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윤영 옮김 / 다온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자유롭게 글쓰다.
어린왕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나는 다른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일종의 몽환적인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읽을 때마다 잠깐 동안 어린왕자와 함께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른 문학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느낌이다. 그래서 장미이야기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된다.
내가 갖고 있는 어린왕자에 대한 깊은 사랑은, 다음의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도 악한 사람은 있다. 하지만 어린왕자를 사랑하는 사람은 악인이 될 수 없다."
이 안에 어린왕자에 대한 나의 무한한 믿음이 들어 있다.
그래서, 어린왕자도,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그리고 원서인 프랑스어로 읽으면서, 각 언어에서 주는 색다른 느낌도 즐기며, 독서 중에 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한국어로 번역된 책은 오랜만이다. 내가 갖고 있는 어린왕자에 대한 느낌과 감성으로 이 번역본을 읽었다. 그러다 보니 여러가지 아쉬움이 있다. 우선 어린왕자의 감성이 번역에 제대로 소화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삼인칭 대명사의 과도한 사용과 적절한 단어의 선정이 불안해 보이고, 전체적으로 번역의 느낌이 투박하다. 감성적이지 못하고, 어린왕자만의 몽환적이고 꿈꾸는 듯한, 그리고 아련한 느낌을 주는 이 문학의 강점을 제대로 살려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나만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내가 갖고 있는 어린왕자에 대한 사랑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는 없으니까.
어린왕자는 간결하면서 감성을 건드리고, 꿈꾸는 듯한, 그리고 남자인 나로서는 사랑하는 여인의 머릿결을 넘기면서, 솜털을 만지는 듯한, 그런 여리고 세밀한 감성으로 번역해야 한다. 그래야 전체적인 어린왕자의 마음을, 여리고 순수한 그 마음을 내 깊은 가슴 속에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남자보다는 여성이, 소설가보다는 시인이, 청년보다는 중년이, 사교적인 사람보다는 고독을 좋아하는 사람이, e보다는 i인 사람이 어린왕자의 번역에 어울린다. 그런 면에서 번역본보다는 영어나 스페인어, 프랑스어가 오히려 더 도움이 된다. 익히 잘 아는 한글보다 추상적이고 더 많은 것들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민감하게 이야기를 다루는 것 같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가격이다. 46판으로 a4 반도 안 되는 크기에 페이지도130이 안 된다. 게다가 컬러도 아닌 흑백인데, 책의 정가가 14000원이다.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이다. 이전에 책을 몇 권 만들어 본 나로서는 이게 과연 가능한지 궁금하다. 이번에 리뉴얼된 월든은 600페이지가 넘고, 판도 이것보다 크지만 11000원이다. 출판사에서 너무 무리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