜 사회 범죄와 시련이 많은가요

 

교회가 많다는 것이 믿음이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믿음은 교회와 관련이 없다. 둘은 연관지으면 안 된다. 믿음은 자기 스스로 신을 만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회가 필요없다.

 

 

25. 지구의 종말은 올까요

 

당연히 온다. 모든 물질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원자들의 해체와 결합은 무수히 반복되며 물질은 순환한다. 종말과 탄생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두렵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일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개인적을 답을 달기 전에 우선 먼저 25가지의 질문을 하나하나 적었다. 적으면서 깨달은 것은 이 질문들이 개인의 구원과는 별개라는 점이다. 종교인들이 신을 믿는 이유는 자신의 구원을 받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인데, 구원과 관련된 중요한 질문들, 예를 들어 예수님의 사랑과, 죄와 구원의 문제, 사랑의 실천 문제, 그리고 이웃에 대한 문제 등, 더 은밀하고 중요한 질문을 하지 않고 피상적이고 원론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만 답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병철 회장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신앙생활을 했는지는 몰라도, 성실한 신앙인은 아니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자기만의 답은 보다 젊을 때에 이미 갖고 있어야 했고, 노령의 나이에는 이보다 더 본질적인 삶과 죽음, 구원에 대해 천착해야 했다.

 

한 시간 정도 개인적인 사상과 가치관에 근거해 개인적인 답을 달았다. 나는 젊었을 때에 독실한 신자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오랜 성찰을 통해 기독교 등 종교가 갖는 위험성을 깨달았다. 지금 우리가 믿는 기독교는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친 사랑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 예수님은 위대한 사상가였고, 실천가였고, 시대를 초월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전하려 했던 순수한 사랑은 위에 말한대로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제자들에 의해 다시 시스템화 되었고, 오랜 시간을 거쳐 그 관례와 관습은 종교로 탈바꿈해 버렸다. 진정한 신앙은 기존 종교에 대한 회의에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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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우리는 1 - 이나은 대본집
이나은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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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디자인이 색다른 것도 좋지만 책은 좋을수록 두고 봐야한다. 그래서 견고함이 중요한 것이다. 이 책은 두세번 읽고 버리라고 이렇게 만들건가. 이게 무슨 양장인가?
디자인이 책을 삼켜버렸다.
이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모독...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달아났다.
그대로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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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옳았다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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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을 읽어 간다
용두사미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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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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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썼지만 이어령 교수는 내가 인정하는 유일한 석학이다.


나에게는 지성의 정점에 머물러 있고, 시인이다



지금부터 읽으면서 느꼈던 점을 있는 그대로 서술하려고 한다.



이전에 냈던 80년.. 이라는 책은 이어령 교수와 저자 간의 간격이 너무 커서 읽기 불편했었지만


이번 책은 그런 간격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김지수 작가가 어려운 일을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김지수 작가가 시를 쓰는지는 모르지만, 시적 감성이 있어서 둘 사이의 inter가 좁아져 좋은 책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직시하며 하루 하루를 살고 있는 이어령 교수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솔직한 대화는 힘이 있다. 그 힘이 느껴져서 좋았고, 이어령 교수가 갖고 있는 지성의 향기가 많이 묻어 있어서 좋았고, 죽음 앞에서도 느껴지는 끊임없는 노력이 보여서 좋았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솔직하고 외로운 모습 속에서, 우리 주변에서 보는 평범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여 좋았다. 아마도 지금까지 나온 책들 중에 인간 이어령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들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이어령 교수는 책 곳곳에서 영성을 이야기하고, 기독교에 대해 언급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지성에서 영성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도중에 멈춘 느낌이 난다.


지성과 영성 사이에는 깊은 심연이 자리잡고 있다. 이 심연은 노력만으로는 건널 수 없다


이어령 교수도 지성에서 영성으로 넘어가려 하지만, 그 답을 못찾고 헤매고 있다. 아마도 당신 스스로가 영적 체험을 통해 영성으로 간 것이 아니라, 딸의 간고간 부탁으로 영성으로 가려 했기에, 거기에서 나오는 헤맴 같다.


지성에서 영성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오는 것이고, 하나는 스스로 깊은 심연 속에 뛰어드는 것이다.


첫 번째는 책에서도 나오지만, 테레사 수녀 조차 하나님의 콜링을 받지 못했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콜링을 받았음에도 받은 것을 모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타인의 의견일 뿐이고, 본인이 소명을 받지 못했다고 믿으면 소명은 받지 못한 것이다. 소명은 타인이 바라보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주관적으로 판단되야 한다. 파스칼처럼 영적 체험을 경험하는 자는 극히 소수일 뿐이고, 이는 내가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니다.


두 번째는 스스로 깊은 심연 속으로 몸을 던지는 것이다. 철저한 자기부정이다. 성프란체스코가 보여준 자기 부정이 온전한 자기부정이었다. 이는 빌게이츠에게 모든 명예와 재산을 다 버리고,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하라는 말과 같다. 이 또한 일반인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책을 읽다보면 이어령 교수가 지성과 영성 사이에서 엉거주춤하게 머물러 있다느 느낌을 많이 받는다. 지성만으로는 영성으로 넘어갈 수 없음을 알고, spirit을 말하지만, 아직도 지성이 그 발목을 잡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안타깝다. 


내려놓아야 영성으로 갈 수 있는데, 내려놓으려는 마음은 없는 것 같다. 지성에 대한 미련이 보인다


이어령 교수는 지성에 머물러 있거나, 아니면 계시 종교의 영성이 아닌 스피노자의 영성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완성된 인격체로,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누군가에 의해 내 삶의 방향이 바뀌거나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 모든 것은 나의 성찰과 반성으로 내 안에 능동적으로 들어와야 하지, 누군가의 부탁이나 간청으로, 비록 그 사람이 사랑하는 가족이라 할지라도, 내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내 안에 수동적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이것만큼은 가족이라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 줘야 한다. 서로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를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인정하고 배려해주면서 각자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어령 교수의 마음 속에 사랑하는 딸의 간청으로 기독교의 신을 인정하지만, 아직도 내부 안에서는 끊임없는 지성과 영성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시간도 별로 없는데,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셈이다. 이어령 교수가 모든 것을 버리던지, 아니면 영성을 버리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죽음은 밖을 지향하던 모든 것들을 다시 안으로 불러들여, 안에서 갈고 닦아 하나의 진주를 만드는 과정이다. 깊은 내적 성찰과 반성을 통해 하나의 진주를 만들고, 그 진주를 마음에 품은 채, 신이 우리에게 베푼 선물에 감사하며, 영원한 소멸을 체험하며 우리는 소멸해 간다. 이게 죽음이다. 


그런데 아직 그 진주가 다 만들어지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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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영감을 주는 한 문장이 있어서 말하고 싶다.


책 중에 보면 이어령 교수가 반복해서 꾸는 악몽이 나온다. 저자가 그 이유가 뭔지를 묻지, 이어령 교수는 "나는 열렬히 지적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었다네." 라고 말했다. 


나는 요즘 계속 동네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공부방을 열려고 계획하고 있다.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고,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한 인격체로 성숙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서, 3년 동안 철학, 역사, 종교와 논어, 장자, 도덕경 등 동양 경전, 문학, 영어 등 4개 언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려고 계획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주 3회 정도 3~4시간 교육을 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지, 그리고 몇 년 전 발병했던 암이 더 악화되지는 않을지 고민하면서, 실행 여부를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문장이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지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느 것,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이는 내가 공부방을 내려는 취지와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런 외로움이 결론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해 지금의 이어령교수를 만들었지만, 지적 대화를 나누며 행복하게 성장했을 한 인간인, 이어령의 삶이 개인에게는 더 가치있는 삶이 됐을 것이다.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이 문장이 결론을 내는 데 많은 영향을 줄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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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1-11-06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감동적인 글입니다.

난쩡 2021-11-06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방은 어디서 하실 계획일까요? 제가 공부방에서 공부하고 싶네요..

북극가자~~!! 2021-12-01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응원합니다. 공부방 개소 소식도 듣고 싶어요

서소미 2021-12-02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응원합니다! 깊이가 느껴지는 글이라 잘 읽고 갑니다. 공부방 생각도 정말 훌륭하시고요!

Dandy 2021-12-05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댓글 잘안읽는데 읽게되었네요.공유해주신 내용에 감사합니다. 지성과 영성의 어느 단계라고 할지라도 개인마다 그러한 상태는 달라고 괜찮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방향과 이유, 목적이 더 중요하지않을까

sng4686 2022-01-06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성과 영성사이에서 서성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sng4686 2022-01-06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다가오는 독후감 잘 읽었습니다

2022-01-29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굿바이 2022-02-27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입니다

pjscjy 2022-07-16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건강하세요. 응원합니다.^^
 
왜 살아야 하는가 -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 앞에 선 사상가 10인의 대답
미하엘 하우스켈러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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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책을 구입하고 일단 톨스토이에 대한 부분을 읽고 글을 쓴다.

나는 톨스토이안이다
톨스토이의 사상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철학자가 됐으며
삶과 죽음에 대한 여러 책을 내고 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이 톨스토이였다

이 책에 톨스토시가 포함된 걸 알고 책을 구입해 먼저 톨스토이 부분먼저 읽었다


톨스토이만 보고 말하자면, 일단 저자의 톨스토이의 사싱에 대한 접근 자체가 방향성을 잘못 잡았다. 말년의 톨스토이는 사상가였다. 톨스토이는 자신이 직접 쓴 소설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안네 카레리나><전쟁과 평화> 등 자기가 회심하기 전에 쓴 글들을 모두 부정했다.

톨스토이의 사상, 특히 삶과 죽음에 대해 논하려면 회심 이후의 작품, 특히 사상과 관련된 작품을 텍스트로 선정해 글을 전개해야 했지만, 작가는 사상서가 아닌 소설만으로, 그것도 회심 전의, 톨스토이 스스로가 쓴 것을 후회한 책으로 톨스토이의 사상을 이해하려고 한 것은 방법적으로도 맞지 않고, 시대적으로도 맞지 않다.


톨스토이가 갖고 있는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보통 우리가 말하는 인생독본이라는 책, 동서출판사에서 나온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기본 텍스트로 해야 한다. 톨스토이는 단순하고 수수한 삶을 사는 농민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상책을 원했고, 그 결과가 이 책이다. 이 책을 제외하고 톨스토이가 갖고 있는 삶과 죽음을 논한다는 것을 불가능하다.


일단 시작이 잘못됐으니 올바른 결론이 나기 힘들다. 그리고 내용도 산만하고 통일성이 없다. 원 제목인,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도 제대로 전달해 주지 못한다.

ㅡㅡㅡㅡ
후에 추가함

현재 멜빌과 케르케고르를 읽고 추가로 글을 쓰자면
책 제목이 내용을 반영하지 못한다
왜 살아야하는가 라고 책제목을 붙이려면 왜 살아야하는지를 책을 읽은 후에 어느 정도 고민하거나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야한다
출판사에서 책제목을 책의 중심주제와 상관없이 무리하게 잡았다

그리고 원제도 책의 내용을 제대로 짚어주지 못한다
아마도 본인이 강의한 내용을 갖고 책을 쓴 것 같은데 잔체적으로 내용이 산만하고 보기힘들다 중복되는 내용도 보인다
자닛이 좋아하는 또는 자신이 잘 아는 위인으로 무리하게 글을 전개시킨 느낌이다

이 책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제대로 성찰하기에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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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남호 2021-11-02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유튜브에서 어떤분이 이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쇼펜하우어 부분을 소개했는데.
소개하는분이야 그냥 일반인이니 소개하는 사람의 생각은 그렇다해도
책의 저자가 쓴 내용을 그대로 읽어주는데... 뭐지??
책의 원제가 뭔지는 모르지만 한국어 제목으로만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하더군요.
이과라 쇼펜하우어 이름만알고 뭐하던 사람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상했는데
검색해보니 역시나 이런 평이 있군요. 그냥 이책은 넘기는 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