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아렌트가 존경한 로자 룩셈부르크
1871년에 태어나 1919년에 세상을 떠난 폴란드 출신 사회주의자.
그녀가 역사의 전환기마다 항생 새롭게 재발견, 재해석되는 이유를 이 책에서 얻고 싶다.
그림체도 이쁘고, 스토리도 편집과 주석으로 적절하게 압축해서 잘 보여주었다.
만화에서 그녀의 글이나 대화 등 발췌해보았다.
나는 넉넉히 가진 자들의 양심에 짐을 지우고 싶다. 그 모든 고통과 남몰래 흘리는 쓰라린 눈물의 짐을. - 14쪽
마르크스에 따르면, 세상의 신들은 모두 ‘안개 자욱한 인간의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 19쪽
자본주의적 방법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들을 점차 물질적으로 결합시켜서 경제적으로 서로 의존하게 만들어 결국 전 세계를 하나의 생산 메카니즘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거야. - 42쪽
베른슈타인은 자본주의가 성숙하면 복잡한 메커니즘을 발달시킨다고 믿는 쪽이었다. 가령, 신용 같은 것이 제도 내 불안정성을 해결하며, 무제한적 경제성장만 가능하다면 급작스런 위기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혁명이 아닌 진화가 사회변화의 핵심이 된다.
현상 유지에 가장 많이 투자한 이들에게는 매혹적인 철학이다.
룩셈부르크의 비판은 경제이론에 탄탄한 기반을 둔 의견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그녀는 자본주의에서 신용은 초과분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그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 설명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의 무한 팽창 경향이 제한된 규모의 사적 자본과 계속 상충할 때, 신용이 그 제한을 극복하려 들기 시작한다...신용은 가뜩이나 불가피한 위기를 심화시킨다...그리고 상품교환을 촉진한다...과잉생산을 야기함으로써 처음에는 정체 현상이 나타나고 결국 신용은 사라지고 만다. 신용이 아직 필수적일 때는 교환과정을 포기한다. 신용은 타인의 재산을 과감하고 몰염치하게 이용하도록 부추기며...무분별한 투기를 낳는다...모든 교환을 극도로 복잡하고 인위적인 메커니즘으로 변형시킴으로써 위기를 초래하고 연장시키며, 최소한의 금속화폐를 기반으로 삼는 그러한 매커니즘은 아주 사소한 계기에도 쉽게 교란된다.˝
그녀가 쓴 글은 여러 세기를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공명한다. 그녀가 예측한 신용 디폴트 스와프나 그 밖에 여러 복잡한 인위적 금융 매커니즘은 2998년 세계 경제를 마비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60쪽
누군가 질문할 수 있을 거예요. 시장이라는 에측불허의 대상에 복종하는 게 개인의 자유를 위해서라면 치를 만한 자그마한 대가가 아니냐고요.
자, 이 노동자는 여기서 얼마나 자유를 구속당할까요?
자본주의의 대표적 특징은 노동자가 위태로운 상태에 놓인다는 거예요.
자본가는 생산수단을 통제합니다.
노동자는 가진 게 없죠.
노동자가 팔 수 있는 유일한 상품은
자신의 노동력이예요.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그 노동력의 착취를 중심으로 돌고 돕니다.
노동자는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노동자가 자기 노동력을 파는 것 말고 뭘 선택할 수 있죠? 일자리는 드물고 불안정해요.
자본가에게는 시키는 대로 따를 준비가 된 실업자들이 예비군처럼 늘 있으니까요
자본가는 틀림없이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생각할거예요. 하지만 자본가가 노동력을 계속 더 쥐어짜서 이윤을 끌어올리는 것 말고 뭘 선택할 수 있죠? 경쟁에서 헤엄쳐 나가지 않으면 가라앉고 말테니 말이죠..
전 인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만들어낸 자본이라는 맹목적인 사회적 힘의 멍에를 진 채 끔찍한 고통에 신음하고 있어요. 생산의 모든 사회적 형태의 기본 목적은 사회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건데, 완전히 앞뒤가 바뀐 거죠. 생산은 더 이상 민중을 위한 게 아니예요. 이윤을 위한 생산이 전 세계적으로 법칙처럼 돼 버렸어요. - 102쪽
‘글로벌화‘라는 신조어가 생기기 50년 전의 일이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이를 수학적으로도 입증한다. 그녀는 세계로 거침없이 뻗어 나가는 이 과정의 동력을 파헤친다. - 113쪽
이 역시 ‘군사산업 복합체‘라는 용어가 생기기 한 세기 전이지만, 로자 룩셈부르크는 이미 자본주의와 군국주의의 불가분의 관계를 궤뚫어보고 있다. ˝무력은 자본주의가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며, 자본의 축적은 무력을 항구적 무기로 이용한다.˝
˝유럽 전역에서 군대가 소집될 것이며, 각국의 꽃 같은 청년 1600만~1800만 명이 최고의 살상 무기로 무장하고 전쟁에 동원되어 서로를 공격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대재앙 속으로 끌려 들어갈 것이며, 그들은 뿌린 대로 거둘 것입니다.˝
세계대전, 로자는 그 논리적 필연성을 입증해 보였다. ˝ 자본주의는 세계를 불살라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 -114쪽
치욕과 불명예를 뒤집어 쓴 채 핏물을 철벅거리며 오물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자본주의 사회가 서 있다.
흔히 생각하듯 평화와 정의, 질서, 철학, 윤리의 역할을 담당하기는 커녕 날숨마다 역병의 기운을 내뿜으며 난장판을 만들고 울부짖는 한마리 짐승처럼 문화와 인류를 파괴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그렇게 흉측하게 벌거벗은 모습을 드러낸다. - 13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