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버드림

이 소설은 어린 소년 다비드와 도시에서 휴가를 보내러 온 젊은 여인 아만다의 대화로만 이루어져 있다.
다비드가 주로 대화를 주도하고 아만다가 가까운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둘의 대화로 미루어 볼 때, 다비드는 갑작스런 중독으로 죽음의 위기에 처했었고 녹색집 여인의 처치로 겨우 목숨을 부지했으나 사랑스럽던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다비드의 엄마인 카를라는 다비드를 괴물로 여긴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두 사람의 대화는 읽는 사람에게 기묘한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조종당하는 것처럼 자꾸만 끔찍한 상상을 증폭시키며 오싹해진다.

지금껏 읽었던 것 중에 가장 독특하고 새롭고 무서운 소설이다.

#사만타슈웨블린 #창비 #소설추천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시절 깊은 슬픔으로 신경숙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깊은 슬픔은 제목 그대로 너무너무 슬펐다. 줄거리는 잊었지만 책을 읽고 느꼈던 그 까마득한 기분은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다. 끝도 없는 우물에 던져진 것처럼 막막하고 아득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데 신기하게도 그 우울과 슬픔을 조금만 더 두르고 있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깊은 슬픔을 생각하면 그 여름날, 책을 옆에 낀 채 몸을 눕혔던 차갑게 식은 방바닥이 먼저 떠오른다.

외딴방을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알고 있어서인지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도 감정이입이 돼서 푹푹 속이 상했다.

이 책 아버지에게 갔었어도 역시 작가 본인의 이야기인가?’ 생각하며 읽었다. 초반 3분의 1 정도는 좀 지루했다. 손으로 만지듯이 섬세한 묘사는 익숙했지만, 전에 없이 설명이 긴 것 같았고 생기가 없게 느껴졌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전작들에서처럼 몰입이 되었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내가 왜 신경숙 작가를 좋아했던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언제나 짱짱하게 서서 가족들을 지탱해 줄 것 같았던 아버지. 어릴 때는 동경했다가 사춘기 때는 미워했다가 어른이 되어서는 답답해하고 이해되지 않았던 그 사람이 내 아버지라는 자명한 사실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꾹꾹 힘주어 밟으며 걸어왔을, 외롭고도 신산했을 아버지의 인생을 그저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다 읽고서도 며칠간 기분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는데 그것이 내가 신경숙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의 얼굴들
황모과 지음 / 허블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밤의얼굴들

황모과 작가의 단편소설 여섯 편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대부분 일본이 소설의 배경이고 SF소설답게 유전학, 증강현실, 뇌과학 등 미래지향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일제강점기, 광주민주화운동 등의 아픈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
기발하고 기지 넘치는 상상과 슬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의 절묘한 조화로 엄청난 몰입감과 속도감을 맛볼 수 있다.
미래를 지향하지만 과거도 놓치지 말자는 메시지를 떠올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황모과 작가의 차기작이 몹시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총과 도넛 -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미국경찰을 말하다
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평점 :
일시품절


#총과도넛
이 책은 현직 경찰서장이 쓴 미국 경찰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경찰대 법학과 출신으로 일선 경찰서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경험했으며 2017년부터 3년간 시카고 총영사관 경찰영사로 근무하며 현지경찰과 교류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경찰에 대해서 꿰뚫고 있는 사람이 미국 경찰을 경험하고 조사를 더해 세상에 내놓은 의미있는 '보고서'인 것이다.
그간 내가 생각해 온 미국 경찰의 이미지는 뉴스나 영화를 통해 본 강력한 권위와 무자비한 위력으로 대표된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경찰을 떠올릴 때 BLM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빈번한 총기, 마약사건 등 강력사고들을 다루기 때문에 막강한 권위를 갖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미국경찰의 소박한(?) 면모를 알게 되었다.
시 단위로 운영되는 자치경찰, 경찰서장만 있는1인 경찰서 등 생각도 못해본 실체에 입이 떡 벌어졌다. 영화에서나 본 보안관, 텍사스 레인저스도 실재한다니 놀랄 일이다.
이 책의 제목이 '총과 도넛'인 이유를 알게 되니 어이가 없기도 했다. 경찰관이 자주 드나들면 잠재적인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이유로 경찰관에게 특정 도넛과 커피 등 특정메뉴를 무료 제공하기도 하고 같은 이유로 아파트 월세 할인이나 무상 입주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경찰이 되기 위한 최소 교육기간이 14주에 불과하다니 그 전문성에 신뢰를 가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경찰의 모습이 어떠한지는 다른 나라 경찰의 모습을 볼 때 좀 더 선명히 보인다'는 저자의 말이 묵직하게 와 닿는다.
#동아시아출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든 파티 - 캐서린 맨스필드 단편선 에디션F 6
캐서린 맨스필드 지음, 정주연 옮김 / 궁리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든파티

이 책은 표제소설인 '가든 파티' 외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단편선이다.
첫번째 소설 '차 한 잔'을 중간까지 읽었을 때 나는 정수리 끝이 콘헤드처럼 위로 불쑥 솟더니 뾰족해져서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묘한 경험을 했다. '젊고 똑똑하고 극도로 현대적이고 옷을 우아하게 잘 입고 새로 나온 책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로즈메리 펠의 '눈부시게 압도하는 약간 유별난 태도'와 그 주변의 반응에 이상할 정도로 몰입해 있었고 '캐서린 맨스필드? 내가 왜 이 작가를 몰랐을까?'하고 생각했다. 1백 년도 더 전에 살았던 이 작가는 분명 노력도 하기 전에 글을 잘 쓰게 타고난 사람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차 한 잔'을 끝까지 읽고는 안톤 체호프가 떠올랐다. 체호프의 단편소설처럼 뜬금없고 갑작스럽지는 않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조금 허무해졌기 때문이다. (결핵으로 요절한 것도 두 작가의 공통점이다.)
이어지는 '죽은 대령의 딸들', '어린 가정교사', '가든파티'도 마찬가지다.
행동 묘사가 생생하게 인물들의 성격을 상상하게 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의외의 면모를 맞닥뜨리게 된다.
유일하게 남성 화자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는 내용이 온전히 이해되지는 않았다.
국내 초역이라는 '서곡'도 화자가 계속 바뀌어서 조금 어려웠다. 모더니스트로 꼽히는 작가라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진달까. 읽으면서 저절로 그림이 상상되는 섬세하고 시적인 묘사가 매혹적이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고 싶다.

나는 인간 정신이라는 것 자체를 믿지 않는다. 믿어본 적도 없고. 나는 인간이란 커다란 여행가방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로 채워지고 움직이기 시작하고 내동댕이쳐지고 덜컹거리며 보내지고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아지고 갑자기 반쯤 비워지거나 아니면 더 꽉꽉 채워지다가 마침내 궁극의 짐꾼이 궁극의 기차에 홱 올려놓으면 덜그럭거리며 사라져버린다...
p.141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중에서)


#궁리출판사 #캐서린맨스필드 #책추천 #소설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