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숨을 거두시던 날, 나는 두 아우와 함께 수의를 입히기 앞서 향 삶은 물로 시신을 깨끗이 정화시켰다.

영혼을 벗어버린 시신은 뻣뻣하게 굳어, 한 토막의 마른 등걸처럼 이미 물질로 돌아가 있음을 실감케 했다.

바싹 말라 뼈가래는 앙상하고 피부는 마른 명태 껍질처럼 광택을 잃고, 골절상을 입었던 아랫도리는 몹시 뒤틀려 있었다.

그 서러운 몸을 향물로 정성껏 닦던 나는 마지막으로 두 가랑이 사이로 손이 갔을 때, 그만 격정에 못 이겨 후둑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난생처음 보는 아버지의 성기, 그 부위를 닦을 때의 감촉과 긴장감은 3년이 지난 지금에도 생생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나의 존재가 거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 너무 자명하여 오히려 추상적으로 느껴졌던 그것이 그 순간 엄청난 무게의 실감으로 나를 압도했던 것이다.

존재의 한 점 씨앗, 나라는 존재의 우연을 발생시킨 그 곳, 그러나 그 생명의 원천은 이제 폐허로 돌아가 있었다.

그 폐허가 아버지의 죽음, 그의 영원한 부재를 예리한 통증으로 나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그 죽음은 조만간에 찾아올 내 죽음의 실체도 함께 느끼게 했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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