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해 주는 것들
이병일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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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큰 그림 앞에 환기를 느끼며 위안을 얻지만, 순간을 포착하여 마음을 회복하는 일에도 익숙하다. 주위를 둘러싼 환경, 모든 만물은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에게 쓰임으로 작용한다. 이병일 작가는 이들에게도 냄새와 감정이 있고, 목소리가 있다며 순간에 집중하는 힘을 얻었다고 한다. 단단하고 묵직하게 자리 잡은 돌멩이를 보며 주름으로 가득한 세상을 담고 있어 단단한 것이라는 삶을 인정하는 태도로 나를 위로해 주는 것들에 대한 일종의 예를 갖추는 느낌을 받았다. 저마다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상상하는 일에 나와 타인을 교차시키며 위로를 얻었기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의 언어를 읽어내는 일이 행복이라 생각된다.

“나의 눈을 밝게 하는 것은 죄 없는 사물이면서 세상으로부터 몸을 감추지 못한 생명이다. 나는 마냥 걸으면서 일순간, 목숨 가진 것들의 안위를 살피는 질문이 ‘시’가 된다고 생각한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이 위로의 도구이며 시어가 되기에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된다. 이렇듯 따듯한 시선과 감성이 담긴 눈으로 구체적인 목소리를 담는 일이 위로해 주는 것들의 안위를 살피는 일이다. 홀연히 어떤 대상을 응시하고 의미 있는 어떤 순간을 포착할 때, 아름다운 인간이 된다는 말에 더불어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한쪽만 희생하는 게 아니라 배려와 함께 서로의 안위를 묻고 동일한 속도로 풍요를 즐기는 것이 행복인 것 같다. 

”곁에 있을 때는 그것의 소중함을 모른다. 멸종 직전까지 가야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이름을 꺼내게 된다.“

풍요로운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는 절대 심플하지 않다. 다양해서 복잡하고 얽혀서 구체적인데 시간이 걸린다. 존재의 가치를 찾아 집중하다 보면 소중함을 깨닫고 위로와 안위가 공존하는 안부를 얻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은 나를 위로해 주는 것들을 세심하게 한 번 더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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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경제학 - 음식 속에 숨은 경제 이야기
시모카와 사토루 지음, 박찬 옮김 / 처음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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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탁 위에 올라가는 먹거리는 지구온난화와 기후 위기에 영향을 미친다. 가축을 기르기 위해 발생하는 메탄가스, 식재료를 운송할 때 발생하는 탄소는 우리 입이 즐거울 때 환경이 겪어야 하는 고통의 압박들이다. 우리가 씹고 먹고 맛보고 즐기는 활동은 경제와도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시모카와 사토루의 ‘먹는 경제학’은 우리가 매일 하는 식사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래서 인류의 모든 문제는 먹는 것과 연결되어 있고 경제학의 필요성으로 연결된다. 이 책은 사람다움을 바탕으로 농업 경제학의 프레임을 활용해 우리의 식사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탐구해 놓았으며 식사를 둘러싼 환경의 복잡성이 증가한 주요 원인 중 하나를 시장이라는 구조의 발전으로 보고 생산, 시장, 소비와 연관된 식량 경제학의 전반적인 관계를 ‘먹다’라는 관점을 통해 펼쳐 놓았다.

“공기와 물 같은 자연 자원이 공고의 성격을 띠기 때문입니다. 내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다른 사람의 사용을 제한할 방법이 없습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공기나 물을 오염시킨다 해도, 그 사람만의 공기와 물의 사용을 완전히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특정 지역의 공기를 없애거나 비를 내리지 않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소비와 생산에서 사람다움의 영향을 미치는데 자연조건이나 시장의 역할뿐만이 아니라, 사람다움이 먹는 일과 관련된 사회 문제를 개선하고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를 설계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람다움은 기억력이나 인지 능력의 한계로 인해 현실 인식에 선입견이 발생하며, 결과적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이나 행동하게 되는 특성을 지칭한다. 사람다움은 사회문제 해결의 장애물이기도 하지만 활용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이 말하는 사람다움을 만나며 ‘인간’이나 ’사람‘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낙관적인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먹고 즐기는 일이 너무나도 당연하기에 음식 속에 숨은 경제는 의식하지 못하며 살아왔지만, 우리의 식사가 미래를 좌우한다면 음식을 먹거리로만 봐선 절대 안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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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 영국의 책사랑은 어떻게 문화가 되었나
권신영 지음 / 틈새의시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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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는 “독서야말로 인간이 딛고 심연으로 돌진해 들어갈 수도, 창공으로 날아오를 수도 있는 도약대”라고 말했다. 그러나 깊고도 넓은 세계를 마음껏 누빌 기회를 텔레비전의 바보상자에 이어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기기로 일시적인 만족에 의존하고 있다. 즉각적인 보상을 위해 반복적으로 들여다보며 심연에 닿길 바라는 일이 아슬하기까지 하다. 사각의 안정된 모양과 종이의 사각거림, 심신을 쓰다듬는 한 장 한 장의 넘김은 글 외에 책이 주는 하나의 평화다. 틈새의 시간에서 펼쳐낸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은 책과 관련된 영국의 문화 관찰기와 인쇄물 너머에 있는 이야기 문화를 소개한다.

런던은 19세기 영국 지성계의 핫플레이스로 이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인물과 출판사로 찰스 디킨스와 채프먼 & 홀과 찰스 다윈과 찰스의 출판인으로 불리는 존 머레이 하우스 출판사를 꼽는다. 이 책에서는 디킨스와 다윈의 책 서지 공통점을 ‘런던’으로 지목하며 책이 나올 때까지 저자와 출판사가 나누었던 교감과 신뢰, 도전 정신, 떨림, 추억 등 쫄깃쫄깃한 이야기를 전한다. 소장하고 자랑하고 싶은 사치품이자 돌려가면서라도 보고 싶은 선망의 대상인 책을 영국의 책 사랑이 문화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펼쳐놓았고, 영국에서 책은 서구 근대의 가치를 실현하는 통로라며 자신과 외부를 어느 정도 차단하여 개인 공간을 확보해 주는 동시에, 개인과 개인을 연결해 사회적 연대감을 쌓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독서의 즐거움은 책을 살 수 있는 경제적 능력에 따라 결정되었다. 여기서 제외되는 많은 어린이의 경우 무료 급식을 받거나 조찬 클럽을 이용한다. 이들은 때때로 현실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논픽션이든 소설이든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책이 필요하다.”

한가하게 앉아 책 읽을 시간에 몸을 움직여 먹고살 궁리를 하던 가난한 시절은 오래전에 지나갔다. 사는데 쫓기다 보니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평온한 삶을 마주하고 싶다면 책을 들어야 할 것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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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 - ‘행복의 조건’을 찾는 하버드의 연구는 지금도 계속된다
로버트 월딩거.마크 슐츠 지음, 박선령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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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지만 주관적이라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다. 누군가는 즐거움을, 누군가는 평안을 기준으로 삼지만, 삶의 만족도와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다양한 선택지와 결과를 남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제적 자유에 행복의 기반을 두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행복에 집착하면 오히려 불행하다는 결론을 내리며 막상 행복해서 불안해한다. 행복에 대한 갈망은 본능이다. 그래서 당연한 일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왜 더욱 갈망을 어렵게 만드는건지 모르겠다.

저자 로버트 윌딩거는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로 행복에 대한 연구를 20년 가까이 이끌고 있으며, 이 책은 85년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것으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비결을 방대한 사례와 과학적 연구 결과로 증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하버드 의대 출신 현직 심리 치료사 마크 슐츠도 이 책에 함께한다.

행복의 비중에 인간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인간관계가 건강과 행복을 유지하기 위한 귀중한 도구 중 하나라는 사실은 오랜 지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 책은 정기적으로 관계를 돌아보고 점검하기를 권한다. 사회적 적합성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것처럼 자신의 모든 관계를 돌아볼 때도 정기적인 확인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주목한다는 것은 그를 존중하고 그 순간 그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는 행동으로 자신에게 주목하면서 자기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며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 확인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관심은 소중한 자산이기에 행복의 조건에 빼놓을 수 없는 사항이다. 인간관계를 통해 모든 이를 풍요롭게 할 수 있다면 그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기에 일도 우리 인생임은 틀림없다. 행복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면 쉽게 다가오는 것 같다.

“운명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운이 좀 좋았다고 해서 그걸 자기 힘으로 얻은 건 아니며, 운이 나쁘다고 해서 그런 꼴을 당해도 싼 건 아니다. 우리는 삶의 혼돈을 뛰어넘을 수 없다. 하지만 긍정적인 관계를 많이 키워둘수록 이 험난한 여정에서 살아남아 번창할 가능성이 커진다가능성이 높아진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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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시가 필요한 시간
장석주 지음 / 나무생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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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시인의 내밀한 욕망과 감정의 마그마를 분출하는 일이라면 그 에너지는 우리 안의 동물적 원초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장석주 시인은 지금은 시가 필요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근원적인 인간의 욕망을 투사하기 위해 시를 쓰기에 열망은 내재할 수밖에 없다. 욕망은 인간을 살아 움직이게 만들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욕망이 바뀔 수도 있지만 욕망이 깨어 있는 시간은 물론 인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순간에도 욕망은 늘 자리에 있다. 욕망이 왜 일어나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어떻게 해야 욕망을 정복할 수 있을지를 이해할 때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리고 그 발견을 시로 섬세하면서도 내밀하게 펼쳐낼 수 있다.

“내일이라는 추상을 처음 인지한 이도 시인이었을 테다. “언덕 너머에 진짜 언덕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란 세계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를 꿈꾸는 사람이다. 시인은 커다란 나무와 그 나뭇가지 위에서 수천 마리의 새들이 날아오르는 상상을 펼친다. 상상은 움직임이 없는 것들에 움직임을 부여한다. 시인은 상상으로 불의 상승하는 기운과 비상한 활력을 전유하는 새들의 세상을 불러온다.불러온다”

시인이란 소멸하고 굳어가는 세상에 생명의 활기를 불어넣고, 볼품없는 것들에 노래와 향기를 심는 존재라는데 시인은 분명 새와 나비의 날개에 리듬을 심어준 사람일 테다. 시인의 상상에 걸림돌은 없어 만물이 표류를 위해 어디든 내어주는데 막힘이 없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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