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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악보
윤동하 지음 / 윤문 / 2023년 4월
평점 :
이 글은 흥미롭다. 내게는 매우 흥미롭다. 내용이 나의 철학과 맞고 안 맞고와 상관없이 이런 독창적인 글들은, 비슷하게 출판되고 있는 많은 책들과 비교했을 때 독자에게 더 많은 의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저자의 사상에 동조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런 다양한 글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철학자다. 철학자는 철학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삶 속에서 삶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자신의 믿음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자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철학자이고, 우리 모두는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전체적인 글의 흐름은 니체의 문체와 비슷하다. 니체의 문체가 읽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도 하고, 반감을 주기도 하지만, 저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철학을 견고하고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저자의 철학은 나의 철학과는 많은 부분에서 어긋난다. 저자는 사랑을 말하지만, 저자의 타인에 대한 의견을 보면 타인을 그렇게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다. 글 속에서 유아독존이 강하다. 철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뭔지 묻는다면 나는 겸손이라 말하고 싶다. 니체의 사상이 위대했지만 니체는 결국 자기 삶이 부셔졌다. 세상의 주체는 ㅇ직 나 자신, 내가 무너진다면 세상은 아무런 존재가 없다.
후기에 저자가 이렇게 글을 쓴 이유에 대해 말하지만, 사실 독자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다. 저자의 깊은 의도를 이해해줄 수 있는 독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의 거의 극소수로 보면 된다. 그래서 자의적이 아니라해도 친절해야 한다. 다음 책은 독자의 수준에 맞춰 책을 내면 좋겠다. 결국 책을 내는 이유는 누군가 이 책을 읽어주기 원하고, 그럼으로 그 사람의 삶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기 위함이다. 읽히지 않는 책은 그냥 일기로 쓰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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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사를 응원하고 앞으로도 자신이 쓰고 싶은 책을 마음껏 쓰길 바란다. 단, 그럴려면 인디자인은 배워야 한다. 어렵지 않으니 차근차근 배우셔서 다음에는 좀 더 세련된 책으로 만나기 바란다.
철학자로서, 그리고 독립출판사를 먼저 차린 사람으로서, 저자의 앞길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