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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을 생각할 때 삶은 비로소 시작된다
히스이 고타로 지음, 이맑음 옮김 / 책들의정원 / 2024년 6월
평점 :
죽음에 대한 성찰은 인간이 반드시 해야 하는 성찰이다. 자신의 죽음을 직시할 때 삶이 현재보다 더 성숙해지고 아름다워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은 나이가 어릴 수록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령이 되거나 불치병에 걸렸을 때에도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할 때가 있다. 진지하게 생각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낯설어서 그렇기도 하다. 죽음도 연습이 필요한 셈이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진지한 내용을 담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좀 더 진중하고 무게있고, 깊이있는 죽음이라는 우리 모두가 뛰어내려야 할 벼랑 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용은 생각보다 가볍다. 생의 마지막을 생각할 때 삶은 비로소 시작된다는 책 제목의 무게를 책 내용이 견디지 못한다. 강에 몸을 담길 원했는데, 들어가보니 개울이다. 죽음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 삶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 죽음을 깨달은 후, 죽음의 공포를 깨달은 후 우리 삶에서 변화되야 할 가장 중요한 것, 본연의 나에 대한 성찰, 이에 대한 깊이있는 내용이 없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죽음에 대한 주변적인 이야기들, 많은 이들이 죽음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어떻게 보면 본질적인 방향성의 오류에서 나오는, 방법적인 죽음에 대한 논의들이 주를 이룬다. 결국 본질을 피해 겉만 헤매고 있는 셈인데, 결국 이런 헤맴은 죽음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시간의 낭비가 될 수도 있다. 결국 마지막을 생각하지만 삶이 제대로 시작되지 못하는 셈이다. 철학적인 접근, 더 깊은 숙고된 사상이 없이는 삶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죽음은 우리 모두 피할 수 없는 필연이지만, 이 필연의 깊이를 제대로 느끼는 이는 별로 없다. 그리고 이 책은 여타 다른 책들처럼 그렇게 깊이 있는 성찰을 이끌어 줄 수 있는 가이드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이들에게는 나름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책의 가치는 모든 이들에게 상대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의 가치는 내가 논할 수 없다. 죽음은 온전한 나의 문제다. 내 안에서 성찰하고 내 안에서 깨닫고, 내 안에서 실천할 일이다. 삶과 죽음은 이분법이 아니다. 삶 안에 죽음이 있는 것, 죽음은 삶의 일부분일 뿐. 따라서 삶의 가치는 죽음보다 정량적으로나 정성적으로 우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