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 출간 20주년 기념 개정판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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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20주년 기념 개정판

그 시간에 재준이는 텅 빈 거리를 날아올랐다.
자유로운 새처럼,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그리고 추락해 부서졌다.
깨진 벽돌처럼, 믿을 수 없는 모습으로.

밤이 깊어도 죽음은 오지 않네...
재준이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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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떠날 수 없는 나이에
꽃잎이 흩날리듯 사라져 간 모든 소년들에게

책이 시작하기 전 읽은 이 문장들이
책을 다 읽고나서야
어떤 의미인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중학교 3학년인 유미,
부모님은 이혼했고 엄마랑 살았고
엄마가 새아빠와 재혼을 한 후
성이 다른 늦둥이 동생이 있는
조금은 복잡한 가정사가 있다

2학년때 전학을 간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해
홀로 외로이 지내지만
재준이라는 아이와 친구가 되어
서로 마음을 나누며 둘도없는 단짝이 된다

그런 재준이가 어느 날 갑자기 죽는다

재준이가 죽고나서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재준이 엄마가 유미를 찾아와
일기장을 내밀며 대신 읽어달라는 부탁을 한다

지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유미가 재준이에게 준 일기장

일기장 첫장에는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라는 말이 적혀있다

그리고 시작되는 이야기
거기에는 유미와 재준이의 평범한 일상들이 나온다
그 시기 중학생들의 풋풋하고도 해맑은 일상들

*p69
왜 신은 인간에게 죽음을 만들었으며,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만들었다면 낳은 순서대로 차례차례 데려갈 것이지, 왜 이렇게 억울한 죽음을 만들어 내는지, 그 이해할 수 없는 결정에 견딜 수 없이 화가 치밀었다.

어느 날 내가 죽었다는 그 이야기에서
뉴스에서 접했던 학교폭력이나 가족과의 갈등...
이런 이야기를 바로 떠올렸다

재준이에게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거라고
나도 모르게 당연히 그런 생각을 했던것같다

하지만 죽음은 어느 날 갑자기 예고없이 찾아올 수 있다는 걸
그 당연한 진리를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걸

재준이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깨닫게되었다

*p92
그러자 문득 시체놀이를 하는 기분으로 이 세상을 살아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달라 보일까?

하루하루 그저 평범한 일상들에 울고 웃으며
다른 아이들과 별다를것없는 그런 삶을 살았던 재준이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바라보며
일상의 소중함을 알고 감사했던 재준이

그래서 그 죽음이 더 어이없고 아프고 안타까웠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며
반대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하게 되는 그런 책이었는데

어른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수많은 고민들로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청소년 아이들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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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 콤마
이승훈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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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 콤마
이승훈 장편소설 / 서랍의 날씨

*당신의 꿈을 보겠습니다.
당신의 영혼은 안녕하신지요?

6년 전 갑작스레 쓰러져 코마에 빠져버린 약혼녀 수영을 향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성훈.
알츠하이머병을 앓다가 교통사고로 인해 코마 상태가 되어버린 엄마를 모시고 있는 지선.

두 사람은 코마 환자의 의식으로 들어가는 프로젝트 실험에 지원하여 각각 약혼녀와 엄마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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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 : '깊은 잠'을 뜻하는 의식불명의 상태

의학드라마를 보다보면
종종 나오는 코마상태라는 말

코마 상태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서
슬프면서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거라 예상했는데
생각하지도 못했던 반전이 있어서
새벽까지 책을 덮지 못하고
흥미진진함에 푹 빠져 책을 모두 읽었다

깨어나지 못하는 가족들을 돌보며
한번만이라도 만나고 싶다 라는 생각을
얼마나 수도없이 했을까

이 책에서는 특수 헬멧을 보호자와 환자가 착용하면
보호자의 의식이 환자의 의식속으로 들어가 만날 수 있게되는데

성훈은 약혼녀인 수영을,
지선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엄마를

이 기계를 만든 김교수는
자살시도를 하고 깨어나지 못하는 아들을 만나게된다

수영의 세계에는 현실에는 없는 영훈이라는 인물이 있고
엄마는 자꾸만 지선에게 돌아가라고 소리치고
아들은 그 세계가 편안하다고 한다

*p21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환자가 자신의 의지로 코마 상태라는 걸 인지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보호자와 저희가 함께 노력하는 거고요."

사람의 몸에서 의식만을 뽑아낸다는게
과연 가능한 세상이 올까?

그리고 만약 그런 일이 가능해져서
정말로 코마 상태의 환자와 만나는게 가능해진다면
그 환자가 현실로 돌아오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그땐 그 선택을 존중해야하는걸까?

책을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깨우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감동가득한 이야기 속에

갑자기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숨겨져 있던 음모가 드러나며
살짝 스릴넘치는 장면들이 지나갔지만

그래도 훈훈한 마무리라 기분좋게 책을 덮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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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기억하진 못해도 전이수 동화책 8
전이수 지음 / 헤르몬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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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기억하진 못해도
글. 그림 전이수 / 헤르몬하우스

*'전이수 작가가 전하는 마음 따뜻한 메시지'

제주에 이사하고 얼마 안됐을때
집에서 멀지않은 함덕에
전이수 작가의 갤러리가 있어서
예약후 온가족이 다같이 다녀온적이 있다

따뜻함이 가득 느껴지는 공간안에서
글과 그림을 보는데
내내 마음이 뭉클해지는걸 느꼈다

이런 시선으로도 볼 수 있구나
이런 마음으로 느낄 수도 있구나 싶어서

너무 특별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전시였다

전이수 작가의 책들에서도
그 어머님이 쓰신 책도 너무 인상깊었는데

이번에 읽은 이 동화책도
감동이 한가득 몰려오는 그런 책이었다

다른 양들보다 몸집이 아주 작은 양 아누
혼자있는 아기늑대를 발견하고
얼마전 병으로 잃은 아기양이 떠오른 아누는
다른 양들의 반대에도 아기늑대를 키우기로 한다

함께 책도 읽고 이야기도 들려주며
지극정성으로 아기늑대를 보살피고
발로라는 이름도 지어준다

시간이 흐르고
아누는 별일 아닌 일에도 화를 내거나
자기가 키운 아들 늑대도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데...

혼란스러운 발로에게 나이든 양이 다가와
엄마의 병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모든 걸 기억 하진 못해도 너와 함께한 시간들을 엄마는 가슴 속에 사랑으로 간직하고 있을거야. 엄마를 잘 도와줘야해!"

혼자 있는 자신을 노리는 늑대들에게서
자기를 지켜주는 발로의 모습을 보며
아들의 기억을 떠올리는 아누

이제는 발로가 책도 읽어주고 이야기도 들려준다
엄마가 나한테 해줬던 것처럼...

*엄마! 이젠 내가 엄마를 돌볼 차례야.

마지막 이 한마디가
얼마나 가슴뭉클해지는지

아직은 치매에 대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서 치매에 대해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수많은 낮과 밤들을 손에 물 마를 새도 없이
우리를 사랑으로 보살폈던 부모님의 시간과 노력들

그 큰 사랑이 치매라는 병으로 인해
잊혀지거나 서로 멀어지게 되는
가슴 아픈 일들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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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아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4
로이스 로리 지음, 강나은 옮김 / 비룡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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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아이
로이스 로리 글 / 비룡소

*현대 SF 최고의 고전 <기억 전달자> 작가 로이스 로리의 신작

빈데비 늪지에서 미라로 발굴된 아이의 시신
어느 어린 삶이 왜 늪 속에 잠겨야 했을까?

최초의 여자 전사를 꿈꾼 소녀 에스트릴트,
과학 이전에 자연과 생명을 탐구한 소년 파리크,
그리고 앞서 걸은 이들을 기억하는 이야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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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넘기고 조심스럽게 한 장을 더 넘기면
강렬한 미라의 사진이 나온다

이 미라의 사진은 책이 끝나는 마지막 장에 한번 더 나오는데
책을 읽기 전 사진을 봤을때와
책을 다 읽고나서 사진을 봤을때
그 느낌은 정말 너무나도 달랐다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역사, 에스트릴트 이야기, 역사, 파리크 이야기, 역사로

실제 있었던 사실 부분을 이야기하는 역사와
그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님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나오는 독특한 형태이다

1952년 빈데비 늪에서 발견된
열세 살쯤 된 어린 여자아이의 미라

그 미라를 통해 작가님은
에스트릴트라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아주 멀고도 먼 옛날
남자들위주의 사회에서
왜 여자는 전사가 될 수 없는지,
왜 여자가 하는 일들은 중요한 일이 될 수 없는지

다른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순응하던 그런 것들을
의문스럽게 생각하며 여자들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전사가 되기를 꿈꾸었던 에스트릴트

*p66
그날 에스트릴트는 세상 속 자신의 자리를 만들 것이다. 모든 여자들의 자리를 만들 것이다.

미라로 발견된 어린 여자아이이기에
에스트릴트의 결말은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다

하지만 에스트릴트 같은 용기있는 여자들이 있었기에
조금씩 여자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될 수 있었던것이라 생각된다

두 번째 역사에서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 있었는데
빈데비 소녀 미라가 늪의ㅣ서 발견된 지 50년 후
사실 그 미라는 남자아이의 시신이며
16세 정도로 건강 상태가 나빴고
자연적인 이유로 사망했으리라고 추정했다

그래서 다시 시작된 이야기

에스트릴트 이야기에서
에스트릴트에게 전사로 나설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그 친구 파리크가 주인공이 된다

사랑해주고 챙겨주는 사람 하나없이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파리크

그 모습이 너무도 애처롭다

힘든 삶 속에서도 자연을 사랑하고 관심을 가지며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던 파리크

*p177
'그때는 저도 알 거야. 그래서 어느 편안한 장소를 찾아가서 날개를 접고 앉아 잠이 든 다음 깨어나지 않을 거야.'

우리는 빈데비 미라가 실제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추측만 할뿐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에스트릴트와 파리크가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미라 사진을 보는데
에스트릴트와 파리크의 쉽지 않았던 삶이 떠올라
마음 한편이 시리듯이 아팠다

비록 이야기는 슬픈 결말로 마무리되었지만
그 어딘가의 에스트릴트와 파리크는
행복한 얼굴로 그들만의 삶을 완성해나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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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아의 내면보고서 - 오직 사랑만 한다면 우리는 죽을 수 있다. 러너스북 Runner’s Book 2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이준혁 옮김 / 고유명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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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직 사랑만 한다면 우리는 죽을 수 있다.
페소아의 내면보고서

페르난두 페소아 / 고유명사

*RUNNER'S BOOK

고전 속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작가의 문장을 모은 큐레이션 북 시리즈

*페르난두 안토니우 노게이라 페소아 1888 - 1935

포르투갈의 시인, 철학자, 극작가, 에세이스트, 번역가, 광고업자,
점성가, 발명가, 사업가, 비즈니스 특파원, 문학평론가, 정치평론가

사후 트렁크에서 발견된 27,543장의 원고에서
1982년 <불안의 서>가, 1988년 <파우스트>가 출간되었다

페소아는 히카르두 헤이스, 알바루 드 캄푸스, 알베르투 카에이루를
포함한 약 75개의 다른 이름으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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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아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이분은 이시대에서 이야기하는
진정한 N잡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없이 많은 직업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이름들

사용한 이름들에 따라서
각기 다른 문학적 스타일과 철학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하나의 문학적 스타일과 철학도 참 쉽지 않은데
그 많은 이름들마다 다양한 표현을 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분이 아닐 수 없다

또 한편으로는
왜 그렇게 다른 이름들을 사용해서 글을 쓴걸까 궁금해진다

이 책은 페소아의 짧은 문장들이 페이지마다 적혀있는데
짧은 문장이지만 그냥 쉽게 휘리릭 읽고 넘어갈 수는 없다

그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뜻을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사색의 시간을 가지게 해주는 그런 책이다

*p7
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혼자 있는 일에 싫증이 났다는 것이다.

*p14
행복해지려면,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p27
가르치지 말라.
배울 것 전부가 아직 당신 손에 있으니.

*p41
삶이라는 책의 모든 문장은, 마지막까지 읽는다면, 물음표로 끝남을 알게 될 것이다.

*p80
시, 선함, 춤은 위대하지...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건 아이들이야.

문장 하나하나들이 참 주옥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일 마음에 남는건 41페이지에 나오는
삶에 대한 문장이다

삶은 물음표로 끝난다니
한 사람의 삶을, 그가 살아온 시간들을
딱 무엇이라고 정의하기는 어찌보면 쉽지 않다

그렇기에 삶이라는 책의 마지막은
물음표로 끝날 수 밖에 없는게 아닐까?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며
조용히 생각에 잠기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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