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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말하는 사람
안규철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월
평점 :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
안규철 / 현대문학
*안규철의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 그 세 번째 이야기
*모자람과 넘침 없는 따뜻한 위로
*초베스트셀러 <사물의 뒷모습> 후속작
"이 책은 <사물의 뒷모습>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사물의 뒷모습을 말하는 것은 사물의 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회색의 다채로움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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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뒷모습 이후 현대문학에 쓴 글들을 모으면서
20년 전 다른 지면에 발표했던 열 편의 글을 함께 묶은 책
1. 평범한 날들
2. 저울의 시간
3.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
4. 아무 일 없다
5. 짧은 만남, 긴 이별
5개의 장으로 나뉘어진 이 책은
제목도 내용도 일상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우리가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면서
그냥 일상적으로 보고 듣고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순간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덕분에
작가님의 담담한 문장들을 읽으며
우리는 또 다른 깨달음들을 얻는다
이렇게 사소한 것들도 사소하게 보고 넘기지 않는
수많은 예술가들덕에 나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그림을 통해 글을 통해, 여러 형태의 작품들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p34
마당에 빨랫줄을 묶을 때 쓰이는 이 간단한 기술이 어딘가에서는 사람을 포박하고 나아가 그 목숨을 끊는 데도 사용된다는 것이다.
암벽등반가, 구조대원, 선원들은
일과 생존을 위해 밧줄과 매듭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작가님은 뒤늦게 매듭을 배워야 하는 일이 생겨
산악인들이 쓰는 기본 매듭 몇 가지를 찾아서 배웠고
생소한 이름의 매듭법이 손에 익을 무렵
위의 저 서늘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일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p130
나의 일부를 떼어주지 않고서 지금의 나 아닌 다른 내가 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세상 이치가 그렇다. 내가 원하는 변화가 크고 절실할수록 내게 그만큼 더 소중한 것들을 내주어야 한다.
나무를 톱으로 자를 때 나오는 톱밥에서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직선, 검정색, 이명, 왼발과 오른발,
우산, 꽃, 안경, 지우개, 그리움...
매일같이 만나는 일상의 모든 순간들이
특별함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아주 고마운 계기들이 되어준다
*p274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것, 결핍을 참고 견디는 인내와 체념, 기다리던 것이 조금씩 다가올 때의 설렘, 그리고 오랜 기다림과 목마름의 대상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을 때의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사라져버렸다.
제철과일, 제철음식이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요즘은 사시사철 원하는 과일들을 대부분 구할 수 있다
그렇게 편리한 세상속에서 살고있지만
그렇기에 기다림 끝에 느낄 수 있는 커다란 감동이 사라졌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속에서도
감사함을 가질 수 있는 마음
바쁜 일상속에서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작은 여유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인만큼
우리에게도 그런 마음들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