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각본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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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생각한 제목이 있었는데

책 너무 인기 많아서

어그로 끌릴까봐

본문에 답니다

원래 하고 싶었던 제목은


이거 내수용 아니고 수출용이네


입니다.

정말 다행인 것 같아요

수출을 목적으로 쓴 책 읽었는데

진짜 이거 수출 대상인 사람들이 읽어야 해ㅜㅜ

하면서도 내심 한숨 오조오억 번 쉼

하지만 내수용이 되겠지 하고...

그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볼 거 많은 세상에서 원래 관심 있던 사람만 관심 있게 찾아보는 경향이 더 강해진듯?

하지만 그럼에도

수출을 노려야겠죠









흔히 성교육을 두고 효과가 없다고 비판한다. 성교육의 목표를 성적 행동에 관해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라고 본다면, 그동안의 위압적인 훈육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교육은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 성교육의 목표가 사람들이 성을 권리로서 실천하는 일을 막고 사회가 정한 가족질서를 따르도록 개인을 압박하는 것이었다면, 꽤 충실하게 의도대로 진행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성교육‘이 아니라 가족 이념을 수호하기 위한 ‘가족 이념 교육‘을 받아왔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_5장 가족각본을 배우는 성교육 - P132

그래서 건강가정기본법은 ‘건강하지 않은‘ 혹은 ‘위기‘의 가족을 지원한다. 예컨대 "한부모가족, 노인단독가정, 장애인가정, 미혼모가정, 공동생활가정, 자활공동체 등 사회적 보호를 필요로 하는 가정"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기로 한다(제21조 제4항). 결과만 보자면 가족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재분배 정책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건강가정"이라는 틀 속에서 지원대상이 되면 낙인까지 같이 받아들이고 감수해야 한다. 애초에 ‘가족‘의 정의에서 배제된 비혼동거가족은 가족정책의 대상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엄밀히 말해 ‘예방‘되어야 할 형태의 가족이 된다.
_7장 각본 없는 가족 - P187

다만, 이런 기대가 얼마나 희망적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 책에서 이야기 나누었듯 국가는 오랫동안 가족생활에 대한 헌법적 책무를 개인의 도덕 문제로 돌리면서 제도적 개선 노력을 피했다. 한국사회가 가족의 해체와 붕괴를 논하며 개인의 책임을 탓하는 사이, 가족생활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책임은 은폐되었다. 대신 가족은 국가경제를 위해 인력을 공급하는 단위로 여겨지곤 했다. 저출생을 위기라 말하면서도 사람을 노동력으로서의 ‘인구‘로 여기고, "출산은 애국"이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정도로 사회는 사람을 도구화하는 데 익숙해졌다. 이제 가족정책과 인구정책을 같은 것이라고 여기는 정부의 무감각함 속에서, 사람이 이 땅에 태어나야 할 이유는 더 사라진다.
_7장 각본 없는 가족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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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9-13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었는데 말씀하신 제목이 무슨 뜻일까 한참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알아들었습니다. 뿌듯뿌듯..... 이 책 참 좋은데 문제는 항상 읽어야 되는 사람들은 안 읽는다는거죠. 그러니가 우리처럼 열심히 읽는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읽어서 가르쳐줘야 할 듯요. ^^

책식동물 2023-09-16 20:33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은... 진보적인 책들이 수출용으로도 좀 쓰여야 하는데 내수용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ㅜㅜ 그래도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지역 도서관에서도 한도서관 한책읽기로 선정이 많이 되어서...그 책이 문제의식을 안겨주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ㅎㅎㅎ 그리고 우리 같은 사람들도 포기하지 말고 생각을 바꿀 여지를 조금씩 만들어보는 게 일이겟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