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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옌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177
항타고드 오손보독 지음, 한유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으로 몽골소설을 단정짓기에는 부족합니다.
여러모로 21세기 한국인 독자에게는 구려요.
특히 북플에서 제 리뷰를 보실 분들에게는...?? 좀 더 구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ㅋㅋ)
올해 하반기 독서모임의 주제는 '나만 읽을 책'입니다.
그래서 제가 몽골소설을 골랐죠!!!
좀처럼 관심 가질 일이 없는 나라라서
이번 기회에 분위기를 알고자 책을 읽었습니다.
우선 이 책은... 저와 나이가 비슷하고요.
전... 20세기에 태어났습니다.
뚜둔.
그 점을 감안했고... 아마 님도 하셔야 함ㅋㅋ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거에 대해 얘기하려면
우선 내용을 좀 말해야 해요...
이 소설은 철멍이라는 청년과 숨베르라는 청년이 주축이 되어
그 주변 인물들이 에리옌(도시 이름)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도시가 굴러가는 모습을 그립니다.
그래서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비중이 다른 작품의 주인공보다 좀 낮아요.
이 숨베르라는 친구는 청년시인인데요.
자기의 초절정미녀 여친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시를 써서 발표하고 주목을 받아요.
그 여친의 이름은 아리오나.
부모님이 에리옌에 살고, 오빠 직업도 훌륭하고, 집에 돈도 많습니다.
하...ㅋㅋ 숨베르가 아리오나를 생각하며 쓴 금빛 사랑의 비너스? 그 내용 생각하면 진짜 골때림... 남자들은 여자들이 온갖 미사여구와 아름다운 자연에 빗대어 네가 아름답고 널 사랑한다고 시를 쓰면 좋아할 줄 아는 거임? 나 진짜 고통스러움 XX
하여튼...
제가 주목하고 싶은 사람은 아리오나입니다.
왜냐하면...
제 생각엔 작가가 아리오나라는 캐릭터를 푸대접하고 못 쓴 것 같아용.
책 중반 넘어서 이런 내용이 있어용.
숨베르는 몽골 민족(중국 내몽골 자치구와 단일한 국가인 (외)몽골)과 문학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데
아리오나는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값비싼 물건 쓰고 이러면 만족한다고
그거를 좀... 남녀가 대립하는 구도로 가져갔던 것 같음.
지금 책이 없어서 확인이 어려움. 근데 진짜 대립구도로 함.
난 이걸 보고 어이가 없는 거임.
솔직히...
작중 캐릭터 중에서 민족과 문학 생각하는 거 숨베르 뿐인데
왜 그걸,,, 남녀대립으로 가져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또 어이없는 게 있었어용,,,
아리오나가 숨베르와 헤어지고 자기가 일하던 곳 사장과 결혼하는데
그 사장이 잡혀들어가면서 애를 아빠 없이 키우게 될 상황에 처함.
그래서 아리오나는 애를 지우기로 했는데
친척 오빠(철멍의 형 만라이)의 아내가 애를 낳는 걸 보고
변심해서 자기도 애를 낳음...
그런데 이 결말이 찝찝한 거죠...
90년대에 쓰인 90년대 배경 소설인 걸 감안... 감안이 안 됨 이게
아리오나라는 캐릭터 해석을 좀 더 잘 해보면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는 혐의가 상당히 짙어요.
이 작가는... 여성혐오적인 시선을 갖고 있음ㅋㅋ
여자들은 비싼 거 쓰면 다 만족하지 이상을 안 가진다니까~? 하는 투도 그렇지만
남성인물의 외모 묘사와 여성인물의 외모 묘사가 달라요.
초반에 철멍(남)을 묘사할 때는 눈빛, 자세, 이런 걸 하는데
후반에 나오는 아란(여)을 묘사할 때는 젖가슴....... 하......
전지적 남자 시점에서 육감적이고 관능적인 몸매 위주로 묘사해요.
독서모임 회원들의 공통된 의견: 남류작가는 젖가슴이란 말을 안 쓰면 죽는가
또 여성혐오적인 게
여자의 미친 재능인 머리 쥐어뜯기 뭐 이런식으로 해서
여성에 대한 편견을 안 숨긴단 말임.
님아... 좀 숨기셈
이렇게 편향적인 시선에서 바라본 묘사가 한두 개가 아니고
솔직히 개역겨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아리오나가 마음을 바꿔 출산하는 결말이
작가가 아리오나라는 캐릭터를 잘 분석하고 해석해서
작중 행적에 맞게 쓴 게 아니라
뭔가... 여성혐오적인 생각에 기반해서
애를 지우면 안 되지!!! 이렇게 생각 없는 여자는 애를 키우면서 고생을 좀 해 봐야지!!!
이런 생각을 통해서 낸 게 아닌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의 개인적 가치관이 소설 전개에 불필요할 만큼 많이 간여하는 것 같음.
관여 아니고 간여라고 쓴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소설의 욕ㅋㅋ을 잔뜩 하고
좋은 점을 쓰자니 설득력이 없지만...
장점도 분명히 있어용.
에리옌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나
배경 서술로 잘 묘사해서
분위기를 딱 알게 하고,
생소한 국가, 이름, 30년 전 얘기 등등
이런 장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멍과 숨베르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과거 한국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 같다는ㅋㅋ
그런 보편성이... 있습니다.
사건에서만.
그리고 독특한게
에리엔이 국경도시여서
내몽골(중국 내 자치구) 사람, 외몽골(국가 몽골) 사람, 중국인(한족) 등이 자주 등장함.
그래서 소설의 톤이 중국문학 같아요.
저는 중문학 잘 안 읽지만...
루쉰이나 위화 같은 느낌이 아니라
중국드라마의 어조가... 느껴짐ㅋㅋㅋㅋㅋ
유쾌하게 사람 타박주는 듯한 어조가 소설 서술에서 느껴지고
신기하게도 ?!이나 말줄임표 뒤에 온점 안 쓰기 등등
한국문학에서는 잘 안 쓰는 방식으로 문장부호를 써서...
이게 되게... 이상하고 신기했어요
ㅋㅋ
이래서...
에리옌은 불호
근데 그럼에도 재밌음.
이거 하나는 대단한듯...
몽골소설이 원래 영웅적인 게 주류여서
소시민에 주목한 에리옌이 의의가 있는듯함.
하지만 진짜 진짜 너무 아 남자 왜이래 XX 싶은 부분도 많았음 젖가슴 진짜 아ㅡㅡ
그래서 저는...
이 소설로 몽골 문학을 단정짓기 싫었고...
2020년 이후에 여성 작가가 쓴 몽골 문학이 궁금해졌습니다.
하... 찾아보고 있는데 진짜 안 나옴 몽골소설은ㅠㅠ
앞으로 번역이... 그래도 종종 되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독특한 국가의 소설 읽기를 종종 할 생각입니다.
이번 국제도서전에서 아랍 소설을 두 권 샀어요.
그건 정식 출판이 안 될 것 같아서... 종이책으로 갖고 있어야겠다^-^
빠른 시일 내에 베트남, 태국, 방글라데시, 아랍, 아제르바이잔, 아프리카 소설 등등 읽고 싶네요!!
이제 월루를 끝내고 밥먹으러 갑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