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하루키 팬으로서 이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되다니.

1권에서 생각보다 흥미진진했고, 2권을 다 읽고 나서야 왜 <상실의 시대>에 이어 또다시 대히트작으로 부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 모두 조금씩 특이한 구석이 있는, 만약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에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라면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특이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지만, 깊이 음미해서 읽으면 다 개인의 마음속에 있는 불완전성의 총합이라고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아하는 구절이 떠오르네요.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무사태평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키키, 메이, 유키, 아메, 고탄다, 유미요시, 딕노스, 마키무라히라쿠


이번엔 왠지 등장인물의 이름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특히 유키와 유미요시는 <상실의 시대>의 와타나베와 미도리, 나오코 <1Q84>의 아오마메만큼이나

오래도록 각인될 것 같습니다.

좋은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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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주인공은 상급 학교 진학을 기준으로 15세에 최초의 선별을 당하고, 18세, 그리고 22세의 가장 다정다감한 시기에 몇 번이나 체에 담겨 걸러지곤 한다. 그래서 탈락을 면한 사람은 물론 탈락된 사람도 그에 걸맞은 역할이 주어지도록 강제당하는 현대사회에서, 정녕 자기 나름대로의 댄스 스텝을 밟아갈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묻고, 또 대답을 제시한 이 작품은,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들의 삶의 의미와 가치관, 그리고 사랑과 섹스, 죽음이라는 삶의 근원적인 문제를 깊이 있고 예리하게 추구했다. - 3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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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는 자기 한 사람을 지탱하고 살아가는 일만으로도 벅찬 것이다. 자신 주변 사람들의 감정까지 일일이 살펴가며 그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만큼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고, 또 그럼으로써 타인을 통해 스스로도 상처를 입는다. - 9쪽


여행이란 그런거야. 생각이 나면 바로 떠나는 거야. 그게 요령이지. 별다른 준비물도 필요없어. -41쪽


"기다리면 된다는 말이야"라고 나는 설명했다.

"천천히 그런 때가 오기를 기다리면 돼. 무엇을 억지로 변화시키려 하지말고, 사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지켜보면 돼. 그리고 공평한 눈으로 사물을 보려고 노력하면 되는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 지 자연히 알 수 있게 돼. 하지만 모두들 너무 분주해. 재능이 넘쳐, 해야 할일이 너무 많아. 공평함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에는, 스스로에 대한 관심이 너무 많거든" - 96쪽


우리 세계에서는 취향을 따지는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어.  거기서는 '취향이 좋은 사람'이란 '성격이 비뚤어진 가난뱅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야. 동정받을 뿐이지.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아." - 177쪽


평범함이란 흰 옷에 묻은 숙명적인 얼룩과 같은 것이다. 한번 묻은 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208쪽


어떤 종류의 일은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거야. 입 밖에 내면 그건 거기서 끝나버려. 다시 몸에 깃들지 않아. -209쪽


사람이란 건 어이없이 죽어버리는거야. 사람의 생명이라는 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취약한 거야.

그러니까 사람은 회환이 남지 않도록 사람과 접촉해야 해. 공평하게, 되도록이면 성실하게.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사람이 죽으면 간단히 울면서 후회하곤 하는 인간을 나는 좋아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 211쪽


시간은 자꾸 지나가지. 과거가 불어나고 미래가 적어져 가거든. 가능성이 줄어들고, 회환이 늘어나는거야. -247쪽


귀를 기울이면 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뚫어지게 바라보면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그 대상물이 보여. -3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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