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5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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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편의 단편이 수록된 보르헤스의 작품.
20세기 후반의 문학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사회, 과학, 철학 등에 걸쳐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고, 문학이 사회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변화시킬 수 있는 혁명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대의 대표적인 세계 고전이다.

- 작품해설 중

단편들 대부분이 허구의 등장인물과 실존인물들이 뒤 섞이는 스토리를 엮어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그 중에서 1939년 그의 나이 40때 최초의 보르헤스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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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나르의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비교해보면 이것은 확연히 드러난다.

....‘진리‘의 어머니는 역사이자 시간의 적이며, 행위들의 창고이자 과거의 증인이며, 현재에 대한 표본이자 조언자고, 미래에 대한 상담자다. - 돈키호테 1부, 9장



....‘진리‘의 어머니는 역사이자 시간의 적이며, 행위들의 창고이자 과거의 증인이며, 현재에 대한 표본이자 조언자고, 미래에 대한 상담자다. - 메나르의 돈키호테

토씨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해설은 다음과 같다.

˝그러나 그 작가는 그대로 베껴 쓰는 것이 아니며, 17세기의 스페인 사람이 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는 현대적 감각으로 그 작품을 ‘다시 쓰는 ‘것이다. 세르반테스가 역사를 찬양하기 위해 수사적 표현으로 쓴 말은 20세기에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보르헤스는 ‘세르반테스의 작품과 피에르 메나르의 작품은 글자상으로는 하나도 다르지 않고 똑같다. 그러나 피에르 메나르의 작품은 세르반테스의 작품보다 거의 무한할 정도로 풍요롭다.(....)

이렇게 보르헤스는 메나르의 상상적인 예를 통해 창작이라는 종래의 글쓰기 행위를 부정한다. 즉, 최소한의 패러디를 통해 메나르는 [돈키호테]를 글자 그대로 옮겨 쓰면서도, 동일한 두 작품사이의 역사적 거리로 인해 두 번째 것이 첫 번째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는 인식소와 독자와 작가의 상황이 변화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패러디가 텍스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지평선 속에서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메나르는 독서를 글쓰기 행위로 간주함으로써 둘 사이의 이분법적 경계를 해체한다.˝ -241쪽

요약하자면 문학에서 한 작품이 다른 작품과 상이성을 띠는 것은 텍스트 그 자체가 아닌 읽는 방법의 상이성에 의거한다고 역설하고, 더군다나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작과는 개념과는 달리, 문학은 생산 혹은 재생산 과정임을 시사하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히라노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에서 독자는 책을 읽으며 저마다 오독의 즐거움을 만끽한다고 했다.
그 오독에서 나오는 작품의 재생산, {말하자면 서평이나 리뷰 등)도 보르헤스의 그것과 통하는 점이 있지 않을까.
그 곳에서 바로 작품(현실)과 오독(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려 모호함을 더해주는 건?
모호함은 보르헤스가 말했듯이 풍성함이니까 말이다

66세에 첫 결혼을 하고, 87세에 재혼을 해서 그 해 죽은 보르헤스의 이력도 그 작품만큼이나 모든 성스러운, 표준화된 체계에서 획일화를 거부한 의도로 볼 수 있을까 궁금점이 생기는 흥미로운 점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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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7-16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초혼이 66세. 재혼이 87세!
정말 인생에 있어 무엇을 하게에 늦은 나이란 없나 봅니다.ㅎ

북프리쿠키 2018-07-21 19:29   좋아요 1 | URL
저도 몸관리해야겠습니다.-_-+

stella.K 2018-07-22 19:27   좋아요 1 | URL
ㅎㅎ 몸관리해서 뭐하시게요?
호르헤 할배처럼 80 넘어 재혼하시게요?ㅋㅋㅋㅋ

농담입니다. 말씀을 그리하셔서...아시죠?^^