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간, 아름다운 별이 빛나는 노천 ,신비로운 세계가 고독과 고요 속에서 깨어 남을 인지할 때 양치기 목동의 곁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그와 함께 별을 바라본다. 어느 순간 목동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 잠든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바라보며 그의 마음은 얼마나 설레었을까? 청명한 밤의 신성한 보호를 받으며 잠든 모습에 그 어느 모나고 각진 생각 하나 얹을수 없는 순수함이 깃들여진다. 알프스산을 배경으로 한 별은 산과 하늘, 초원과 계곡, 동물과 인간의 서정, 별처럼 맑고 순수한 사랑을 드러내 오래오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도데의 작품이다.
알퐁스 도데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서정적 소설가이며 수필가, 극작가 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가 쓴 단편 소설들만 모아 풍차방앗간의 편지 라는 이름으로 출판하게 되었다고 한다. 프로방스 지역의 인물이나 풍경, 날씨, 민요, 전설등을 소재로 하여 작가가 쓸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말들로 아름다운 시기에 쓰여진 단편 동화 같은 책이다.
파리에 사는 시인 알퐁스 도데씨가 팡페리구스트라는 작은 마을에 프로방스 지방의 중심에 위치한 론강 계곡의 한 언덕에 있는 오래된 풍차방앗간을 매입하며 이 글이 시작된다. 이 곳은 20년 이상 버려져 있었고 실제적으로 밀을 빻을수도 없는 이름만 방앗간일 뿐이다. 도데씨는 다 부서진 이 방앗간을 자신의 시작(詩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매도인에게 아무런 책임없이 확언하고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오래 닫혀진 이 곳 풍차 방앗간은 토끼들이 이미 안식처로 자리 잡고 있었다. 알퐁스 도데가 이 방앗간을 찾았을때 스무마리가 넘는 토끼들이 이곳에서 동그랗게 둘러앉아 달빛에 발을 녹이고 있었다. (상당히 서정적인 도데식 글쓰기 느낌^^) 2층에는 철학자 같은 낯짝의 늙은 올빼미가 거주하고 있었는데 마치 자기집에 들어왔다는 경계심을 보이는 듯 날개짓을 한다. 도데는 올빼미와 임대차계약을 하고 자신은 아랫방, 올빼미는 꼭대기방을 쓰기로 했다니 그가 사물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명랑한 상상,감미로운 몽상을 버무려 따뜻한 심성과 시선으로 써내려간 것에 감탄이 앞선다.
풍차 방앗간 인근의 멋진 프로방스 지주의 주택은 늘 도데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집이 주는 강한 인상이 있는 반면 닫혀있는 대문은 마음을 아프게 하고 때로는 오싹한 느낌까지 들게한다. 도데는 '촉'이 좋았던 것인가.
그 집에는 스무살의 훌륭한 농부 '장'이 살았다고 한다. 그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지만...'장'이 애타게 사랑한 한 여인은 마을에서 소문이 그렇게 좋지 못한 여인이었다. 그러나 아들 '장' 이 너무나 애틋한 마음으로 그 여인을 사랑하니 부모가 이기지 못하고 둘의 교재를 허락했다고 한다. 피로연 잔치가 있던 날 , 한 사내가 찾아와 장의 아버지에게 그 여인은 자신의 정부였다고 이 집의 아들과 결혼한다니 화가 나서 찾아왔다고 한다.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이해가 되고 청년 '장'은 상처를 받고 파혼을 한다. 다 잊은듯 했지만 실상 장은 그 여인을 잊지 못해 늘 괴로웠나 보다. 이 글에서는 인간의 마음은 참으로 가련하다는 말이 와 닿았다. 서민층에 대한 따뜻한 인간미, 냉혹한 현실에 대한 씁쓸한 체념이 나타난 이 작품은 3막의 연극으로도 만들어졌고 오페라 작곡가 비제가 곡을 붙혀 더욱 유명해 진 작품이다.

오렌지 나무 숲에 대해 알퐁스 도데가 쓴 글을 읽으니 상큼함이 방안 가득 퍼지는 느낌이다. 도데가 머물던 마을에 30년만에 놀라운 현상이 벌어졌다고 하는데 서리를 동반한 차갑고 짙은 겨울안개가 도시를 엄습해 마치 진주가루를 뿌려놓은 흰 공작의 깃털처럼 오렌지숲이 빛났다고 한다. 알퐁스 도데의 감성과 묘사력이 제대로 어울러진 대목이라 그림이 머리속에 그려지고 있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어두운 잎사귀 속에서 오렌지는 색유리처럼 찬란하게 빛나고,
싱싱한 꽃을 둘러싼 눈부신 후광으로 주위의 공기를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page 203
책의 다양한 단편들 속에서 알퐁스 도데의 따뜻한 성품과 솔직한 감정표현 등이 읽혀진다. 아름다운 글들로 가득찬 도데의 작품은 세상이 각박하다고 느껴질때나 왠지 모를 우울함이 있을때 따뜻한 차한잔과 함께하면 좋을 이야기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