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이 처한 상황(대부분 자처한 상황)과 그의 직업, 식민지 장소 등에 따라 그의 작품이 하나씩 탄생한다.

그의 다양한 경험은 사회주의자들의 소책자 대여섯 권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1. <버마시절>
에릭은 많은 동급생들과 달리 옥스퍼드 대학교에 가지 않고, 가족사 때문인지 몰라도 버마 주재 경찰이 되는 꽤나 이상한 선택을 한다.
여기서 소설 버마시절이 탄생한다.

태어날때부터 한쪽 뺨에 푸른 반점이 있는 주인공 플로리.
다른 영국인들에게 이 때문에 비웃음을 사고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영국인 엘리자베스에게 완곡히 버마인들을 옹호하면서 청혼을 했지만 거절당하고,
플로리는 자신의 개를 쏘아 죽인 다음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제국의 질서는 카우크타다의 영국인 클럽을 계속 지배했다.


2.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1928년 그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포드페르로 로에 머물면서, 1933년에 펴낸 작품 제목처럼 파리의 밑바닥 생활을 했다. 가난한 이민자 프롤레타리아들 곁에서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생활을 하며 그는 에밀졸라와 잭 런던을 함께 떠올렸다. 파리에서 얻은 첫 일자리는 리블리로에 있는 큰 호텔의 접시닦이였다. 이미 반세기 전에 피에르부르디외의 사회학적 관찰을 예고한 셈이다.˝ - 42쪽




3. <목사의 딸>

저널리스트가 된 에릭은 켄트로 홉을 채취하러 가서 관련 글을 쓰게 된다.

˝하지만 거기서는 제 멋대로인 런던내기들, 위험한 집시들과 천막에서 잠을 자야 한다던데요!˝
˝바로 그런 점이 흥미로운 겁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장편소설 <목사의 딸>을 썼다.- 52쪽

이 소설의 주인공 도로시는 종교적, 사회적 순응주의에 완전히 짓눌려 있어 인생에 패배한 <버마시절>의 주인공 플로리의 여성 버전이라 할 수 있다



4. <엽란을 날려라>

<목사의 딸>을 쓰고 얼마 뒤 이 책을 쓰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 고든 콤스톡도 플로리와 도로시와 마찬가지다.

˝햄스테드에 위치한 어느 서점의 질투심 많고 의기소침한 판매원..헌 책방 ‘북러버스 코너‘에서 점원으로 일했던 에릭 블레어를 투영한 인물이다˝ - 53쪽



5. <위건부두로 가는 길>

노동 계급의 비참한 일상을 생생히 묘사한 이 책으로 오웰은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작가가 된다.
˝나는 노동자 계급의 삶의 조건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극단적인 경우들만 접했기 때문이다. ‘인간들 중 가장 하류의 인간‘이야말로 내가 가까이 지내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그는 실직으로 황폐해진 광산 지역에서 자기 작품의 주제와 그것을 이야기하는 방식, 꾸밈없이 정직한 문체를 찾아낸다.
우리는 여기서 계급차별의 비밀스러운 토대를 맞닥뜨린다...이것을 짧고 끔찍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저 사람들은 느낀다...‘
부랑자들과 교류하면서, 나는 내 사회적 질병을 치유하고 회복되었다.(...)
그는 비판적이고 강경한 사회주의자가 되기 위해, ‘토리당의 아나키스트‘라는 과거의 입장과 결별한다.(...)
노동자 가정-실직자 가정이 아니다-은 다른데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따뜻함, 진정한 품위, 깊은 인간미를 호흡한다.
육체노동자가 ‘공부를 많이 한 사람‘보다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위건부두로 가는길>로 오웰은 다소간 신분을 감추고 현장에 잠입해 쓰는 글을 일컫는 ‘르포르타주‘의 선구자 중 한 명이 된다. - 60~61쪽

여기서 잠시 김지안 작가(북플 이웃 스텔라 K)님의 <네 멋대로 읽어라> 15장 르포문학이 주는 진정성 챕터에서
<위건부두로 가는길>의 감상평을 들어보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읽기가 쉽지 않고 솔직히 말하자면 거북했다. 차라리 문체가 어려운 것이라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문체는 감정을 거의 배제한 채 건조하다. 읽는 중간중간 조지 오웰 특유의 유머를 접할 수도 있다.˝ - 85쪽

난 이 책을 읽어보지도, 소장하지도 않고 있지만 오웰의 또 다른 르포문학 <카탈로니아찬가>를 읽다 포기했는데..
스텔라 K님이 언급한 느낌과 비슷한 이유에서다.

스텔라 K님이 이 책에서 발췌한 문장을 마지막으로 이 책 소개를 마친다.

˝어떤 사람에게는 광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도 자괴감을 느낄 만하다. 그럴 때 우리는 잠시나마 ‘지식인‘으로서 전반적으로 우월한 존재로서의 자기 지위를 의심하게 된다. 적어도 지켜보는 동안에는 우월한 인간들이 계속 우월하기 위해서는 광부들이 피땀을 흘려야만 한다는 자각을 똑똑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건부두로 가는길 중> - 89쪽



6. <카탈로니아 찬가>

˝나는 보초 교대를 위해 초병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느낌이 왔다...그때 내가 느낀 것을 제대로 묘사하기가 매우 힘들다...
주위에서 요란한 굉음이 나고 눈부신 섬광이 비친 것 같았다...잠시 후 내 무릎이 꺾였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듯 했다...총알이 내 목을 완전히 관통했음을 안 순간, 나는 십중팔구 목숨을 잃을 거라 생각했다. -95쪽


7. <숨쉬러 나가다>

오웰은 1938년 9월부터 1939년 3월까지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요양하면서 소설 <숨쉬러 나가다>를 완성했다. - 118

* 마찬가지로 스텔라K님의 저서 <네 멋대로 읽어라>에 실려 있습니다.



8. <동물농장>

정말로 전쟁이 끝났다.
마침내 <동물농장>이 워버그에 의해 출간되었다. 이 책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하면서, 오웰은 작가로서 좀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
아무도 돼지들이 앞발에 채찍을 쥐고 농장일을 감독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나폴레옹이 그가 총애하는, 물결무늬 실크 드레스 차림의 암퇘지를 동반한 채 검은 웃옷과 사냥용 반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돼지들의 생김새가 예전과 같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돼지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서 인간으로 시선을 옮겼지만, 이 둘을 구별하기란 이미 불가능했다.˝ - 137쪽


9. <1984>

내가 손꼽는 책 중의 하나다.
3번 읽었다. 이 책은 현재의 상황과 대입해도 무리없을 정도로 그 비판적인 안목이 예리하다.

오웰은 아내가 죽고 그를 애타게 한 소니아 브라우넬과 재혼한 후 이듬 해 죽는다.
집필 당시의 제목 <유럽의 마지막 남자>를 쓰기 위해 스코틀랜드 한복판 헤브리디스 제도의 주라섬의 반힐에서 허약한 몸에도 불구하고 정원일과 목공일에 열정을 쏟고 늘 동물상과 식물상에 열광했다.

1948년, 그는 오래전부터 작업하던 소설 원고를 완성했다. 그는 이 연도의 숫자를 뒤집었다. 그래서 소설 제목이 <1984>가 되었고, 이 소설은 오웰을 20세기의 위대한 견자 중 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 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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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20-11-09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키님 덕에 <죠지오웰>도 희망도서로 주문해야겠네요 그래픽노블 좋아요 ㅎㅎ

북프리쿠키 2020-11-11 11:28   좋아요 1 | URL
오히려 카치님 덕분에 김금숙님의 <나목> 잘 읽었는걸요.
와이프도 함께 읽었는데 눈물을 흘리더라구요.
박완서님 작품 이 책으로 애정할 것 같습니다. 이게 그래픽노블의 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