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모른다고 걱정하지 마라 - 영혼의 철학자 몽테뉴 인생 수업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지음, 고봉만 옮김 / 아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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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자유롭게 서평 하다

예전에 몽테뉴의 에세를 읽으려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금방 포기.

포기한 이유는 내용이 방대해서가 아니라, 잡다한 이야기, 산만한 이야기에, 과연 이런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방대함. 잡다함. 산만함.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인간에 대한 자유로운 견해는 몽테뉴의 에세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어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읽기 귀찮은 책이지만, 이 책에서 인간과 죽음에 대한 내용을 발췌한 이 책은, 우리의 수고를 덜어주기에 딱 좋은 책이다. 적어도 이 책을 통해 수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고, 몽테뉴라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인간에 대한 철학을 어느 정도, 아니 상당히 느낄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산만하다. 뒤에 보면 20여 년에 걸쳐서 처음에는 얇은 책이 점점 방대해 졌다고 하는데, 몽테뉴는 내용을 증보만 했지, 내용을 다시 정리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책을 보면 같은 챕터인데도 앞 뒤의 내용이 틀린 부분이 나온다. 처음에 적고, 나중에 증보하면서 더 적는 식으로 한 것 같은데, 그러면서 앞 내용을 수정하지 않으니, 결국 내용이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나온다. 몽테뉴는 이런 것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듯 책 안에 자기 책이 중구난방이라고 적고 있기도 하다. 결국 책 제목대로 에세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간 책으로 볼 수 있겠다.

이 책의 영향을 받은 파스칼의 팡세가 일단 생각을 요약해서 적고, 책을 완성하기 전에 죽어서, 더 이상 온전한 책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이 책은 요약 자체가 없고, 그냥 생각에 생각을 더해서 만들어 진 책이다.

죽음에 대한 몽테뉴의 견해는 위 내용처럼 산만하다. 엮은이가 어떤 부분에서 몽테뉴의 철학에 영향을 받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한다. 이 책에 잠깐 언급된 세네카의 루킬리우스에게 보낸 편지 같은 책이 오히려 죽음과 관련되서는 더 깊은 성찰을 느끼게 해준다. 전체적으로는 죽음과 관련된 철학으로 몽테류의 철학을 추천하기에는 미흡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몽테뉴의 잡다한 내용 중 일부를 발췌, 인간과 죽음에 대한 몽테뉴의 사견을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좋은 책이라 할 수 있지만, 딱 그 정도다. 중구난방으로 쓰여 정리가 안 된 몽테뉴의 글 속에서 진정한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인간에 대한 성찰은 팡세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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