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작품은 어떻게 스토리가 되는가라는 부제에 맞게 그녀를 작품으로 한 스토리들이 주변을 액자처럼 둘러싸고 있다. 작품의 중심에 그녀가 있고 맥락을 이어갈 디자인들이 모니터를 통해 또 다른 작품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 책은 작품이 작품을 말하는 책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915인더스트리갤러리 대표인 김용호 사진작가의 추천사 마지막 말은 전시 디자인을 이해하는 한마디였다.“당신의 삶은 어떻게 보여 주면 좋을까요.”하얀 벽에 각 잡고 나열된 작품들과 마주했을 때는 해석에 집중하기 위해 작품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었다. 오로지 작품만을 위한 전시 공간으로 다른 외부적인 요소의 침범을 금하는 게 당연하다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세련미를 갖추는 정도로 여겼던 전시 디자인이 작품을 구성하는 멋진 스토리가 되어 발견을 향한 초대에 한층 쉽게 응하게 한다.“나는 경직된 이미지 이면에 가려진 순수하고 포용력 있는 진면모를 어쩌면 미술관이 지향해야 할 모습을 관람자 개개인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작가의 생각이 잘 반영된 전시 디자인은 작품과 작품 이면의 조화를 통해 공간을 이해하고 읽어내는 감각을 쉽게 느끼게 한다. 물론 작품 뒤에 숨은 이면을 나름대로 해석하려고 골몰하는 시간이 주는 기쁨도 참 달다. 전시는 예술가의 삶을 이해하고,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전달하여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김용주 저자가 말했듯,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소설과 달리 예술을 통해 내 삶을 이끄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의 중요성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이 책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전시된 이중섭 백 년의 신화로 출발한다.“나는 밥만 준다면, 평생 벽화를 그리고 싶어. 그것도 큰 벽화를…”이중섭은 공공장소에 거대한 벽화를 그려 예술이 많은 이에게 향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은 저자는 16센티미터 은지화를 16미터로 100배 확대한 벽면 투사 전시 전경을 펼쳐냈다. 커다란 벽화로 환생시킨 작품이 이 책에 함께한다.한국현대미술 작가 최만린의 작품 ‘점’‘ㅇ’ 시리즈는 다각도에서 공간이 주는 힘을 느낄 수 있었으며 작가가 의도한 하나의 점에서 팽창한 우주가 하나의 점으로 환원되는 느낌을 아주 잘 표현한 전시였다.베네치아 포르투니 미술관 윤형근 전시 전경은 전시의 감상을 떠나 머물고 싶은 쉼으로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색이 변해 오랜 세월의 흔적을 통해 세월을 머금은 공간에 스미게 한다는 공간의 여운은 독자로써도 성공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을 견딘 작가가 시간 보따리를 조금씩 풀어내어 시간을 연장한 공간에서의 머묾은 길게 다가왔다.“사람들의 눈앞에 놓인, 어쩌면 지극히 단순해 보이고 비슷해 보이는 작품들이 실은 작가의 치열한 고민의 시간과 실험의 산물인 것을 알게 하고 싶었다.”전시 디자인은 작품의 영역을 연결하고 유연한 사고를 전달하는 세계인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