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동물 - 동물은 왜 죽여도 되는 존재가 되었나
김도희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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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힘들겠지만 19세기 유럽에서는 인간을 볼 수 있는 동물원이 있었다. 그 당시 전 세계에서 잡혀 온 다양한 인종의 원주민들이 전시되었다고 한다. 인간 대 인간 위치에서 벗어나 ‘종’ 차별과 마주하면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이 19세기 원주민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약자라서 착취의 결과물로 아무렇게나 인간에 의해 이용당하는 동물에게 인간은 악마나 다름없다.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처럼 종차별에 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물도 유전적인 존재인 이상 우리처럼 고통을 느끼고 유아 하나를 죽이는 것에는 경악하면서 고등 생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것은 모순이라는 동물해방의 싱어교수가 한 말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따라다녔다.

‘유사 인간’으로 살고 있는 동물들에게 당장 필요한 세계는 인간의 현실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말에서 길고양이가 생각났다. 요즘같이 밤이 긴 퇴근길이면 길고양이들의 움직임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퇴근길이라 차들이 많아 차에 치여 로드킬 당한 고양이도 몇 번 본적이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개처럼 집을 지키는 것도 아니고 먹을 수도 없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길고양이를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냐고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과 평화롭게 공존하면 좋지만, 그들의 세계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고기를 먹는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며칠 전 삼겹살에 열광한 내 모습이 생각나 부끄럽다. “모든 육식 뒤에는 ‘고기’가 가리는 ‘동물의 죽음’이라는 부재가 존재한다.” 이 문장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속이 안 좋았다. 동물의 고통에 응답할 책임을 토해내는 시도는 이처럼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접할 수 있다. 동물이 고통받지 않을 권리 너머부터 동물과 공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정상동물’을 통해 알아가며 ‘고기’가 가리고 있는게 무엇이며, 비거니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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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언어 - 내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마음의 말들
김지은 지음 / 헤이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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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향적인 면을 뺀다면 사람을 구분하는 결정적 차이는 분명 태도일 것이다. 몸의 동작이나 마음가짐이 드러난 자세를 태도로 정의한다면 그 태도를 결정짓는 건 그 사람과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비중이 크다. 태도의 언어라는 책 제목에서 말뿐만이 아니라 생각을 담은 눈빛, 손짓, 미소까지 한꺼번에 와닿았다.

‘좋은 기사 하나가 세상을 바꾸기엔 미약할지 모르나, 사람 마음은 바꿀 수 있다.’

기자이기에 글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고 기자라는 업을 사랑하게 된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일보 김지은 기자다. 기자로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인연들의 태도는 자신의 태도 또한 성장시켰음을 깨달았기에 많은 사람을 만나고 관찰하면서 태도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말 잘하고 생각이 깊기로 유명한 배우 김혜수라는 태도가 두 편에 걸쳐 나온다. 인터뷰가 단순하게 묻는 말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생각했는데 배우 김혜수는 달랐다. 인터뷰어에 대한 이력이나 기존 기사까지 챙기며 철저히 확인 후 인터뷰에 응한다. 묻기 전에 인터뷰어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한다면 신뢰도가 높아져 인터뷰 성사가 성공적일 것이다. 이를 계기로 김지은 기자는 인터뷰 섭외 시 어떤 기자인지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인다고 한다. 영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회사명과 이름 석 자로 끝나는 자기소개 말고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자료까지 미리 준비한다면 일이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쩜 우리 인생 자체가 모든 일에 준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배우 김혜수의 태도는 그녀가 평소에 보여주는 모습처럼 성장하고 배우는 자세로 가득했다. 그리고 김지은 기자와 태도로 인연이 된 연예인과의 선물 같은 일화와 마음에서, 나에게서, 일에서 길어 올린 언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태도로 펼쳐진다.

“삶이란 여정을 걷는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절대적인 우여곡절이 있다. 신기하게도 굽이굽이 막다른 길을 돌고 깊은 계곡을 건너온 사람일수록 미소는 빛난다. 기자라서, 인터뷰어라서 운이 좋게 보고 들은 그 아름다움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어 나는 인터뷰를 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위로와 공감이고 그 일을 인터뷰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난, 오늘도 사람에게서 기꺼이 배운다.”

한 개인이 태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이 쉽지 않다. 상황에 따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태도의 해석도 달라지긴 하지만, 바른 태도를 배우고 성장할 기회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 또한 좋은 태도를 배우기에 충분했다. 성장은 태도와 매우 밀접하다. 다행히 좋은 태도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서 ’태도의 언어’와 같은 좋은 책을 만난다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출 것 같다. 

#태도의언어 #태도 #언어 #마음의말들 #내삶을단단하게 #김지은 #김혜수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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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디자인, 미술의 발견 - 작품은 어떻게 스토리가 되는가
김용주 지음 / 소동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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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작품은 어떻게 스토리가 되는가라는 부제에 맞게 그녀를 작품으로 한 스토리들이 주변을 액자처럼 둘러싸고 있다. 작품의 중심에 그녀가 있고 맥락을 이어갈 디자인들이 모니터를 통해 또 다른 작품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 책은 작품이 작품을 말하는 책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915인더스트리갤러리 대표인 김용호 사진작가의 추천사 마지막 말은 전시 디자인을 이해하는 한마디였다.

“당신의 삶은 어떻게 보여 주면 좋을까요.”

하얀 벽에 각 잡고 나열된 작품들과 마주했을 때는 해석에 집중하기 위해 작품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었다. 오로지 작품만을 위한 전시 공간으로 다른 외부적인 요소의 침범을 금하는 게 당연하다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세련미를 갖추는 정도로 여겼던 전시 디자인이 작품을 구성하는 멋진 스토리가 되어 발견을 향한 초대에 한층 쉽게 응하게 한다.

“나는 경직된 이미지 이면에 가려진 순수하고 포용력 있는 진면모를 어쩌면 미술관이 지향해야 할 모습을 관람자 개개인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작가의 생각이 잘 반영된 전시 디자인은 작품과 작품 이면의 조화를 통해 공간을 이해하고 읽어내는 감각을 쉽게 느끼게 한다. 물론 작품 뒤에 숨은 이면을 나름대로 해석하려고 골몰하는 시간이 주는 기쁨도 참 달다. 전시는 예술가의 삶을 이해하고,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전달하여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김용주 저자가 말했듯,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소설과 달리 예술을 통해 내 삶을 이끄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의 중요성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전시된 이중섭 백 년의 신화로 출발한다.

“나는 밥만 준다면, 평생 벽화를 그리고 싶어. 그것도 큰 벽화를…”

이중섭은 공공장소에 거대한 벽화를 그려 예술이 많은 이에게 향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은 저자는 16센티미터 은지화를 16미터로 100배 확대한 벽면 투사 전시 전경을 펼쳐냈다. 커다란 벽화로 환생시킨 작품이 이 책에 함께한다.

한국현대미술 작가 최만린의 작품 ‘점’‘ㅇ’ 시리즈는 다각도에서 공간이 주는 힘을 느낄 수 있었으며 작가가 의도한 하나의 점에서 팽창한 우주가 하나의 점으로 환원되는 느낌을 아주 잘 표현한 전시였다.

베네치아 포르투니 미술관 윤형근 전시 전경은 전시의 감상을 떠나 머물고 싶은 쉼으로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색이 변해 오랜 세월의 흔적을 통해 세월을 머금은 공간에 스미게 한다는 공간의 여운은 독자로써도 성공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을 견딘 작가가 시간 보따리를 조금씩 풀어내어 시간을 연장한 공간에서의 머묾은 길게 다가왔다.

“사람들의 눈앞에 놓인, 어쩌면 지극히 단순해 보이고 비슷해 보이는 작품들이 실은 작가의 치열한 고민의 시간과 실험의 산물인 것을 알게 하고 싶었다.”

전시 디자인은 작품의 영역을 연결하고 유연한 사고를 전달하는 세계인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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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노멀 - 10년 후에도 변하지 않을 글로벌 트렌드 HOT 30
로히트 바르가바.헨리 쿠티뉴-메이슨 지음, 김정혜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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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평범함을 거부하고 새로움을 향해 도전하는 일이 삶의 방향이자 과제로 여긴다. 평범함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통의 기준이라고 하지만, 사실 평범한 삶이란 당연하거나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남들처럼 못산다는 말은 남들처럼 살고 싶다는 말과 남들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두 가지 속뜻이 있는 걸 보면 평범한 삶이란 개인의 기준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생각할 때, 평범함 또한 누군가에게는 새로움이 될 수 있어 삶의 여정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지도 모른다.

“일부 혁신과 변화가 노멀이 되는 이유도 반대로 영원할 것 같은 많은 혁신과 변화가 오래지 않아 사라지는 이유도 인간의 니즈 그리고 원츠와 관련이 있다.”

자금 고갈로 버림받았거나, 무시당하거나 비웃음으로 전락한 혁신 바로 직전의 것들이 미래로 골인하는, 말 그대로 미래의 평범함에 밀려 사라진다. 미래에는 무엇이 평범해질지 즉 어떤 것이 퓨처 노멀이 될지 예상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니즈와 원츠 파악이 중요한데 이 책은 세 개의 파트로 그에 따른 통찰을 들려준다.

1. 어떻게 우리는 관계를 맺고 건강하게 잘 지낼까
2. 어떻게 우리는 생활하고 일하고 소비할까
3. 어떻게 우리의 인간성이 살아남게 될까

누구든 우선순위는 건강일 것이다. 환자가 발생하면 치료가 행해지고 예방과 최적화가 이뤄지는 시스템이 미래에는 예방 차원에서 건강한 사람과 자연을 다시 연결하게 해주는 것이 블루오션 같은 커다란 비즈니스 기회가 될 전망이라고 한다. 지금은 백세시대라지만 미래에는 백세 청년이 등장하지 않을까? 환경은 건강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환경과 사회적 성과에 대한 높은 측정 기준을 통과한 기업의 급증으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죄책감이 줄어든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증가한다는 말은 반가우나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또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임은 틀림없다. 기업들이 탄소 중립을 넘어 재생 비즈니스를 추구하고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녹색 인프라 확대에 투자하는 등 원래 우리가 누렸던 것들을 되찾는 일이 희망적인 미래를 내다보게 하는 일이기에 퓨처 노멀이 가깝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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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 카를로 로벨리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양자 물리학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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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양자역학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십번 읽고 들어도 이해하는데 어려운 양자 물리학이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과학적인 사실이라는 점이 더 놀랍다. 상식을 뛰어넘는 양자 이론이지만 이 책의 저자 카를로 로벨리는 가능한 한 명확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했고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방법을 설명하기보다는 양자역학을 이해하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맞는 것 같다. 일단 카를로 로벨리의 양자 역학적인 설명은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여러 가지 예시를 사용하였지만, 이야기는 이해하기 쉬우나 양자 이론과의 관련성을 넘어 양자역학 자체라는 사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이탈리아 태생의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이자 블랙홀을 새롭게 규명한 우주론의 대가로 제2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평가받는 카를로 로벨리는 우리에게도 유명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양자역학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이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이다 말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스물세 살의 한 독일 청년이 바람이 많이 부는 북해의 외딴섬에서 난해한 양자역학의 수학적 구조인 양자론을 구축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그가 바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이다. 이 책에 의하면 그는 포기할 건 포기하고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것인 전자가 방출하는 빛의 강도와 진동수만 기술하고 모든 것을 오직 관찰할 수 있는 양에 근거해서만 설명하자는 발상을 구축한다. 그러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우리가 보지 않을 때 물질 입자가 어디에 있는지는 생략한 체 그저 우리가 그 입자를 관찰하면 그 입자를 어떤 지점에서 찾을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를 말해줄 뿐이다. 보면 보는 거고, 안보면 안 보는 거지, 저자 말대로 무슨 상관이냐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현상이 모습을 드러낼 상대가 없으면 현상에 대한 명료한 기술은 없다.”

극단적인 아이디어를 모은 기묘한 동물 화집을 소개하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양자 현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그림에서도 충분히 느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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