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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1
테네시 윌리암스 지음, 김소임 옮김 / 민음사 / 2007년 11월
평점 :
블랑시 : 사람들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가다가 묘지라는 전차로 갈아타서 여섯 블록이 지난 다음,극락이라는 곳에서 내리라고 하더군요. -12쪽
우린 모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탑승하고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채로 삶을 살아간다.
승객 중에는 거칠고 난폭한 사람이 있는 반면, 예민하고 움츠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두 성과 폭력, 술에 대한 탐닉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예민한 인물들은 현실에서 겪은 좌절을 그것들로 달랬고,
현실적인 인물들은 그것들을 통해 더 큰 승리를 과시했다." -170쪽
평소에 점잖고 내성적인 사람이나 호탕하고 자유분방한 사람이나
어찌됐든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성이나 폭력, 술로 달랜다.
섹스는 타인의 실존을 가장 강력하게 느끼는 행위인 동시에
직접적으로 타자의 몸을 매개로 욕망을 분출하고 해소하는 행위다.
폭력은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라는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명제를 제압할 수 있는 도구다.
술은 칼날같은 타인의 시선을 무디게 해주어 내 안의 비밀스런 자아를 끄집어내게 해주는 마법이다.
우린 이 세가지를 활용하여 고립되지 않으려 몸부림친다.
고립은 곧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작품속에서 블랑시는 남편과 친척의 연이은 죽음의 죽음의 반대축으로 욕망을 택했지만
결국 묘지(죽음)의 기차를 타게된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결코 '극락'이 되지 못한다.
사랑과 꿈을 잃었지만 새로운 사랑을 그리며, 그 사랑이 올 수 없다면 거짓으로라도 만들려 하는 우리 인간 모두의 아픈 초상을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 177쪽
우린 사랑하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서로 사랑한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사랑하는 동안은 사랑할 수 없다.
사랑은 사랑하기 전에 이미 그 불꽃의 심지를 다 태우기 때문이다.
그 이후의 사랑이라는 것은 알랭드보통이 이야기한 것처럼 그저 습관처럼 주고받는 "일상"일 것이리라.
아직 사랑을 시작하지 않은 자, 사랑하고 있는 자 모두 새로운 사랑을 그리는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사랑이 올 수 없다면
우린 그저 낯선 이의 친절에 의지한 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죽을때까지 블랑시처럼 나이먹은 얼굴과 초라한 행색을 감추기 위해 밝은 불빛밑에 서지 못하고,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육체적, 정서적 만족을 얻을수 있기 때문이다.
극의 마지막 스탠리(남편)가 언니(블랑시)를 겁탈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남편의 애무를 받아들이는 스텔라, 스텔라를 통해서 이 극은 어쩔 수 없이 계속되는 현실의 논리를 보여준다 - 175쪽
블랑시가 거짓으로 새로운 사랑을 그리고,
동생 스텔라도 언니를 정신병원에 보내버리고, 겁탈한 남편과 살아가는 말도 안되는 스토리지만
되려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는 묵직한 브레이크조차 욕망의 전차를 멈추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연료는 브레이크를 걸때보다 욕망할 때 엄청나게 쓰이는 법이니.
작가는 엘리아 카잔 감독과도 교분을 쌓았고 감독이 설립한 액터스 스튜디오를 통해서 윌리엄스 작품에 어울리는 배우들이 배출된다. 스타니슬랍스키의 연기술을 도입, 인물과 배우의 일체감을 강조하는 "메소드 연기술‘을 교육했던 이 스튜디오는 말론 브란도, 몽고메리 클리프트, 폴 뉴먼 등을 탄생시켰다.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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