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잘 맞는 친구를 만났을때와 같은 느낌이 드는 책.
한 점의 허영없이 불편한 인도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오늘도 아내와 딸과 함께
티클래스 빙수와 라떼를 즐기며
평화로운 주말을 보냅니다.
# 책은 도끼다(아내)
# 여덟 단어(초딩 딸)
# 깊은 강
인도에 온 후로 이소베는 일본에 있을 때보다 훨씬 자주 아내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것도 두 사람의 일상생활, 보잘 것 없는 광경을.
- 234쪽
아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아예 떠올릴 일이 없었던 흔해빠진 부부의 대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았던 장면, 그런 장면이 먼 나라에 와서 , 오후의 호텔 방에서 어째서 이렇게 갑자기 아프도록 가슴을 조이며 되살아나는 걸까. - 235쪽
사랑의 흉내 짓은 더 이상 원치 않았다. 진정한 사랑만을 원했다. - 243쪽
그녀는 다른 관광객이 반기는 타지마할 궁전도 인도 무용 쇼도 거의 흥미가 없었다.
마음에 찡하도록 와 닿는 건 갠지스 강, 그리고 에나미가 설명해 준 여신 차문다, 문둥병에 문드러지고 독사에 휘감겨 야위고 축 늘어진 젖가슴으로 아이들에게 젖을 먹이는 그 모습니다. 거기에는 현세의 괴로움에 허덕이는 동양의 어머니가 있었다. 그것은 고상하고 품위 있는 유럽의 성모와는 전혀 달랐다. - 264쪽
이 나라에서 힌두교도는 나이가 들면 집을 자신한테 물려주고 방랑 수행하는 여행을 떠납니다. 그런 사람들을 사두라고 부르는데, 저를 사두가 받아 주었습니다. - 276쪽
˝에, 이 마을 여기저기에는 갠지스 강에서 죽기 위해 간신히 당도했다가 길가에 쓰러진 사람이 많습니다. 시의 트럭이 하루에 한 번 순회하지만 제대로 못 보고 놓치는 경우가 있지요 - 276쪽
미쓰코는 그저께 마니카르니카 카트에서 목격한 불꽃의 움직임을 눈에 떠올렸다. 대나무 침대에 태워지고, 빨강 검정 천에 감싸여 미라 같았던 노파의 시신. 만약 그 천을 벗겨 내면, 거기서 바로 문드러진 여신 차문다가 나타나리라. 어느 시신에도 제각기 인생의 괴로움, 제각기 눈물의 흔적이 남겨있다. -277쪽
˝갠지스 강을 볼 때마다 저는 양파를 생각합니다. 갠지스 강은 썩은 손가락을 내밀어 구걸하는 여자도, 암살당한 간디 수상도 똑같이 거절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재를 삼키고 흘러갑니다. 양파라는 사랑의 강은 아무리 추한 인간도 아무리 지저분한 인간도 모두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흘러갑니다. - 280쪽
저마다 마음 깊숙이 자신만의 에고이즘이 있고, 그 에고이즘을 호도하기 위해 선의니 옳은 방향이니 주장하는 것을 실생활에서 납득하고 있었다. 그 자신도 그걸 인정하고서 풍파 일지 않는 인생을 꾸려 왔다. 하지만 외톨이가 된 지금, 이소베는 생활과 인생이 근보적으로 다르다는 걸 겨우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생활을 위해 사귄 타인은 많았어도, 인생에서 정말로 마음이 통한 사람은 단 두 사람, 어머니와 아내밖에 없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285쪽
마하트라 간디 어록집 중
˝나는 힌두교도로서 본능적으로 모든 종교가 많건 적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종교는 똑같은 신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어느 종교이건 불완전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불완전한 인간에 의해 우리에게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동일한 지점에 모이고 통하는 다양한 길이다. 똑같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한, 우리가 제각기 상이한 길을 더듬어 간들 상관없지 않은가.˝
- 28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