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 영국의 책사랑은 어떻게 문화가 되었나
권신영 지음 / 틈새의시간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울프는 “독서야말로 인간이 딛고 심연으로 돌진해 들어갈 수도, 창공으로 날아오를 수도 있는 도약대”라고 말했다. 그러나 깊고도 넓은 세계를 마음껏 누빌 기회를 텔레비전의 바보상자에 이어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기기로 일시적인 만족에 의존하고 있다. 즉각적인 보상을 위해 반복적으로 들여다보며 심연에 닿길 바라는 일이 아슬하기까지 하다. 사각의 안정된 모양과 종이의 사각거림, 심신을 쓰다듬는 한 장 한 장의 넘김은 글 외에 책이 주는 하나의 평화다. 틈새의 시간에서 펼쳐낸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은 책과 관련된 영국의 문화 관찰기와 인쇄물 너머에 있는 이야기 문화를 소개한다.

런던은 19세기 영국 지성계의 핫플레이스로 이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인물과 출판사로 찰스 디킨스와 채프먼 & 홀과 찰스 다윈과 찰스의 출판인으로 불리는 존 머레이 하우스 출판사를 꼽는다. 이 책에서는 디킨스와 다윈의 책 서지 공통점을 ‘런던’으로 지목하며 책이 나올 때까지 저자와 출판사가 나누었던 교감과 신뢰, 도전 정신, 떨림, 추억 등 쫄깃쫄깃한 이야기를 전한다. 소장하고 자랑하고 싶은 사치품이자 돌려가면서라도 보고 싶은 선망의 대상인 책을 영국의 책 사랑이 문화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펼쳐놓았고, 영국에서 책은 서구 근대의 가치를 실현하는 통로라며 자신과 외부를 어느 정도 차단하여 개인 공간을 확보해 주는 동시에, 개인과 개인을 연결해 사회적 연대감을 쌓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독서의 즐거움은 책을 살 수 있는 경제적 능력에 따라 결정되었다. 여기서 제외되는 많은 어린이의 경우 무료 급식을 받거나 조찬 클럽을 이용한다. 이들은 때때로 현실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논픽션이든 소설이든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책이 필요하다.”

한가하게 앉아 책 읽을 시간에 몸을 움직여 먹고살 궁리를 하던 가난한 시절은 오래전에 지나갔다. 사는데 쫓기다 보니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평온한 삶을 마주하고 싶다면 책을 들어야 할 것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