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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맨스필드 파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6
제인 오스틴 지음, 김영희 옮김 / 민음사 / 2020년 6월
평점 :
직전에 읽은 책은 사실상 제인 오스틴의 첫 번째 장편 소설인 노생거 수도원.
그게 첫 장편소설이라니 대단한걸!!! 싶은데,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습작하고 피드백 또한 활발하게 주고받은 걸 생각하면 그 퀄리티를 순순히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른바 편집자적 논평이라 하여 작가의 육성이 많이 들리는 바람에 세련된 맛이 없기는 사실이다. 후기작에 속하는 맨스필드 파크는 편집자적 논평이 많이 줄었다. (세련된 방식은 아니지만 노생거 사원의 경우에는 괜찮았다ㅎㅎ)
이 소설의 탁월함은 심리묘사에서 나오는데, 어쩌면 내가 올해 읽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이 초기작 아니면 미완성작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예리하게 짚어주는 부분도 많다.
가령 결말 부분에서는 뼈도 있고 현재에도 유용한 말을 했는데,
그가 저지른 죄의 몫에 합당한 크기의 벌, 공공연한 치욕의 벌이 따라야 맞겠지만, 알다시피 이것은 사회가 미덕을 위해 마련한 보호벽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세에서는 우리의 기대에 부응할 만큼 공평한 벌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꼭 내세의 더 정의로운 처벌을 고대하노라 할 필요는 없으니, (...)
와닿았다.
왜 와닿았는지는... 읽어보시면 압니다.
그런데 이 소설... 제인 오스틴의 보수성이나 계급 친화적인 면을 많이 느끼게 되어서 불편한 감도 없지 않았다.
특히 나는 저녁 식사 시간대가 맞아서 일일드라마나 밤에 하는 드라마 등을 많이 보게 된다. 일일드라마 세 작품을 연달아 본 적도 있었다ㅋㅋ 그때 내가 발견한 구도는 이런 것이다.
대기업 회장님이자 아빠이자 남편, 그러니까 가부장 아래에
주인공 혹은 주인공과 깊게 엮인 인물이 선역으로 있고,
악역이 악역으로 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부장의 영향 아래에서 선역과 악역은 대립하지만
가부장은... 그걸 잘 모른다.
최고권력자는 그런 건가?
나는 맨스필드 파크에서도 그렇지만 이런 드라마에서 화가 나는 게
(이 소설의 가부장인) 토머스 버트람도 분명 잘못이 있다!!
본인도 나중에 깨닫지만 자식이 중상류 계급에 걸맞는 모습을 갖추는 데에 많은 신경을 썼지
올바른 인성 함양을 위해서 신경을 쓰지 않기도 하고...
그렇단 말임
근데 나는 사실상 잘못된 토양을 마련한 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런 가부장 양반들이 결말에서 선역 주인공과 손잡고 짝짜꿍하며 자기도 선역에 끼는 게
싫다고.
토머스 버트람 분명 좋은 사람이고, 스스로 깨달을 만큼 분별력 있는 사람이고, 드러내는 방식에 약간 문제가 있지만 그렇게 심각한 것도 아니다.
그렇긴...한데
그...
근데 님이 가장 큰 책임자 아님?
그래서 같은 방송사의 각각 다른 일일 드라마에서 연속으로 세 번을 본 이 구도를
제인 오스틴 소설에서도 발견하니
아...ㅋ 가부장의 인정은 진짜 클리셰이긴 클리셰구나ㅎ
싶긴 했다.
그 외에도 결말이나...... 그런 게 현대인으로서 오,,? 하게 되는 부분이 없잖아 있고
난... 그게 싫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탁월한 소설이긴 하다. 확실히 초기작에 비해 심리 묘사도 더 예리해지고,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요소가 이유 없이 등장한 게 아니라 소설 내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확실히... 짬바가 붙었구나 ㅋㅋ 하게 된다.
이 책을 중고등학생 때 읽었는데, 그때는 뭐임? 하고
지금은 이런 감상을 남겼지만
시간을 더 두고 보면
내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때를 기다린다.
그가 저지른 죄의 몫에 합당한 크기의 벌, 공공연한 치욕의 벌이 따라야 맞겠지만, 알다시피 이것은 사회가 미덕을 위해 마련한 보호벽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세에서는 우리의 기대에 부응할 만큼 공평한 벌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꼭 내세의 더 정의로운 처벌을 고대하노라 할 필요는 없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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