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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ㅣ 박노해 사진에세이 1
박노해 지음,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느린걸음 / 2019년 10월
평점 :

근래들어 단조로운 일상이 갑갑하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도 투덜투덜 댔다. 인생 뭐 있나~하고 싶은거 하고 살아야지...라며 사표 쓰고 귀촌해서 책이나 읽고 먹거리도 자급자족 하는 삶을 살면 어떨까...하는 뒷감당도 못할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기도 했다.
박노해의 사진 에세이 '하루' 앞에서 나는 잠시 겸허해 진다. 척박한 삶 속에서도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환경을 탓하기 보다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살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조차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사람들을 사진으로 그리고 박노해 작가의 주옥같은 글로 만나보니 부끄럽기도 했다.

어둠 속을 떨며 걸어온 인생은 알리라.
아침에 눈을 뜨면 햇살에 눈부신 세상이 있고,
나에게 또 하루가 주어졌다는게
얼마나 큰 경이인지.
제대로 교육 받을 기회조차도 누리지 못하고 목화솜을 생산하는 인디아와 파키스탄의 소녀들.
날카로운 꽃받침에 감싸인 목화솜을 하나하나 손으로 따내고 그들의 손에 맺힌 핏방울이 모여 만들어진 희디 흰 면 옷을 입고 쓰는 작가의 마음이 아파온다. 전 세계의 3분의 1이상의 목화솜을 생산하며 물을 길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조혼을 강요받는 아이들. 배움이 희망이어야 할 그 아이들 앞에 우리가 뱉어내는 힘들다는 사치가 부끄러워 지는 순간이었다.

새벽부터 깊은 광산 지하갱도 속에서 일하고 나온 광부는 한줌 햇살을 다시 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오늘도 해가 떴고 나는 살아서 다시 세상을 만나는구나. 어른들이 못 들어가는 좁은 갱도를 열두살 어린나이부터 개척해 온 광부는 지상의 환한 햇살만 보면 눈물이 나려고 한다니 소중한 것을 보아도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절제되지 못한 삶이 얼마나 사치로움이었던가.

안데스 고원의 '감자 종갓집' 마을 두레노동으로 함께 수확하는 날 행복이 넘쳐 나는 사람들을 본다. 고된 일 속에서도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순수한 그들. 서로가 힘을 나눌수 있어 고맙고, 모여서 얼굴만 바라봐도 좋다는 사람들. 풋풋한 그들의 웃음소리가 보이는 사진에서 작은 행복을 읽는다.
오늘 세계가 난파선처럼 휩쓸리며 앞을 잃어도 저 높은 곳의 '희망의 씨알'이 살아있고
그것을 지켜가는 젊은 전위들이 살아있다면 , 그러면 아직 우리의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지상의 가장 깊고 높은 마을을 찾아다니며 지구의 유랑자로 살아온 박노해 작가의 사진에세이 『하루』에서 그는 참으로 평범하고 경이롭고 흔하고도 무서운 말을 '하루'라고 표현한다. 그 소중한 1日1生의 하루가 물질과 자본에 잠겨버려 돈 없이 살 수 없고 돈이 있어도 삶이 없는 세상에 살게 된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제대로 살아내지 않는다면 무엇인가 내 하루를 앗아가버린다. 그렇지만 살아야 하기에 이 모든것들을 포기하고 숨어버리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감동하고 감사하고 감내하며 살아가는 작가 박노해...
단조로운 일상속에서 주어진 하루에 대한 신비롭고 고마움을 잊고 지내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모든것을 버리고 나의 삶을 찾으라는 메세지 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하루에 감사할 줄 알며 소중하게 빛나는 나만의 하루를 찾으라는 메세지를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