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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세상을 보는 지혜
배은영 지음, 유영근 그림 / 제제의숲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고, 자유롭게 서평을 작성하였다
이 책은 그라시안과 관련되어 있지만, 어떻게 보면 관련이 없다.
그래서 다행이다.
그라시안이 예수회 신부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지금까지는 학자나 철학자로 알고 있었다. 쇼펜하우어가 이 책을 좋아해서, 번역해서 출판까지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책을 예전에 본 적이 있었지만, 보다가 말았다. 그라시안의 지혜라는 내용이 요즘 말하는 처세술과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왜 쇼펜하우어가 이런 책을 좋아했는지, 그리고 직접 번역까지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이 그라시안의 책을 좋아하거나, 이 책의 내용과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연계시켜 긍정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더군다가 예수회 신부라고 하니 그라시안이 썼던 내용들이 더 문제시 되어 보인다. 신부는 처세술을 쓰면 안 된다. 신부는 처세와 관련없이 살아야 하고, 인간이기를 포기해야 하는 사람이다. 신부가 처세술을 썼다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게 생각된다.
뭏튼, 이 책은 그라시안을 내세우지만, 사실 내용을 보면 그라시안과 특별한 관련은 없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처세술과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고,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그라시안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정도의 관련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들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또는 중학교 저학년 들에게 세상을 대하는, 친구를 대하는, 사회관계와 관련된 기본적이고 정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말은 결국 성인들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시대의 전형적인, 아니 인간이 경험하게 될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한 정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아이들에게, 이제 사람들과, 친구들과 경험하며 사회라는 관습 속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만 하는, 아이들에게 일종의 안내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 아빠가 말해주기보다는 이런 책들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 어렸을 때는 이런 책이 전무했다. 모든 것이 경험을 통해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싸움과 오해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면서 어른이 됐다. 지금 보면 불필요하고 너무 과다한 낭비였다. 왜 우리는 책을 읽지 않았을까?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책들이 전무했었다. 다행이다. 이런 책들이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