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을 여유를 가진 이들이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회는 저주받아 마땅하다. 직종과 직급에 관계없이 하루에 여덟 시간을 성실히 일하고 난 뒤에 낮은 조명 아래 책장을 넘길 저녁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대체 그 사회가 존속할 이유가 무엇인가. 피에르 르장드르에 의하면 국가의 본질은 재생산을 보증하는 것이며, 국가의 역할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 물질적, 제도적, 상징적 준비를 갖추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없는 국가는 사라져야 한다. 다시 묻는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 줄 수 없는 사회가 존속되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